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C이테크건설, OCI그룹내 소그룹인 SGC그룹 상장 건설사. OCI그룹 이회림 창업자 차남인 이복영 회장 일가가 독립경영중.
-작년 매출 증가에도 적자전환. 원인은 부동산PF에 과다하게 신용공여해준 때문
-신용공여 제공한 물류센터, 공장, 오피스텔 등 줄줄이 차환 등에 실패...여기에 분양과 임차, 매각 등 부진도 공사대금 회수난 부채질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상당수 건설사들이 고금리와 원자재값 폭등 등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OCI그룹 상장 계열사인 SGC이테크건설도 작년 적자에 빠졌다.
13일 SGC이테크건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이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은 1조8636억원으로, 22년 1조5233억원에 비해 22%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215억원 및 340억원 적자로, 모두 적자 전환했다.
22년과 21년 이 회사의 연결 영업이익은 각각 332억원 및 690억원 흑자, 당기순익도 각각 519억원 및 695억원 흑자였다. 크지는 않지만 견실하게 꾸준히 흑자를 내오던 건설사가 작년에 적자에 빠진 것이다.
적자 전환 이유는 2022년 하반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을 괴롭히고 있는 과다한 부동산PF에 이 회사도 깊숙히 많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특히 공장 플랜트나 물류센터, 오피스텔 공사 등을 많이 취급하고 있다. 시행사들로부터 이 공사들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지급보증이나 책임준공, 자금보충약정 등의 신용공여(우발채무)를 제공해야 했는데,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시장 경색과 부동산 경기 저하로, 결국 이 우발채무들이 많이 현실화했다.
시행사들이 빌린 일부 PF대출이 차환에 어려움을 겪자 결국 보증을 선 SGC이테크건설이 만기 도래 유동화증권을 직접 매입하거나 자신의 신용공여를 기반으로 리파이낸싱(재대출)을 떠안아야 했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유동성 장단기차입금 및 회사채발행은 21년 말만해도 39억원에 불과했으나 22년 말에는 1416억원, 23년 말에는 1669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로 인한 이자비용만 21년 23억원, 22년 11억원에서 작년에는 126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렇게 떠안은 공사들은 자체 준공 이후 매각하거나 분양, 임차 등을 통해 공사대금을 회수하면 해결된다. 하지만 이 회사 우발채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류센터들이 특히 산업 내 공급과잉 등으로 임대차 계약 체결이나 분양, 매각이 잘 안되고 있는게 문제다.
수원 주상복합이나 청라 오피스텔 등 이 회사가 떠안은 분양형 건축현장들도 분양실적이 저조, 공사대금 회수가 잘 되지 않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에 따르면 SGC이테크건설이 신용공여를 제공한 사업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23년 9월말 기준 2210억원)의 경우 물류센터 공급 과잉으로 임차인들의 요구 조건이 높아져 임대차나 매각 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높은 인건비 등 인플레이션 영향에 따른 공사비 증가로 고분양가가 책정되는 바람에 분양실적은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공사비 급증으로, 공사를 맡은 SGC이테크건설의 원가부담도 크게 높아졌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각종 비용들 중 재료비(연결기준)는 22년 4180억원에서 23년 6569억원으로 1년 사이에 57%나 급증했다. 하청업체 등에 지급하는 외주비도 작년에 13.6% 증가했다.
공사매출 중 원재료비, 공사현장 인건비 등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매출원가율은 21년에만 해도 89.4%였으나 22년에는 94.8%, 23년에는 97.9%로 계속 크게 상승했다. 공사비를 제대로 받더라도 별로 남는게 없는 공사들이었다.
그 공사비마저 제대로 못 받고 상당수 시행사 채무를 고스란히 떠안게 생겼으니 건설사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2017년 이 회사가 수주한 폴루스 DREAM Project cGMP공장 신축공사의 경우 공사 납기는 2019년이지만 여러 이유들로 공사가 늦어져 현재 공사 진척률이 95.8%다. 그러나 이 공사의 미청구공사 139억원과 공사미수금 276억원 등 아직 못 받거나 청구조차 못한 공사대금 415억원에 대해서는 100% 전액 SGC이테크건설이 손실충당금을 설정해놓고 있다.
