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8천억에 인수한 요기요 연속적자로, 전체실적에 큰 부담. 작년 4분기 1186억 적자 기록하기도
-회사측은 요기요 등 공정가치 평가손실 때문이라고 설명. 요기요 말고 다른 요인들도 있는듯
-21년이후 의욕적으로 허 부회장이 추진한 대규모 투자들 대부분 적자. 속도조절 나서고 있지만 요기요는 더 뇌관될수도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편의점 업계 1위 GS리테일은 지난 6일 발표한 작년 잠정영업실적에서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5.3% 늘어난 11조318억원, 영업이익은 12.4% 늘어난 4050억원으로 각각 잠정집계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2022년 476억원보다 48.1%나 감소한 247억원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작년 1~9월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때까지만 해도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는 물론 당기순익도 전년동기보다 무려 201%나 증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작년 4분기 당기순익은 1186억원 순손실(적자)을 기록했다. 3분기만 해도 719억원 흑자였는데, 4분기에 대폭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작년 4분기에 당기순익만을 급감시킨 특별한 이유들이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작년 4분기에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이 의문에 대해 GS리테일측은 요기요 등의 공정가치 평가손실을 반영한 때문이라고 짤막하게 설명했다.
실제 GS리테일의 작년 4분기 영업실적보고서를 보면 요기요 등의 공정가치 평가손실 반영으로, 작년 4분기에만 1962억원의 영업외손실을 입었다. 이런 4분기 영업외손실 규모는 22년 4분기의 516억원보다 순손실규모가 1446억원이나 급증한 것이다.
GS리테일은 배달의 민족에 이어 현재 배달앱 업계 2위인 요기요를 2021년8월 사모펀드 컨소시움과 함께 8천억원에 인수했다. GS리테일의 지분은 30%로, GS리테일의 초기 취득원가는 3077억원으로 장부에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인수하자말자 요기요 이용자수가 계속 급감하고 1위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대규모 적자 행진이 이어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요기요의 당기순손실은 2021년 343억원, 2022년 860억원에 이어 작년 1~9월에도 52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30% 지분을 갖고 있는 GS리테일은 21년 103억원, 22년 257억원, 23년 1~9월 158억원의 지분법 손실을 각각 입었다. 각종 지분법 손실이 반영된 GS리테일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평가손실은 23년 1~9월 207억이었다. 이중 요기요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이 158억원이고, 나머지 49억원은 다른 지분투자 등에서 입은 손실로 보면 될 것이다.
작년 1~9월 요기요 지분투자에서 GS리테일이 입은 평가손실은 158억원에 불과한데, 어떻게 작년 4분기 회사 전체 영업외손실은 1962억원에 달했을까?
작년 전체 사업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아 정확한 실체와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2022년의 수치들을 보면 대충 추정은 해볼 수 있다. 2022년 연간으로 요기요 때문에 입은 GS리테일의 지분법손실이 257억원인데, 22년 전체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평가손실은 1234억원에 달했다. 22년에도 1~9월 평가손실은 191억원에 불과했다.
22년에도 4분기에 한꺼번에 평가손실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요기요의 연간 전체 평가손실 규모로 보아 22년과 23년의 4분기 평가손실 급증이 전적으로 요기요 때문만은 아님을 추정해볼 수 있다.
다만 GS리테일이 요기요에 대해 작년 4분기에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했다면 작년 4분기 평가손실이 갑자기 급증했을 수는 있다. 실제 GS리테일이 인식한 요기요의 장부가를 보면 21년 9월 최초 투자시 취득원가 3077억원에서 21년말 2972억원, 22년말 2712억원, 23년 9월말 2562억원 등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매년 지분법 손실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요기요의 시장가치 급락추세를 감안하면 실제 회수가능금액은 이 장부가보다도 훨씬 더 떨어져 있을수도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작년 4분기에 GS리테일이 요기요 손상차손 검사를 했다면 작년 4분기의 대규모 평가손실과 적자는 수긍이 갈 수 있다.
하지만 22년 4분기 요기요 손상차손이 없었는데도 22년 전체 평가손실은 1천억을 넘겼다. 이럼 점으로 봐선 작년 4분기에도 손상차손이 없었고, 요기요외 다른 부문에서 대규모 평가손실 등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작년 1~9월 적자규모가 컸던 국내외 관계기업들로는 미래에셋GS리테일신성장투자조합제1호(공동기업 당기순손실 205억원), Digital Concept LLC(114억원), 펫프렌즈(136억원), MERANTI ASEAN GROWTH FUND L.P(330억원), ODK Media Inc.(45억원), Astro GS SHOP(76억원), 코레이트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1호(57억원) 등이 있다.
이들 관계기업들이나 요기요가 4분기에 1~3분기보다 몇배 큰 적자가 났거나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했다면 4분기 1962억원의 영업외손실은 얼추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요기요나 관계기업 이외 영역에서 대규모 영업외손실을 작년 4분기에 또 입었을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4분기 GS리테일은 모바일앱 및 디지털커머스 부문인 GS프레시몰 사업에서 철수하고, 온오프라인 쇼핑플랫폼인 텐바이텐 지분을 매각한 적이 있다. 프레시몰 철수로 GS리테일의 온라인 사업은 종전 3개 BU조직에서 퀵커머스 기반 우리동네GS와 홈쇼핑 기반 GS샵 2개로 재편됐다.
