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GB금융, 8대 금융지주 중 유일한 실적 하락
- 아이엠증권, 부동산PF 부실로 5000% 적자 확대
- 대형 금융지주 성장 속 DGB만 영업이익 반토막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은행을 낀 전국 8개 금융지주사들 중 대구-경북이 주 영업권인 DGB금융지주만이 작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이 모두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 자회사인 아이엠증권(엣 하이투자증권)이 위험성 높은 부동산PF 과다 보유에 따른 대손충당금 전입을 작년에 크게 늘리면서 대규모 적자에 빠진 영향이 컸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작년 잠정영업실적 발표 자료 등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작년 연결기준 매출이 2023년 대비 2.6% 줄어든 것은 물론 연결 영업이익은 2023년 5343억원에서 24년 2711억원으로 49%, 같은 기간 당기순익은 4122억원에서 2075억원으로 49.7%씩 각각 감소했다.
DGB금융지주를 제외한 다른 7개 금융지주사들 중 매출이나 영업이익, 당기순익이 이처럼 모두 감소한 곳은 단 한곳도 없다. 업계 선두 KB금융지주의 연결 당기순익이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서는 등 모두 매출이나 이익이 많이 늘었다.
DGB금융 측은 이같이 금융지주사들 중 유별나게 영업이익과 순익이 대폭 감소한 이유로,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때문에 아이엠증권의 수수료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특히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DGB금융 주력기업인 아이엠뱅크(옛 대구은행)의 작년 당기순익은 3710억원으로, 23년 3639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 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23년 3482억원에서 작년 3401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다른 주요 대형 은행들 만큼은 아니지만 아이엠뱅크도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아이엠증권의 연결 영업손익은 23년 85억원 적자에서 24년 2241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2547%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당기손익도 31억원 적자에서 1588억원 적자로, 적자규모가 무려 5089%나 커졌다.
아이엠증권은 적자가 급증한 이유로, 운용포지션 축소로 인한 영업수익 감소 및 부동산PF사업 관련 충당금 설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증권사의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신규적립액은 2022년 1155억원, 23년 1288억원에서 작년에는 2951억원으로, 그 규모가 23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그만큼 부실 PF사업 현장들이 많았던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을 보면 작년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연착륙 유도방침에 따라 상당수 증권사들의 부실채권들이 많이 정리되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들의 부실채권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아이엠증권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아이엠증권의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자산비율)은 13.39%로, 전체 국내 증권사들 중 BNK투자증권(17.72%) 다음으로 높았다. 또 아이엠증권의 채무보증 충당부채 잔액은 23년 9월말 672억원에서 작년 9월 말 153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출채권 대손상각비(대손충당금 신규전입액)는 937억원에서 2187억원으로 각각 급증했다.
이 충당부채와 대손상각비 규모는 전국 60개 증권사들 중 최고 액수다. 관련 부실규모가 증권업계 최대 규모라는 얘기다. 대출채권이 아닌 다른 자산에서 생긴 부실에 대비하려는 기타충당금 전입액도 아이엠증권이 작년 1~9월 1665억원으로, 증권업계 최대였다. 전년동기 654억원에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런 추세가 작년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작년 전체로도 대규모 적자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아이엠증권 외에 다올투자증권이나 LS-SK-상상인 증권 등도 작년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거나 당기순익이 급감했다. 대부분 아이엠증권과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반면 아이엠증권과 같은 금융지주사 소속 자회사이지만 하나증권의 경우 2023년 대규모 적자에서 작년에는 큰폭의 흑자로 흑자 전환했다. KB금융 계열 KB증권, 신한금융 계열 신한투자증권, 농협금융지주 계열 NH투자증권 등도 모두 작년 흑자규모가 재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10대 대형 증권사들 중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 이른바 ‘1조원 클럽’에 가입한 증권사들도 작년에 5개에 달했다. 대형 증권사들과 중소형 증권사들간에 뚜렷한 실적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도 대부분 아이엠증권 못지 않게 많은 부동산PF 사업장들을 갖고 있지만 부실 관리를 사전에 철저히 했거나 부실을 신속히 정리하면서 작년에 대부분 큰폭의 실적 개선을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 중 유독 아이엠증권만이 아직도 이렇게 부실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한편 DGB금융의 경쟁사라고 볼 수 있는 부산-경남권의 BNK금융지주나 호남권의 JB금융지주의 작년 잠정영업실적을 보면 DGB금융지주와 확연히 다르다.
BNK금융의 연결 영업이익은 23년 8012억원에서 작년 9754억원으로 21.7%, 같은 기간 당기순익은 6789억원에서 8241억원으로 21%씩 각각 늘어났다. BNK측은 전년 대비 이자 및 비이자이익이 증가하고, 충당금 전입액이 감소하면서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BNK금융 자회사들 중에는 아이엠증권 못지 않게 부실채권비율이 높던 BNK투자증권이 있다. 하지만 이 증권사의 당기순익은 23년 124억원에서 작년 176억원으로 12.4%나 오히려 늘었다.
충당금 전입액은 23년 932억원에서 작년 1211억원으로 30% 가량 늘었지만 다른 영업분야에서 선방해 흑자를 오히려 늘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아이엠증권은 충당금 전입액 증가폭 자체가 BNK증권에 비해 워낙 컸다. 다른 영업분야도 저조해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JB금융지주의 경우도 작년 연결 당기순익은 2239억원으로, 23년 1875억원 대비 19%나 늘었다. 영업이익 증가율도 17%에 이른다. KB금융 등 5대 금융지주들도 비슷하다.
KB금융의 작년 연결 당기순익은 5조286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조원대에 진입하면서 전년대비 11%나 늘어났다. 신한금융의 작년 당기순익은 전년대비 3.3% 증가한 4조6255억원, 하나금융은 8.7% 늘어난 3조7685억원, 우리금융은 21% 늘어난 3조171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연결 당기순익도 전년대비 11.4% 증가한 2조4537억원으로 공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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