공사대금을 사실상 모두 떼였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손실충당금을 설정하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 이익을 까먹게 된다.
지난 2월말이 납기로, 공사진행률이 100%인 대구 감삼동 THE LIV 공사에도 아직 공사미수금이 280억원이나 남아있다. 작년 11월말이 납기로, 역시 공사진행률 100%인 인천 주안역 미추홀구 더리브 주상복합 신축공사의 공사미수금도 아직 450억원에 달한다. 미분양 등으로 아직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들이다.
작년말 기준 SGC이테크건설의 최대주주는 SGC에너지(32.9%)이고, 이복영과 이우영도 각각 6.11% 및 5.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SGC그룹은 OCI그룹 고(故) 이회림 창업자의 차남인 이복영 회장(77) 일가가 현재 최대주주인 그룹으로, SGC에너지, SGC이테크건설, SGC솔루션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친족 관계 때문에 아직은 OCI그룹 내 소그룹으로 독립 경영하고 있다.
소그룹의 지주사 격인 SGC에너지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우성 사장(19.23%)이며, 차남 이원준씨와 이 회장도 각각 17.71%, 5.15%를 보유 중이다. 이 회장과 아들들은 OCI그룹의 지주사인 OCI홀딩스의 2대주주들이기도 하다.
작년 12월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와 한기평은 SGC그룹의 주력사인 SGC에너지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한 단계씩 하향조정했다.
강등 이유로는 SGC에너지의 종속 자회사인 SGC이테크건설의 PF우발채무 리스크 확대로 그룹 지원부담이 현실화된 점, 건설경기 악화로 전이된 계열 위험의 단기 내 해소 가능성이 제한적인 점 등을 들었다.
한기평에 따르면 원래 플랜트가 주종목이던 SGC이테크건설은 2020년~2021년 저금리 시기에 원창동 물류센터 등 토목-건축사업을 크게 확대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준공 지연으로, 책임준공의무 등을 제공한 사업장의 우발채무가 현실화, SGC이테크건설의 신용보강을 통해 자금보충약정 등을 속속 체결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초기에는 리스크가 낮은 우발채무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하는 등 리스크가 높은 우발채무(자금보충약정 4066억원) 규모가 확대되었고, 대여금 지급(200억원), 사모사채 및 일반차입금(810억원)에 대한 연대보증 등 직간접적 지원도 늘어났다.
SGC이테크건설 시공 현장 관련, PF차입금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은 2021년까지 전무했지만 2022년 말에는 695억원, 2023년 9월 말 406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우발채무를 떠안은 사업장들은 매각이나 분양, 임차 등으로 우발채무와 공사대금 모두를 해소해야 하는데, 건설경기 침체와 고금리 지속 등에 따른 미분양 장기화 등으로 해소가 아직 제대로 안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2023년 10월 중대재해법 위반에 따라 받은 영업정지 행정처분도 부담요인이다. SGC이테크건설은 2022년 10월 경기 안성시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로 영업정지 8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영업정지가 토목건축공사업에 한정되었고 계열의 주력 사업이 플랜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업리스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토목 부문 매출액이 2022년 기준 33.7% 비중으로 낮지 않은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미래 영업현금창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기평은 현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행정처분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전망이나, 여전히 영업정지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어 사업안정성에 부정적이라고 작년 말 평가했다.
한기평은 또 부동산 경기악화와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자금시장 경색 등 사업진행에 불확실성 요소가 산재해 있어 중단기적으로 SGC에너지의 직간접적인 재무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밝혔다.
SGC그룹은 계열사들끼리 부당 내부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돼 작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한편 OCI그룹은 고(故) 이회림 창업주의 세 아들과 그 후손들이 현재 ‘한 지붕 세 가족’ 형태로 그룹을 나누어 경영하고 있다.
장남 고(故) 이수영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회장이 현재 OCI그룹 회장으로 OCI홀딩스와 주력사 OCI를 책임지고 있고, 차남 이복영 회장 가문이 SGC그룹, 3남 이화영 회장 가문이 유니드그룹을 각각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세 가문이 모두 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 지분을 공동 보유하고 있어 OCI 계열로 묶여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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