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이트

[이용웅 칼럼]심상찮은 부동산 시장, 공급 부족 대비해야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000건을 넘어 6000건을 넘어설 경우 강남 등 서울 핵심지와 그 외 지역 간 양극화가 줄어드는 기점이 될 것이다.”

요즘 시중에는 이같은 부동산 시장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월 4217건, 4월 4360건으로 두 달 연속 4000건을 넘었다.

월 1000~2000건에 불과하던 거래량이 시간이 흐를수록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더니 이제는 마용성(마포구, 성동구, 용산구)은 물론이고 노도강(노원구, 도봉구, 강북구)까지 상승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가격대는 현재 전고점을 거의 따라잡는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의 경우 2023년 이전 최고가와 비교해 가격대가 90.2%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의 가격 회복률도 84.9%에 달한다.

실거래가 사이트 ‘아파트투미’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전용면적 84㎡)의 경우 직전 거래보다 6억원이 오른 31억원에 거래됐고 6월 2일에는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 (전용면적 84㎡)가 4억1500만원이 오른 22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3월 넷째주 이후 11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성동구(0.19%)의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이어 송파·서초·종로구(0.14%), 용산구(0.13%) 등의 순이었다.

노도강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노원구 상계동 노원아이파크(전용면적 180㎡)는 지난달 16일 9억2000만원에 거래돼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북구 수유동 삼성타운(전용면적 84㎡) 역시 5억13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 가격이 신고가라고 한다.

◇강남-지방 가르는 초양극화 여전...부동산 투기 불씨도 무시할 수 없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서울 외곽 지역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과 올해 새롭게 도입한 신생아 특례대출 시행 등 저금리 상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노도강은 물론 인천 검단신도시 등 수도권으로 주택 매수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5월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석 달째 85%를 넘기고, 서울 주요 지역의 낙찰가율이 평균을 웃돌고 있는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흔히 낙찰가율은 집값 선행지표로 꼽힌다.

물론 이같은 수치는 주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는 우리 부동산 시장이 전국적인 단위에서 보면 ‘오르는 곳만 오르는 초양극화’의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집값 상승은 원래 서울 중심부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거쳐온 것을 보면 예사롭게 넘길 수는 없다.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났는데 주택 거래가 증가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대폭 늘어난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원 증가했다. 작년 10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건 주담대인데 지난달 전 금융권 주담대는 5조6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담대가 급증한 것은 전세대출이 크게 늘어난데다 주택거래 역시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만 8000가구까지 떨어졌던 전국 주택거래량은 지난 4월 5만 8000가구로 늘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 후반대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도 가계대출 증가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전세대란 조짐이 보이면서 결국 사람들이 빚을 내어 다시 아파트를 사기 시작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일단은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아파트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생애최초 매수자 비율은 48.2%였다. 지난해 6월 37.6% 대비 10.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문재인 정부 당시 큰 부채를 부담하면서 아파트 시장에 뛰어들었던 ‘영끌족’이 다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예사롭지가 않다.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져...갭투자도 부활 조짐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7월 넷째 주(23.07.24 기준) 이후 24년 5월말 현재까지 43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전셋값이 떨어진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처럼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5월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22.6%나 줄었다. 성남 영통구의 경우 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8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에 따라 전셋값이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갭투자 유혹도 커지고 있다. 2020년 8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최대 4년간 묶여 있던 임대차 계약이 올해 8월 끝나기 때문이다.

전세가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갭투자 수요를 이끄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가령 아파트 가격이 10억원대이고 전세가 7억원이면 3억만 있으면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다.

갭투자가 만연하면 아파트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오를 수 밖에 없다. 실수요자에 투기수요가 겹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갭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고금리 상황이 여전하고 무엇보다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자칫 갭투자가 치명적인 손실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파트 공급부족 사태에 부실화된 부동산 PF가 기름 끼얹어

최근 10년 연평균 실적과 비교하면 서울의 지난해 주택 건설 실적은 인허가 34.4%, 착공 27.5%, 준공 37.5% 수준에 불과하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물가 상승으로 공사비도 크게 늘어나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때문에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들면서 중장기적으로 집값 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토연구원은 내놓은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이라는 제목의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공급 실적은 인허가 38만9000호에 착공 20만9000호, 준공31만6000호 수준이었다. 과거 연평균(2005~2022년) 실적과 비교하면 인허가는 74.2%, 착공 47.3%, 준공 73.9% 수준에 멈추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전국 평균보다 더 심각한 수준임을 알수 있다.

특히 서울시에서 공급이 감소하는 이유는 금융비용과 원자재 가격 전반적인 비용이 오르다 보니 (정비사업지들의) 분담금이 오르고 (많은 사업지들이) 인허가 단계에 들어가는 것 조차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1일 ‘2024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를 열고 올해 국내 건설 수주가 지난해보다 10.4% 줄어든 170조2000억원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건산연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 경기 둔화 등으로 올해 전국 집값이 1.8%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전망은 엇갈린다.

건산연은 수도권의 경우 하반기 보합(0.0%)을 예측해 하락세가 멈출 것으로 봤다. 수도권 집값은 올해 들어 4월까지 0.5% 하락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최저가 매물이 소진되며 저점을 보인 후 매물이 일부 거래돼 지수상 소폭 상승세를 보이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저 효과에 의한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하는 대목은 올해 집값 예상이 아니라 건설 수주가 2년 연속 감소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이렇게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장기화된 고금리와 주택 경기 하강으로 부동산PF의 부실화가 심화되고 있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니까 ‘고금리, 고물가, 주택수요 감소건설사 부실화에 따른 주택건설 및 공급 차질아파트 가격 상승’이라는 기묘한 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결국 내년에 이어 내후년이 되면 주택공급 부족이 본격화될 것이고, 다시 한번 부동산 급등이라는 악몽이 찾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본다.

주택 관련 당국자들은 지금이라도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는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공급 차질에 따른 비정상적인 부동산 급등세를 미연에 차단하는 정책 조합을 효과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