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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고위험-고수익의 덫?’ 메리츠화재, 부실여신비율 급등

- 부실여신비율 3년 새 3배 이상 급등…자산 건전성 적신호
- 부동산PF 대출 운용자산의 28% 손보업계 평균 상회
- 부동산 경기 침체 시 부실화 가능성

 

 

메리츠화재 서울 강남 사옥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수익성, 유동성, 지급여력 등 대부분의 경영지표에서 국내 손해보험업계 최우량 손보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하 메리츠화재)이 부실여신비율 등 자산 건전성에서만은 약간의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메리츠화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이 회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62%로, 손보업계 평균 0.8%보다 2배 가량 높았다. 또 2021년 말의 0.78%, 22년 말 0.94%, 23년 말 0.53% 등에 비해 작년들어 급상승하는 추세를 보여주었다. 특히 작년 비율은 재작년 말 대비 3배 이상 높아졌다.

부실성 여신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은 자산 건전도에 따른 자산 5단계 분류 중 3개월 이상 연체 상태인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의 단계에 있는 여신 또는 자산들을 말한다. 연체가 3개월 이상으로 길어지거나 사실상 회수가 어려워진 여신들을 뜻한다.

가중부실자산비율도 21년 말 0.18%, 22년 말 0.24%, 23년 말 0.13%에 머무르던 것이 작년 9월 말에는 0.36%로 크게 치솟았다. 손보업계 평균 0.22%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메리츠화재의 자산건전성 추이(메리츠화재 증권신고서)

 

메리츠화재 측은 이처럼 부실성 여신비율이 작년들어 크게 높아진 이유로, 회사 자산이 현금 등 안전자산 비중보다 위험자산 비중이 다소 높은 것에 기인하며, 특히 높은 부동산PF 대출로 인해 부동산 경기 변동에 민감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운용자산 중 비교적 안전하다는 현금과 예치금, 국공채, 특수채, 보험약관대출 등의 안전자산 비중은 2022년 말만 해도 41.7%에 달했으나 작년 9월 말에는 31.6%로 2년 사이에 10%p 이상 크게 낮아졌다.

특히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부동산PF 대출은 작년 9월 말 기준 11.5조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28%에 달한다. 부동산PF대출을 포함한 전체 대출채권도 약 14.3조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34.7%에 이른다.

이 회사의 대출자산 규모는 2021년 말만 해도 7조8612억원이었으나 3년여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부동산PF 대출 등 대출자산 운용 비중도 손보사들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수입보험료 등을 유독 대출로 많이 굴리는 손보사로 보면 된다.

메리츠화재의 운용자산 중 대출자산 규모와 운용수익


이처럼 메리츠화재가 수익률이 좋지만 위험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부동산PF 대출 등을 손보사들 중 유독 많이 취급하는 이유는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등 메리츠금융그룹 자체가 과거부터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투자를 전문적으로 많이 취급하는 금융그룹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많은 증권사와 건설사 등이 고금리와 부동산경기 악화 등에 따른 과다한 부동산PF 부실로 크게 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만은 부실 위험에서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 나오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문제기업이나 부실기업의 긴급 자금조달 때도 메리츠 계열사들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투자 대상 선정에서부터 그룹 전체가 노하우가 많고, 아무리 위험투자 대상이더라도 각종 안전장치를 잘 마련하는 것으로 소문 나 있다.

실제 메리츠화재 측도 증권신고서에서 “부동산PF 대출의 대부분이 (비교적 안전하다는) 본PF에 해당하고, 약 80%는 신용등급 A급 이상의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제공하고 있으며, 신탁 1순위 우선수익권 등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실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부실성여신 비율이 높아 보이지만 공식 손실로까지 이어질 확률은 낮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회사 측은 또 “메리츠금융그룹 내 메리츠증권 및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등 계열 회사들과의 연계 영업을 통해 우량 물건을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있어 사업장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전체 운용자산 대비 부동산PF 노출도가 높다는 점은 향후 경기 둔화, 가계부채 및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부동산경기가 (계속) 침체될 경우 PF사업장 등이 부실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회사 스스로도 위험도가 적지 않음은 인정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사업부문별 손익 추이

 

IB업계의 한 관계자도 “부실여신비율이 손보업계 내에선 상대적으로 높다지만 증권업계 등 보다는 아직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또 메리츠화재와 메리츠금융그룹이 아직 양호해 당장에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작년들어 부실성 수치들이 급상승하고 있는 점은 경계해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원수보험료 기준 손보업계 5위 정도인 메리츠화재의 다른 경영지표들은 대부분 극히 양호한 상태다.

특히 우량 보험사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알려져있는 보장성 보험 등 장기보험 영업에 강하다. 작년 9월 말 기준 수입보험료 중 장기보험 비중이 무려 84%에 달한다. 또 보험회계제도 개편에 따라 수익성 지표로 가장 중요시되는 보험계약마진(CSM) 규모도 경쟁사들보다 높은 편이다.

메리츠화재의 운용자산이익률 추이

 

작년 9월 말 기준 10.6조원에 달하는 CSM이 안정적인 보험이익을 발생시켜주고 있다. 작년 1~9월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2조4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나 증가했다. 경과손해율, 순사업비율, 합산비율 등 다른 경영효율지표들도 국내 손보사들 중 가장 양호한 편이다.

작년 1~9월 영업이익률이나 운용자산이익률, 총자산순이익률 등도 손보업계 평균보다 2~3배 이상 높다. 유사시 단기 지급능력을 뜻하는 유동성비율 역시 작년 9월 말 946%로, 업계 평균 588%보다 한참 높다. K-ICS 방식의 신지급여력비율도 257%로, 금감원 권고치 150%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작년 호실적을 냈던 메리츠화재는 최근 연봉의 60%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여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