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PC 투자, 주유소 인수, 고배당으로 현금 유출 가속화
- 부채비율 230%…정유 4社 중 ‘최고치’
- 정제 마진 하락, 국제유가 변동 영향 정유부문 '적자' 전환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재근 기자
HD현대오일뱅크의 순차입금이 눈에 띄는 증가했다. 9조원대의 순차입금을 보인 건 창사 이래 처음이다. 부채비율은 230%로 정유 4사 중 최고를 기록했다. 정유 업계 불황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하며 현금창출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HPC 설비투자, 주유소 인수, 고배당 등을 잇달아 진행하며 현금 유출이 가속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3년간 매출, 영업이익,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모두 감소세다. 올해 2분기 정유부문은 적자 전환했다. 최근 중동 정세로 국제유가 마저 널을 뛰는 상황에서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창출력을 회복할지 관심이 쏠린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의 올해 상반기 순차입금은 9조3082억원으로 지난해 말(8조7505억원) 대비 약 5000억원 증가했다. 2019년 3조8658억원이던 순차입금은 2020년 6조3781억원, 2021년 8조413억원, 2022년 8조3856억원, 지난해 8조7505억원 순으로 꾸준히 늘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5년 새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순차입금은 전체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금융 상품 포함)을 뺀 것을 말한다. 그만큼 현금 곳간이 비었단 의미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33.90%에서 47.60%로 13.7%포인트(p) 증가했고, 부채비율 역시 136.30%에서 229.50%로 93.2%p 뛰어, 국내 정유 4사 중 가장 높은 부채비율을 보였다.
차입이 늘어난 배경은 석유화학 부문의 투자 확대와 주유소 사업권 인수가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0년부터 2022년 말까지 중질유 분해 설비인 HPC에 4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시장에선 조단위 현금을 쏟아부었지만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상승으로 에틸렌 스프레드 가격이 2022년부터 현재까지 톤당 200달러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6월엔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 279개를 1조3000억원에 사들이며 차입을 일으켰다. 코람코자산신탁과 컨소시엄으로 진행된 이 딜로 HD현대오일뱅크는 영업 자산, 인력 등 사업권을, 코람코자산신탁은 주유소 부지를 얻으며 자연스레 HD현대오일뱅크가 코람코자산신탁의 땅을 빌려 주유소를 운영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땅을 빌리며 그해(2022년) 말 리스부채는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4000억원) 대비 3배 증가한 수치다.
고배당 기조도 곳간을 빠르게 비우는데 한 몫 했다는 평가다. HD현대오일뱅크는 별도 기준 당기순손실을 냈던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2000억원대의 현금을 HD현대에 배당해왔다. 최근 5년간의 연평균 배당금은 3470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절반도 배당금으로 배정했다.
지난 5년 간 HD현대오일뱅크의 연결 기준 매출, 영업이익,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살펴보면 2022년 꼭지를 찍고 모두 내리막이다. 매출은 2019년 21조1168억원에서 2020년 13조6899억원으로 감소하더니 2021년 20조6066억원, 2022년 34조9550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반등했다. 하지만 지난해 28조1079억원으로 내려앉았고, 올해 상반기엔 15조722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변화도 매출 추이와 괘를 같이 한다. 2019년 5220억원, 2020년 –5933억원, 2021년 1조1424억원, 2022년 2조7898억원, 2023년 6167억원, 올해 상반기 3786억원을 나타냈다,
EBITDA는 2019년 1조490억원, 2020년 144억원, 2021년 1조7995억원, 2022년 3조5789억원, 2023년 1조4876억원, 올해 상반기 8379억원을 보였다,
HD현대오일뱅크의 별도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3052억원에서 2분기 734억원으로 76.0%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업 수익성 평가의 핵심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3.9%에서 0.9%로 3.0%p 하락했다.
주력 사업인 정유부문만 떼어보면 올해 2분기 별도 영업손실 286억원을 내며 전분기(2192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부진한데다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제마진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유사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은 1분기 배럴당 7.3달러를 기록한 이후 2분기 3.5달러, 3분기 3.6달러 수준으로 반토막 난 상태다.
1~2월 배럴당 평균 82.6달러이던 유가는 9월 들어 70달러 초반으로 하락, 최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최대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정제마진이 상승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통상 3분기는 정유업계의 성수기로 꼽혔으나, 정제마진 하락과 국제유가 변동성으로 3분기 시장 전망치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HD현대오일뱅크의 현금창출력 회복 시점 역시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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