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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현미경]"4500억 거머쥔 이수만만 웃었다"...방시혁, 작년 1300억 날렸다

-하이브, 28일 보유 SM지분 3.2% 블록딜 방식으로 장외매각
-작년 카카오와 SM 인수전서 물러나면서 입은 평가손실 등 1372억원
-이번 매각으로도 아직 2700억원 이상 회수 못해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BTS로 유명한 방시혁 의장의 하이브가 그동안 보유 중이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지분 3.2%를 지난 28일 장 개시 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고 29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장외매각 처분대상 주식은 모두 75만5552주(지분율 3.25)로, 주당 9만531원에 처분,  처분대금은 모두 683억9816만원에 달한다. 처분 후 남은 SM 지분은 221만2,2237주로, 지분율로 따지면 9.38%다. 

이를 위해 하이브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어 지분 처분을 결의했으며, 27일 장 마감 후 삼성증권 주관으로 수요예측에 나섰다. 수요예측 하루만인 28일 장 개시 전, 장외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아 수요예측에서 원매자를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측은 공시에서 SM 지분 일부 장외매각의 목적을 ‘투자자산 관리 효율화’라고 밝혔다.

하이브는 작년부터 하이브가 SM 지분 때문에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SM 주가가 오른 틈을 이용, 지분 일부라도 매각 처분해 현찰도 챙기고 평가손실 규모도 줄이겠다는 설명으로 보인다.

하이브의 지난 28일 공시

 

하이브는 작년 2월 SM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로부터 SM 지분 352만주, 14.8%를 주당 12만원씩, 모두 4558억원에 인수했다. SM을 이수만씨로부터 인수하겠다는 목적이었다. 이후 공개매수로 지분 0.98%를 281억원에 더 확보했다.

하지만 같이 SM 경영권 인수전에 뛰어든 카카오가 SM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하자 하이브는 인수 중단 결정을 내리고 경영권 인수전에서 철수했다. 또 카카오의 공개매수에까지 응해 보유 지분을 8%대까지 낮췄다.

하지만 1년 후인 지난 3월 이 전 총괄프로듀서의 잔여 지분 3.65%, 86만8948주를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더 확보, 보유 SM 지분이 다시 12.58%로 늘어났다. 이 풋옵션 행사에 1040억원이 또 들어갔다고 한다.

2024년 3월말 기준 SM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주주 현황

 

 

문제는 SM엔터 주가였다. 작년 2월 주당 평균 7만7750원이던 SM 주가는 작년 8, 9월 13만원대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계속 하락, 올 초에는 7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당연히 하이브는 작년 보유 주식의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하이브는 지분 12.58%를 보유 중인 상장기업 SM엔터를 종속기업이나 관계기업이 아닌, 언제든지 매각 가능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SM이 상장기업인데다, 카카오에서 경영권을 뺏어올 가능성도 거의 없으니 언제든 팔아 치울 수 있는 금융자산으로 분류해놓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주식을 처분하면 처분이익이지만 처분하지 않고 보유만 하고 있으면 주가에 따라 평가이익이나 평가손실이 회계장부에 즉각 반영된다. 회계상으로는 금융수익이나 금융비용으로 분류돼 영업손익이 아닌 당기손익으로 처리된다.

하이브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 별도기준 금융수익은 2782억원으로, 22년 1711억원보다 1071억원 늘었다. 공개매수에 응해 SM 주식을 처분한 이익 등이 923억원(22년은 33억원)이나 생긴데다 배당수익도 전년대비 350억원 가량 늘어난 덕이었다.


하이브의 2023년 별도기준 금융수익

 

그러나 같은 기간 금융비용도 1183억원에서 3395억원으로 2212억원이나 늘었다. 금융수익 증가폭보다 2배 이상 크다.

SM 주가가 떨어지면서 SM주식 평가손실 등이 1372억원(22년 375억원)이나 생긴데다 전환사채 등 금융부채 평가손실도 1412억원(22년 117억원)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부채 평가손실에 대해선 사업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2021년 발행한 사모전환사채 4000억원의 조기상환권이 올해 11월로 임박한데 따른 관련 손실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브의 2023년 별도기준 금융비용

 

여기에다 영업외기타비용도 22년 188억원에서 23년 1685억원으로 1500억원 가량 급증했다.

