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고문과 스와프 상장 약속 ‘불발’ 내년도 IPO ‘불투명’
- 재무 악화로 정 고문 지분 재매입도 어려워
- 자본잠식 해결위해 영구채 반복 발행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롯데컬처웍스가 업계 불황으로 손익이 악화 가운데 올해 예정된 기업공개(IPO)가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컬처웍스는 5년 전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지분 맞교환(스와프)을 진행하며 올해 5월까지 상장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으로 자본잠식을 피하는 처지에 놓이며 IPO는 일단 내년 5월로 미뤄졌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가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지분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면서 설정한 올해 5월 상장 일정을 맞추기 못했다. 국내 영화관 실적 악화로 재무 체력이 약화된 탓이다. 현재 상장을 위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2019년 롯데컬처웍스는 신주 13.6%를 정 고문이 가진 이노션 지분 10.3%와 맞교환했다. 당시 롯데컬처웍스는 이노션과 혈맹을 통해 IPO 이전 기업가치를 키우고자 했다. 정 고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오너일가 지분율 20% 이하) 대상에 올라 이노션의 지분율을 낮춰야 했다.
스와프 이후 정 고문은 롯데컬처웍스 지분 13.63%를 거머쥐며 2대주주에 올랐다. 계약 내용에는 롯데컬처웍스가 약정 기간 내 상장을 못 할 시, 정 고문이 보유한 롯데컬처웍스 주식 전량을 롯데컬처웍스가 재매입한다는 매수청구권 조항이 있다.
문제는 현재 롯데컬처웍스의 재무 상태가 정 고문이 가진 롯데컬처웍스의 지분을 되사줄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는 점이다. 정 고문 입장에서도 롯데컬처웍스의 주식가치가 추락해 지금은 건질 게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정 고문이 보유한 롯데컬처웍스 주식(13.63%) 가치는 2019년 1260억원에서 작년 말 444억원으로 64.76% 떨어진 상태다.
롯데컬처웍스가 정 고문으로부터 가져온 이노션 주식(10.3%)은 2년 전부터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이 들고 있다. 롯데컬처웍스가 자금 조달 과정에서 맡겨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주식은 2027년 7월까지는 매도하지 못하는 락이 걸려있다.
롯데컬처웍스는 2019년 이후 매년 자본을 깎아 먹고 있다.
이에 따른 자본잠식과 차환 대응은 영구채 발행으로 위기를 넘기고 있다. 지금껏 총 8번의 영구채를 발행했으며, 발행금액 기준 총5200억원, 발행잔액 기준 총3500억원에 이른다.
롯데컬처웍스는 2020년 자본총계가 1478억원으로 떨어지자 이듬해인 2021년 6월 4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한데 이어 같은 해 12월 1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잠식을 비껴갔다. 2022년엔 자본총계가 290억원에 이르자 같은 해 2월 30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의 경우 4번(4월 400억원, 6월 300억원, 12월 500억원·30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하며 연중 가장 많은 횟수의 영구채를 찍었다. 이때는 콜옵션(1400억원) 행사 도래에 따른 차환 목적이었다.
올해 2월에도 2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지난해 연결 기준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211억원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에 들어가자 자본잠식을 탈피하기 위한 조치로 활용됐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 7732억원, 영구채 잔액 3500원으로 약 1조원을 웃도는 차입을 짊어지고 있다.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인해 롯데컬처웍스의 IPO가 내년 5월로 연기됐다지만 사실상 요원해짐에 따라 정 고문과의 동행도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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