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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칼럼]케네디 주니어, 美 박빙 대선에 변수되나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이제부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우선 한마디 하고 싶다. 군산 복합체는 이번 전쟁을 마치 슈퍼빌런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히틀러처럼 유럽을 가로질러 진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귀한 노력인 것처럼 만화책 같은 설명을 제공했지만 사실 우크라이나는 미국 네오콘들의 미국 글로벌 패권 야망에서 출발한 지정학적 투쟁에서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미국 어느 대학 구석에서 나오는 반전(反戰) 좌파 운동권의 주장이 아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대부분 무시하고 넘어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수많은 공화당원들 앞에서 외친 내용이다.

지지율이 5%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지지는 과연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케네디 가문 사람들은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지지 선언을 가문의 수치라고 여기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민주 공화 모두 지지층 결집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박빙의 승부처에서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지지 선언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폭스티비의 유튜브 채널에 올려진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지지 연설 동영상은 이미 수백만 건의 클릭수를 보여줬고 댓글만 해도 1만 건이 넘는다.

하지만 공화당의 전략가인 스콧 제닝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조금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닝스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RFK가 예전엔 자유주의자면서 음모론자였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보수적인 음모론자에 가깝지만 결론은 그가 음모론자라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가 제 정신이 아닌 사람(kind of a looney tune)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제닝스는 케네디의 지지자들이 결국 트럼프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케네디에 대해선 “어떤 약속도 하지 말라, 벗어날 수 없게 된다”고 트럼프에게 공개 조언했다.

◇'바이든, 해리스는 네오콘 추종자,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음모'라는 케네디 주니어의 주장이 미칠 파장은

케네디 주니어는 오래 전부터 백신음모론 등 여러 음모론을 주장해 미국 주류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파격을 넘어 미국내 극좌파의 주장에 가깝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는 자신이 민주당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현 민주당 주도세력이 바로 민주당을 배신한 주역들이라는 주장을 서슴치 않았다.

그는 트럼프 지지연설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것이 저를 민주당과 결별하고 독립 후보로 출마하도록 설득한 주요 원인이다. 이제 저는 그 이유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결심했다. 그 세 가지 이유는 표현의 자유,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 대한 전쟁이다.”

케네디 주니어의 다음과 같은 주장은 파격을 넘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변명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를 깔면서도 “이 전쟁은 러시아를 포위하려는 무모한 신보수주의적 나토 확장 프로젝트에 대한 러시아의 예측 가능한 대응에 불과하다”고 러시아를 강력 두둔했다.

그는 아예 우크라이나 전쟁은 2014년에 시작됐다면서 당시 미국 기관들은 우크라이나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키고, 친서방 정부를 세워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주민들을 상대로 수많은 인명 희생을 초래한 내전을 일으켰다고 파격적인 주장을 이어갔다.

케네디 주니어는 “우리는 해리스(민주당 대통령 후보) 역시 네오콘 군사 모험에 열렬한 지지자가 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트럼프(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을 재개하고, 그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전쟁을 하룻밤 사이에 끝내겠다고 말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저는 그의 캠페인을 지지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결론을 냈다.

케네디 주니어의 이같은 주장은 그가 독특하게 내놓은 새로운 견해는 아니고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 등 미국내 진보좌파진영에서 일찍이 주장한 네오콘 음모론에 기반을 둔 것이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예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신보수주의 운동의 30년 프로젝트의 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는 세르비아(1999년), 아프가니스탄(2001년), 이라크(2003년), 시리아(2011년), 리비아(2011년)에서 미국의 선택적 전쟁을 옹호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극하려고 저토록 많은 일을 했던 바로 그 네오콘들로 가득 차 있다”고 미국 책임론을 크게 부각시켜 좌파 진영의 이론적 지주역할을 해왔다.

삭스 교수는 “네오콘의 행적은 완전한 재앙 중 하나이지만 바이든은 그의 팀에 네오콘을 배치했다”면서 “그 결과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미국, 유럽연합을 또 다른 지정학적 붕괴로 이끌고 있다. 유럽이 통찰력이 있다면 미국의 이런 외교정책의 걸림돌과 분리해야 할 것이다”고 거듭 주장한바 있다.

◇케네디 주니어는 백신음모론을 강력 전파, 가상화폐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와 찰떡궁합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케네디 주니어의 장남 보비 케네디 3세가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케네디 주니어의 통화 내용에 주목했다.

두 사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된 다음날인 지난 7월 14일 통화했는데 그 내용이 기묘하다.

