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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매각설 2년 만에 매물로 나온 ‘한양증권’

- 부동산 PF 부실·병원 경영난, 매각가는 1000억원 안팎 예상
- 재정 압박에 한양증권 지분 매각 공식화...주가 40% 급등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매각을 추진한다. 한양산업개발과 한양대병원의 유동성 불안 등이 매각 원인으로 지목된다. 

16일 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한양학원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한양증권 지분 매각 결정을 내렸다. 11일엔 교육부에 처분 신청서 제출을 마쳤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은 사립대학이 유가증권 등 기본재산을 처분하려면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치고 교육부에 처분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양학원은 교육부 허가가 나오는 대로 매각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양학원은 한양대학교와 더불어 한양사이버대학교, 한양여자대학교, 한양공업고등학교 등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매각은 한양산업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한양대병원 경영난에 따른 자금지원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양산업개발은 부동산 PF 부실 파동으로 지난해 매출 3296억원, 영업손실 375억원, 당기 순손실 49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PF 관련 부채는 4009억원, 부채비율은 821%에 이른다. 

산하 병원인 한양대병원 역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파업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상태다. 올해 한양학원이 병원에 수혈하기 위해 대출한 돈은 800억원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의도 한양증권 본사. 사진=뉴스웨이브 배건율 기자

한양증권 지분매각 추진 소식에 주가는 연일 오름세다. 한양증권 주가는 지난 12일 하루에만 9.07% 급등했다. 16일 장 마감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100원(7.33%) 오른 1만6100원에 거래됐다. 지난 5일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한양증권 주가는 이날로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8거래일 동안 주가는 40% 이상 급등했다.

이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한양증권에 '최대주주 등 지분 매각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한양증권은 “최대주주인 한양학원 측에 확인한 결과, 지분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답하며 매각을 공식화했다. 

한양증권 매각설은 처음이 아니다. 매각설은 지난 2022년 10월에도 돈 바가 있다. 당시 강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채권시장 자금 경색이 왔던 시기다. 매각설이 나돌자 한양증권은 같은 달 21일 금융감독원 루머 단속반에 신고한 바 있다.

1956년 설립된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30위권의 증권사로 채권 운용과 투자은행(IB) 부문이 강점인 강소 증권사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51억원(전년 대비  46.1%↑), 영업수익은 9990억원(전년 대비  10.6%↓)을 기록했다.

한양증권의 최대주주는 한양대학교를 운영하는 한양학원이다. 3월 말 기준 한양학원은 한양증권 지분 16.29%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백남관광(10.85) 에이치비디씨(7.45%)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4.05%)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들고 있다. 모두 합치면 40.99%다.

경영컨설팅 전문기업인 티브이씨 이병주 대표는 “한양학원 지배구조는 에이치와이코퍼레이션 → 대한출판 → 에이치비디씨 → 백남관광 → 한양산업개발, 한양증권 순으로 이어지는데, 한양증권의 경우 지배구조 하단에 있기 때문에 한양학원 산하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깔끔한 매물이다”라고 말했다.

매각 대상자와 매각 금액 등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매각가는 1000억원 안팎이다. 한양증권 시가총액(2049억원, 16일 종가 기준)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적용한 값이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인수후보는 사모펀드(PEF)인 KCGI, LX, 우리금융 등이다. KCGI의 경우 지난해 자산운용사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인수한 만큼 자금여력이 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