미국 종속 자회사인 하이브아메리카에서 생긴 손상차손 1528억원과 관계기업인 케이크에서 생긴 86억원의 손상차손 때문이다. 하이브아메리카 등의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져 생긴 손상차손이다.

이같은 3가지 큰 영업외손실이 작년에 발생하면서 하이브 본사 기준 별도 영업손익은 작년 258억원 흑자였는데도 당기손익은 1900억원 적자로 큰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대규모 적자에 SM 주식의 대규모 평가손실이 큰 기여를 했음은 물론이다.

다행히 하이브의 국내외 종속 자회사들이 작년에 영업을 잘 해주어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연결기준 작년 순손익은 1834억원 흑자로 바뀌었다.

미국 자회사인 하이브아메리카는 작년에도 1424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빅히트뮤직이 1403억원, 하이브재팬이 498억원,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602억원, 쏘스뮤직이 121억원, 요즘 문제가 되고있는 민희진 대표의 어도어도 265억원, 빌리프랩이 52억원의 흑자(당기순익)를 각각 내주었다.

하이브 종속 자회사들의 2023년 영업실적(()는 적자)

 

다행인지 올들어 1분기에는 보유주식 등 금융자산 평가손실이 2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작년 1분기 평가손실 1014억원에 비하면 엄청나게 줄어든 것이다. 작년 계속 내리막길이던 SM주가가 올 1분기에는 큰 변화없이 횡보 장세를 보인 영향이 큰 탓으로 보인다.

지난 3월 7만원대까지 떨어졌던 SM 주가는 지난 27일 9만5800원(종가기준)까지 다시 올랐다. SM 소속 가수들인 NCT드림, 에스파 등의 컴백 효과 등이 반영됐다고 한다. 반면 하이브 주가는 민희진 사태와 뉴진스 활동 위축 우려 등으로 계속 약세다. 하이브의 올 1분기 실적도 ‘어닝쇼크’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 때문에 어차피 SM 경영권을 다시 넘보기 어려운 하이브 입장에서는 작년 내내 SM 주식 평가손실 등으로 마음을 졸인 터여서 올해 SM 주가가 다시 오르는 틈을 노려 일부라도 처분해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브의 본사(별도)기준 2023년 손익계산서(()는 적자표시)

 

계속 오르던 SM 주가는 28일 하이브의 대규모 블록딜 매각 소식이 전해지며 하룻동안 5.3%나 떨어졌다. 하이브가 남은 지분을 또 대거 내다팔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면서였다. SM 주주들사이에서는 “하이브가 SM 오르는게 배 아팠냐”, “에스파를 못 밟으니 주가를 밟는다” 등의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작년 2월 이후 하이브가 SM 주식 인수나 공개매수, 풋옵션분 인수 등에 투입한 자금은 모두 5879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반면 작년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해 회수한 매각대금이 2490억원, 28일 블록딜매각으로 회수한 자금이 683억원 등 그동안 회수한 자금은 3173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아직 하이브가 회수하지 못한 돈은 2706억원에 달한다. 투자원금에 아직도 훨씬 못미치고 있다. 물론 최근 SM 주가가 다시 올라 작년의 평가손실은 평가이익으로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부상 이익일 뿐이다.

민희진 사태와 올해 영업부진 등으로 현찰이 많이 필요한 하이브로선 SM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남은 지분을 계속 내다팔 유혹이 계속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이브의 자회사 실적 포함, 연결기준 손익계산서(()는 적자)

 

방시혁 하이브 창업자는 BTS 대성공 등으로 최근 10여년 간 엄청난 성공가도만 걸어왔다. 하지만 작년 이후 이수만 SM 창업자와의 지금까지 SM 인수거래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이수만 창업자에게만 좋은 일 시켜주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작년에는 이수만 때문에, 올해는 민희진 때문에 방시혁 의장이 계속 식은 땀만 흘리고 있는 양상이다.

한편 그동안 계속 점입가경 상태를 보여온 하이브 창업자 방시혁 이사회 의장과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은 31일로 예정된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가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 주총 의결권 행사 제한 가처분 신청서도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임시주총 전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법원이 하이브의 손을 들어주면 하이브는 임시주총에서 민 대표를 포함한 이사회 멤버들을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민 대표가 승리할 경우 얘기가 확 달라진다. 5월31일 임시주총은 사실상 필요없이 지고,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