영상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피커폰 통화에서 아이들이 너무 많은 백신을 맞고 있다며 “소량만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뭔가를 해주면 좋겠다. 당신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다. 우리가 이길 거다. 그 사람(조 바이든 대통령)을 훨씬 앞서고 있다”며 케네디 주니어의 후보 사퇴 필요성을 강조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백신이 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주장을 퍼뜨리며 코로나19 등 각종 백신 접종에 반대해 왔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자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케네디 주니어는 일련의 주장을 통해 ‘기관 포획’이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기관 포획이란 규제 기관이 규제 대상 산업에 의해 포획당하는 다양한 기제들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즉, 규제당국이 산업의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현상이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약품 승인 예산의 75%를 제약업계로부터 받는다. 이는 전체 예산의 45%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결국 그들은 기관으로서의 규제 기능 대신, 규제 대상인 제약 회사의 이익 추구 목적에 복종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더 나아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백신 제조업체들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CDC는 연간 예산이 120억 달러인데, 그중 약 50억 달러가 대형 백신 회사들과의 은밀한 거래를 통해 백신을 구매하는 데 집행된다”는 것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지지연설문에서 백신음모론보다는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 사회의 건강악화 특히 어린이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00년에 자폐증 발병율은 1500명당 1명꼴이었다. CDC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미국 아동의 자폐증 발병율은 36명당 1명꼴이며 아무도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이것은 우리나라 아이들의 77%가 미군에 입대할 수 없을 정도로 장애가 심각하며 위기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뉴스는 전혀 헤드라인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미국내 비만율 급증 등이 모두 제약회사와 식품회사의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거칠게 이어갔다.

때문인지 이번 트럼프 지지연설 동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미국 어린이들을 제약회사의 음모에서 구해내자”는 내용이 다수이다.

한편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자 가상화폐들이 일제히 상승하기도 했는데 이는 그가 열렬한 가상화폐 지지자이기 때문이었다.

케네디 주니어는 대선출마를 선언했을 때 자신이 이번 대선에서 유일한 ‘친 암호화폐’ 후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예전부더 디지털 자산을 수용하고 선거 기부금을 비트코인으로 받으며, 당선되면 비트코인으로 미국 달러를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디지털 통화(CBDC) 발행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역시 일찌감치 “비트코인(BTC)은 또다른 형태의 화폐의 새로운 통화”라며 “BTC에 투자해본 적은 없지만 시민들이 가상자산으로 지불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트럼프는 과거에는 가상자산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해왔으나 올 들어 태도가 바뀌었는데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이미 비트코인 등에 엄청난 투자를 해놓은 상태라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어쨌든 트럼프와 케네디 주니어는 백신 음모론에 이어 가상화폐에 있어서도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이미 미국 대선에서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미국 대선과 관련해 5050만달러(약 671억원)를 기부해 기부금 순위 1위에 올랐고 둘째로 기부금을 많이 낸 곳 역시 가상 화폐 리플을 발행하는 리플랩스로 4800만달러를 기부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기부금을 내놓아 누가 집권을 하더라도 미국 정부를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권력기관으로 만들어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일환임은 분명하다.

◇ 케네디 주니어, 과연 트럼프에 도움 될까

대관식을 마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7%포인트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간) 페어리디킨슨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50%의 지지율을 얻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43%)을 7%포인트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조사의 대상자는 801명에 불과하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여론조사 담당자인 토니 파브리지오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와 팀 월즈 부통령 후보의 인기 등으로 한동안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2~3% 정도 앞설 것이라며 이런 해리스 후보 측의 ’신혼기간’에 대해 너무 놀라지 말라고 미리 예언하기도 했다.

물론 그의 예언보다는 더 높게 해리스의 지지율이 나오기는 했지만 예측가능한 결과라는 것이다.

과거 트럼프가 힐러리 후보를 꺽고 대통령에 당선될 때인 2016년 10월초까지만 해도 힐러리가 트럼프를 6%포인트 앞섰는데도 막상 대선결과는 뒤집힌 경우도 있으니 한번 기세를 탄 해리스가 무난하게 당선이 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아무튼 미국 대선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지금은 아무도 모르지만 만약 트럼프가 된다면 케네디 주니어의 파격적인 여러 주장들이 미국 정책에 어느 정도 스며들 것인지 그 문제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누구의 승리와 무관하게 미국 대선 과정에서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 주요 정당의 공식행사에서 거론됐다는 점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미국 대선 운동 과정을 지켜보면서 “현대 정치흐름에서 누가 보수이고 누가 진보이냐”를 구별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 되어가는지를 실감하게 된다는 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