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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게이트]대동, 북미 부진에 실적 악화…순익 9년 만에 ‘적자 전환’

- 영업익 악화, 북미 시장 공격적 프로모션
- 추가 비용 부담 요인, 물류비 증가
- 신사업 투자 확대…수익성 회복 가능할까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재근 기자

국내 농기계 업체 대동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북미 시장 침체, 물류비 상승, 마케팅 비용 증가, 신사업 투자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5% 급감했고, 순이익은 9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이로 인해 재무적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동의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4128억원으로 전년(1조4334억원) 대비 1.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65억원으로 전년(654억원) 대비 74.8% 급감했으며, 순이익은 마이너스(-)519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최근 6년 내 최저 영업이익이며, 9년 만의 순이익 적자 전환이다.

재무제표에서 눈에 는 지점은 영업이익의 변동 폭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381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분기(10~12월) 동안 2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다.

대동의 최근 5년간 연결기준 실적 추이를 훑어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성장기였으나, 2023년부터 매출 정체와 이익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매출은 2020년(8958억원) → 2021년(1조1792억원) → 2022년(1조4637억원)까지 성장했지만, 이후 2023년(1조4334억원), 2024년(1조4128억원)에는 소폭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331억원) → 2022년(883억원)까지 증가했으나, 2023년(654억원), 2024년(165억원)으로 급락했다.

순이익은 2020년(210억원) → 2022년(385억원)까지 늘어나다가, 2023년(119억원)으로 감소 후 2024년(-51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대동의 실적 악화는 북미 시장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북미 시장은 대동의 전체 매출에서 60~7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인해 고가 트랙터 수요가 위축됐다.

미국 건설·농업장비협회(AEM)에 따르면, 2024년 북미 중소형 트랙터(100마력 이하) 판매량은 약 20만 대로 전년 대비 1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취미 농업’ 증가로 30만 대까지 급증했던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대동 역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동 CI

이에 따라, 대동은 북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북미 시장 점유율을 8.7%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마케팅 비용 증가와 판관비 부담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글로벌 해운 운임비가 전년 대비 40% 상승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증가했고, 이는 추가적인 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동 관계자는 “북미 시장의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통해 매출 규모를 유지했지만, 마케팅 비용과 물류비 증가, 신사업 투자 확대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대동은 전통적인 농기계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AI·로보틱스·스마트팜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으며, 운반로봇(RT100)과 정밀농업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농기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북미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오는 4월 미국 워싱턴주 텀워터에 2만 9,421㎡ 규모의 신규 창고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 창고는 트랙터 3,200대를 보관할 수 있으며, 연 2,000대의 작업기를 조립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물류 효율성을 높이고, 북미 시장 내 제품 공급을 안정화할 계획이다.

다만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 전략과 신사업 투자로 인한 비용 부담이 지속되면서, 단기적인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3년과 2024년 영업이익 급감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신사업이 본격적인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전략이 성공하더라도, 마케팅 비용과 물류비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이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효과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이후 유럽 경제 활성화 등의 긍정적인 요소가 기대된다”면서도 “미국이 보편 관세 체제로 전환할 경우, 기존의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북미 시장에서의 수출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대동의 관건은 북미 시장에서의 판매 전략을 조정하고, 신사업에서의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가시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 장기적으로는 신사업을 통한 수익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