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즘으로 공장 가동률 하락…예상 크게 밑도는 실적
- 핵심고객 매출 감소, 재고 평가, 환율 등 요인 겹쳐
- 고가 인수 논란, 주가 하락, 영업권 손상 우려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3분기 매출은 소폭 하락, 영업손실은 컨센서스 보다 8배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가동률 하락과 재고 평가손실이 반영된 영향이다. 여기에 환율 변동도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실적을 끌어내렸다.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가 올해 4분기까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주가도 하락세다. 지난해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당시 3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한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뼈 아픈 현실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114억원, 영업손실 317억원, 순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 했다.
이번 실적이 주목받는 이유는 증권가가 예상한 영업손실 범위를 8배 이상 벗어났기 때문이다. 시장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올해 3분기 매출 2201억원, 영업손실 39억원, 순손실 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캐즘이 지목된다. 북미를 제외한 전체 시장에서 판매가 둔화되며 매출이 감소했다. 공장 운영비는 계속 지출되는 가운데 국내공장(익산)과 해외공장(말레이시아)의 가동률이 떨어지며 고정비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상품이 안 나가고 쌓이며 재고 평가손실도 발생했다. 말레이시아 환율 변동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데 한몫했다.
올 4분기 실적도 먹구름이다. 유럽의 경우 전기차 판매량이 급격히 줄며 올 3분기 핵심고객 매출이 40% 빠졌다. 당장 4분기에 줄어든 매출을 메우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핵심고객은 삼성SDI로 알려졌다. 삼성SDI와 미국 스텔란티스의 합작사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생산공장이 올해 12월부터 가동한다는 일정을 감안하면 핵심고객의 추가 매출은 내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내년 상반기 하이앤드 동박(4080 원통형 셀 동박) 초도 물량 판매로 수익성이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4080(지름 46mm, 높이 80mm) 원통형 셀 동박 매출의 온기 반영은 2026년부터 재무제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수요 회복 신호 및 수익성 회복이 내년으로 기약되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주가는 내리막길이다. 롯데그룹의 인수로 6만1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지난해 3월 말 7만5000원까지 치솟았지만, 두 달 만에 4만8200원으로 꺾였다. 지난 1일 주가는 장마감 기준 3만6300원으로 5개월 전(6월18일) 최고가 5만9200원 대비 38.68% 떨어졌다.
덩달아 모기업인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도 커지는 모양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월 2조7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동박 시장 점유율 4위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분 53.3%를 인수했다. 1주당 인수가격은 10만9852원으로 시가 대비 두 배 이상 값을 쳐 줬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계산하면 100%를 준 셈이다.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은 20~30%가량을 준다.
최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이 급격히 빠지며 고가 인수 논란에 휩싸였다. 1일 기준 시가총액은 1조 6,73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의 영업권 자산 규모는 올해 6월 기준 2조원으로 이중 1조6,583억원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로 발생했다. 이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영업권에서 1조원 이상의 손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상반기 기준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지분 53.3%를 가진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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