1개 사업 철수와 재편의 이유로, GS리테일 측은 효율성 제고를 통한 수익개선 등을 들었지만 디지털커머스 부문의 비효율로 인한 과도한 비용지출과 대규모 적자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프레시몰은 2022년 11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텐바이텐도 작년 1~9월 6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비효율과 적자가 심한 사업부문들을 작년 4분기에 도려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1회성 대규모 영업외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작년 4분기 대규모 평가손실과 적자가 요기요에서 났든, 다른 부문에서 났든 분명한 것은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0년 GS리테일의 경영 총책임을 맡은 후 야심차게 추진해온 사업다각화 또는 각종 신사업투자들이 속속 실패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투자실패가 작년 4분기 대규모 적자 등 영업실적 제약으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허 부회장은 경영책임을 맡자말자 ‘편의점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사업다각화와 신사업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0년에는 축산물의 제조, 가공 및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후레쉬미트를 하림그룹과 공동 설립했으며, 2021년에는 농산물 가공, 유통 및 판매를 주요 목적으로 퍼스프 지분 90%를 취득했다.
이와 함께, MZ고객 유입 확대를 목적으로 21년 냉동 PB 상품을 판매하는 쿠캣에 대한 추가 지분 투자를 진행. 최대주주(47%)가 되었다. 반려용품 상품력 강화 및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위해 어바웃펫을 인수했다.
또 21년2월 배달대행업체 부릉에 508억원을 투자했고, 그해 8월에는 요기요를 3077억원에 인수했다. 21년 8월 무신사에 90억원, 21년12월 카카오모빌리티에 650억원, 22년1월 쿠캣에 550억원을 각각 투자하기도 했다.
실제 2021년부터 23년 상반기까지 부동산펀드를 제외한 GS리테일의 신규 투자 기업은 모두 23곳, 투자 금액은 5425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GS리테일은 ‘유통업계의 큰손’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다각화 투자를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최고경영자로서, 회사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각화든 신사업이든 투자를 결단하는 것이 맞다. 또 모든 투자가 성공할 수는 없고, 10개 중 단 몇 개라도 확실히 성공하면 성공이랄 수 있다.
하지만 GS리테일과 허연수 부회장의 최근 몇 년 연속투자 행진의 중간 성과를 보면 지금까지 성공작이이라고 볼만한 게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 성과가 없지만 미래 성공가능성이 높아도 성공이랄수 있는데, 이런 잠재 성공 투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실제 허 부회장이 2020년 이후 인수 또는 지분투자한 업체들의 작년 1~9월 성적표를 보면 후레쉬미트(당기순익 -8500만원), 퍼스프(-16억원), 쿠캣(-91억원), 어바웃펫(-131억원), 부릉(-645억원), 요기요(-525억원), 무신사(-70억원), 카카오모빌리티(-277억원) 등 대부분이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투자 성과가 신통치 않자 GS리테일은 투자 패턴을 일부 바꾸고 있기도 하다. 작년 3월 쿠캣 오프라인 매장을 전부 정리해 인건비, 매장 운영비 등의 비용 절감에 나섰고, 이어 작년 4분기에는 프레시몰 철수와 자회사 텐바이텐 매각을 단행했다.
2022년에도 GS파크24를 매각한데 이어 CJ의 올리브영에 크게 밀리던 헬스엔뷰티 사업 ‘랄라블라’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일부 방향 선회로 사태가 진정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요기요 같은 경우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요기요는 몇 년 전만 해도 배달앱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2위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이 자리를 쿠팡이츠에 내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요기요 사용자 숫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동시에 쿠팡이츠가 공격적 프로모션을 통해 사용자를 대거 확보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을 봐도 1위 배달의 민족은 3조원선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요기요는 2640억원선으로, 그 격차가 11배를 넘고 있다. ‘1위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쿠팡과 전통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볼 수 있듯 온-오프라인 유통업에서는 1위와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따라잡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1위와의 격차가 커질수록 몸값 추락 속도는 더 빨라진다.
GS리테일과 허 부회장은 지난 21년 요기요 인수때 5천억원 이상의 사모펀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복잡한 옵션계약을 체결해놓은 바 있는데, 요기요의 몸값이 추락할수록 이것이 더 큰 족쇄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시 GS리테일은 일정 기간 동안, (사모펀드)투자자들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요기요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고, 보유기간 동안 우선매수권, 동반매도참여권, 동반매도요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옵션계약을 체결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사모펀드들의 속성 상 자신들의 투자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때 GS리테일에 책임을 묻는 내용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만약 사실이라면 GS리테일의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런 족쇄조항이 없더라도 요기요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고, 몸값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최악의 경우 투자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GS리테일과 허연수 부회장의 투자 방식이나 스킬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참신한 선도투자라기 보다는 경쟁업체들이 과거에 실행한 투자 대상이나 방식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다 당한 케이스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투자대상 선정 및 투자방식에서 허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의 독단이 지나치게 개입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GS리테일의 다른 사업 부문들인 편의점과 수퍼, 호텔 등은 여전히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의 김명주 연구원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GS리테일이 영업적자가 이어지던 프레시몰(디지털 부문) 사업에서 작년 12월 완전 철수한 체질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해당 사업 철수로 올해만 영업이익 350억원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스웨이브][게이트]코오롱인더스트리, 투자한 시제품 기술 검증 ‘오리무중’ (1) | 2024.02.15 |
---|---|
[뉴스웨이브][게이트]한독 '역성장'…국내 판권 종료에 '발목’ (1) | 2024.02.14 |
[뉴스웨이브][IPO]‘완전자본잠식’ 피노바이오, 상장 철회…임상진행도 가시밭길 (1) | 2024.02.12 |
[뉴스웨이브][게이트]LG헬로비전, 적자 폭 확대…‘영업권 휘발 속사정’ (0) | 2024.02.09 |
[뉴스웨이브][게이트]효성화학 특수가스 부문, ‘자회사 분할·매각’ 초읽기 (1) | 2024.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