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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뉴스웨이브][IPO]캐리소프트, 몸값만 불린 '묻지마 상장'…IPO 직후 실적 곤두박질

- 공모자금 쥐자 ‘매출 수직낙하, 적자폭 확대’
- 공모 흥행만 노린 주관사…‘실적 전망 엉터리’
- 현실 '괴리' 심각…6년 연속 적자행진 임박


[편집자주]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 투자심리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어급 종목들이 차가운 시장 분위기에 IPO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공모를 철회했다. 증시는 한 나라 경제의 바로미터다. 한국 증시가 만년 천수답에서 벗어나려면 투명한 IPO를 활성화해야 한다. 뉴스웨이브는 IPO 준비기업의 가려진 시간과 이로 인한 사업·지배구조 개편·배당정책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캐리소프트가 상장 직후 적자규모가 눈에 띄게 커졌다. 

회사는 2017년 적자전환 이후 5년 연속 적자 상대다. 2023 실적 발표를 앞두고 6년 연속 적자행진이 유력한 모습이다. 특히 2019년 상장 및 공모자금 확보가 끝나자 매출 외형은 급속히 쪼그라들고 적자폭은 더욱 확대됐다.

캐리소프트는 2014년 10월 설립된 온라인 기반 키즈 콘텐츠 업체다. 공연, 키즈카페, 교육 및 출판, 리빙&뷰티 등 오프라인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캐리소프트는 ‘유튜브 채널(캐리와 장난감 친구들)’과 ‘IPTV(캐리TV)’ 등과 같은 뉴미디어에서 독자적 영역을 만들어 왔다. 기성 미디어에 종속되지 않고 광고와 콘텐츠 지식재산권(IP)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모델은 신선했다. 작은 콘텐츠업자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모범 사례로 꼽히며 2019년 10월 '사업모델(BM) 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2019년 7월, 같은 해 9월 재수 끝에 특례 상장에 성공했다. BM 특례는 기술보다 사업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게 상장 기회를 주고자 2017년 도입됐다

매출은 별도기준 2016년 51억원 → 2017년 62억원 → 2018년 98억원 → 2019년 94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을 갖췄다.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IPO본부 IPO1실)이 제시한 캐리소프트의 예상 실적은 ▲2019년 매출 134억원, 당기순이익 6억원 ▲2020년 매출 208억원, 당기순이익 37억원 ▲2021년 매출 300억원, 당기순이익 73억원이다. 이렇게 매긴 캐리소프트의 밸류에이션을 할인 전 기준 약925억원, 할인(29.3%) 후 약 700억원이다.

캐리언니 캐릭터와 캐리소프트 CI. 사진=캐리소프트

하지만 캐리소프트의 실제 실적은 ▲2019년 매출 97억원, 당기순손실 20억원 ▲2020년 매출 62억원, 당기순손실 40억원 ▲2021년 매출 67억원, 당기순손실 20억원이다. 특히 영업손실 규모는 2019년 17억원에서 상장 이듬해(2020년) 24억원으로 급증했다. 2021년 영업손실은 23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주관사의 실적 전망이 엉터리였던 셈이다. 캐리소프트는 IPO 당시 몸값을 낮췄다며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900대 1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일반 청약에서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상장 후 회사는 82억원의 공모 자금을 거머쥐었다.

회사가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최근 주가는 3일 종가 기준 5650원이다. 공모가(9000원) 대비 반토막 가까이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394억원에 머물러 있다. 

사업 모델 요건으로 상장한 캐리소프트 실적과 주가흐름이 괴리가 커지자 일각에서는 주관사뿐만 아니라 전문평가기관의 평가 역량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들어선 기업 65곳(스팩 상장 제외)이다”라며 “이들의 상장 전후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캐리소프트처럼 실적 전망을 엉터리로 한 곳들이 대다수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미래가치와 혁신성을 인정받은 기술 덕에 특례로 상장된 만큼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취약할 수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