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연결 매출 20% 늘었으나 영업이익 8.7억원에 당기순손실 165억원 기록...영업이익률 0.12%로 추락
-매출 85% 차지하는 건설부문은 영업적자 기록...공사원가 급등으로 건설부문 매출원가율 94%까지 치솟아
-미청구공사, 매출채권 등 급증에 장단기 차입 크게 늘리는 고육책 동원...부채비율 488%로 치솟아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고금리 및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상당수 건설사들이 크게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코오롱그룹 최대 계열사이자 주력이 건설업인 코오롱글로벌도 건설사업 부문이 올들어 영업적자로 빠지고 재무구조가 많이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자재값 등 공사원가가 계속 오르고 분양성적 등도 신통치 않아 현금흐름이 악화하는 반면 부동산PF 미착공현장 대응 등 당장에 투입해야 할 돈은 많아 장단기 차입을 올들어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공시된 코오롱글로벌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 1분기(1~3월) 연결기준 매출은 7024억원(별도 6846억원)으로, 작년 1분기 5866억원에 비해 19.7% 늘어났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2년 1분기 1666억원, 23년 1분기 127억원에서 올 1분기에는 8.7억원으로 크게 줄면서 겨우 영업적자를 모면했다.
금융비용과 기타영업외비용 급증 등으로 1분기 당기순손익은 165억원 적자로, 작년 1분기 1.1억원 적자에 비해 적자폭이 크게 늘어났다.
22년 1분기만 해도 5.64%에 달했던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1분기 2.28%, 올 1분기 0.12% 등으로 계속 크게 떨어지고 있다.
매출이 많이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건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계속 오르면서 공사비 등 원가가 급등한 것이 우선적인 원인이다. 매출 중 매출원가의 비중을 뜻하는 매출원가율을 보면 22년 1분기 87.8%(별도 88.1%)에서 작년 1분기에는 90.4%(90.9%), 올 1분기에는 92.9%(93.3%)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매출 중 85% 정도는 건설 부문이고, 나머지는 무역과 골프장관리수입 등이다. 건설계약 매출과 매출원가로만 따지면 매출원가율은 작년 1분기 91,3%, 올 1분기 94.2%(연결기준)다. 건설부문의 원가율이 더 높고 상승폭도 더 가파르다.
공사원가가 이처럼 급등하자 올 1분기 코오롱글로벌의 건설사업부문은 21억원 영업적자로 적자전환했다. 작년 1분기에는 95억원 영업흑자였다. 작년 1분기 20억원 흑자였던 무역부문은 올 1분기에도 24억원 영업흑자를 유지했다.
부채도 건설 부문 부채가 작년 말 1조8711억원에서 지난 3월말 2조4163억으로 크게 늘어 전사 부채 급증을 견인했다. 3개월만에 5452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다 각종 공사비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해 돈 흐름도 크게 막히고 있다. 공사진행 정도 만큼 받아야 할 공사비를 아직 제대로 청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뜻하는 미청구공사나 공사미수금, 매출채권 등의 수치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3월말 연결기준 미청구공사는 3566억원(별도 3548억원)으로, 23년 말 3055억원(별도 3005억원)에 비해 석달 사이에 511억원(16.7%)이나 늘어났다. 22년 말 이 수치는 2481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공사미수금이나 미청구공사는 국내주택 부문에서 1522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국내토목 936억원, 국내건축 582억원 순이다.
미청구공사 잔액이 특히 많은 이 회사의 공사현장들은 부산 초읍2구역 주택재개발사업(356억원), 김해 율하 지역주택조합 신축공사(298억원), 광명~서울간 고속도로(216억원), 대전 선화동2 주상복합(139억원), 대전 선화동 주상복합(128억원) 등이다.
매출은 일으켰지만 아직 돈이 입급되지 않고 있는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잔액도 22년 말 3930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작년 말에는 6493억원, 지난 3월말에는 7625억원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도 630억원, 1211억원, 1331억원 등으로 계속 증가세다.
미청구공사, 공사미수금, 매출채권, 재고 등이 계속 늘어나면 꼭 써야할 현금이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
영업활동을 통해 회사에 들어오는 현금(영업활동현금흐름)은 작년 1분기 이미 -1572억원에 달했고, 올 1분기에도 -132억원으로 들어오는 현금보다 나가는 현금이 계속 더 많았다. 투자활동을 통해 들어오거나 나가는 현금(투자활동현금흐름)도 올 1분기에는 -2160억원으로 나가는 돈이 훨씬 많았다.
투자활동으로 나가는 돈까지 더 급증한 것은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을 맡은 부동산PF 관련 시행업체(케이지선화제일차)의 후순위사채를 올 1분기에 1685억원이나 사줘야했기 때문이다. 부동산PF 시행사의 돈줄이 마르자 당초의 신용보강 약속대로 시공업체인 코오롱글로벌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있는 부동산PF 현장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다른 채권자들보다 원금 회수 순서가 한참 밀리는 후순위채라, 계획된 일정에 따른 자금 회수 실패, 프로젝트 중단 등이 발생할 경우 코오롱글로벌의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
이렇게 이러저리 현금이 마르는데다 부동산PF 미착공현장 위험 대응 등 시급한 현금도 필요하다보니 코오롱글로벌로선 각종 차입을 우선 늘릴 수 밖에 없다. 이 회사의 단기차입금 및 회사채 발행잔액(연결)은 22년 말 2344억원에서 23년 말 3509억원, 지난 3월말 3739억원 등으로 계속 증가세다.
장기차입금 및 장기회사채 발행잔액은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같은 기간 1963억원에서 4658억원, 8511억원 등으로 작년 한해 동안 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올들어 석달 동안에는 무려 82.7%나 늘었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작년말 364%(별도 333%)에서 지난 3월말 488%로 석달 사이에 무려 124%포인트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비율도 101%에서 151%로 급등했다. 올들어 특히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하는 양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제의 부동산PF관련 우발부채들을 올들어 많이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말 현재 PF관련 신용보강액은 모두 1조4976억원으로, 작년 말 1조8166억원에 비해 석달 사이에 3190억원 줄었다. 신용보강은 연대보증, 자금보충, 책임준공 미이행시 조건부 채무인수나 손해배상 등을 말한다. 부동산PF사업이 잘 안될 경우 코오롱글로벌이 대신 책임을 져야 할 건들이다.
그러나 우발부채가 줄더라도 고금리와 지방분양경기 침체, 공사비 증가현상 등이 지속되는 한 단기간에 현저한 실적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다른 많은 국내 건설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23년 시공능력평가순위 19위 정도인 건설업체다. 지난 3월말 현재 공사도급 잔액은 국내토목 1.57조원, 국내건축 2.02조원, 국내 플랜트 4790억원, 국내주택 6.58조원, 해외 도급 4783억원 등 11.65조원에 달한다. 작년 말 이 금액은 10.96조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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