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아진 기술특례 심사 문턱
- 작년 5월 예심청구 후, 9개월만에 포기
- 2022년 자본총계 –550억
[편집자주]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 투자심리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어급 종목들이 차가운 시장 분위기에 IPO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공모를 철회했다. 증시는 한 나라 경제의 바로미터다. 한국 증시가 만년 천수답에서 벗어나려면 투명한 IPO를 활성화해야 한다. 뉴스웨이브는 IPO 준비기업의 가려진 시간과 이로 인한 사업·지배구조 개편·배당정책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항암치료제 개발사 피노바이오가 돌연 기업공개(IPO) 심사를 철회했다. 심사가 9개월이 넘도록 장기화해 자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파두 사태가 기술특례를 통한 기업공개(IPO)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하고, 당국이 심사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터라 심사 철회 배경에 관심이 쏠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피노바이오는 최근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철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지난해 5월 4일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 청구했다. 이후 9개월을 기다리다 포기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신약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진척도 보완 요구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피노바이오의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은 NTX-301(혈액암), NTX-303(고형암), NTX-101(녹내장) 등이 있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청구서를 접수 받은 이후 2개월(45영업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대상 회사에 통보해야 한다. 청구서 보완 요청 시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피노바이오는 280영업일 간 상장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피노바이오가 기술 특례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서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보다 진척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당국은 신약개발 바이오 업종에 대해서 기술의 질과 완성도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기술이 실질적으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 IPO 이후 투자자 피해가 대량 발생한 영향이다.
기술특례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 역시 냉랭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술특례로 코스닥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총 35곳이다. 이는 2005년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첫 도입한 이후 가장 많은 기업이 상장한 한 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다수 회사는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뒷걸음질 쳤다.
노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 플랫폼을 내세워 상장에 나섰다. ADC는 비만치료제와 함께 가장 주목받은 분야다. 이미 제품 출시까지 이뤄낸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은 대부분 임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ADC 관련 기업 중에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가 선두주자로 꼽힌다. 피노바이오는 ADC 신약후보물질 4종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전임상단계에 있다.
업계는 레고켐바이오 이외의 다른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ADC 의약품 상용화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노바이오는 2017년 설립된 ADC 플랫폼 기업이다. 최대주주는 정두영 대표로 지난해 말 기준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 솔루션은 캠토테신 계열 약물을 기반으로 관련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기술 등이 있다. 지난해 1월 SCI평가정보로부터 A등급, 이크레더블로부터 BBB 등급을 획득하며 기술특례상장 첫 관문을 통과했다.
회사는 설립 이후 6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시리즈A 108억원, 시리즈B 100억원에 이어 2020년 11월 200억원 규모 Pre-IPO(프리 IPO)에 성공했다. 프리 IPO에는 IMM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아이온자산운용, 얼머스인베스트먼트, 퀀텀벤처스코리아, KB증권 등 총 6개 사가 참여했다.
지난해 4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안국약품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고, 앞서 셀트리온과 에스티팜도 SI로 들어왔다. 이번 상장에서 기업가치는 1500억원을 인정받았다. 2020년 프리IPO 밸류에이션과 같은 몸값이다.
회사는 상장 철회로 재무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2022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55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통상 바이오기업들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순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당초 회사는 공모로 200억원을 수혈해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피노바이오는 재정비 후 다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장 예정 주식수는 639만5,666주, 이 중 공모 예정 주식수는 77만6,000주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 공동주관사는 KB증권이다.
'게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스웨이브][게이트]한독 '역성장'…국내 판권 종료에 '발목’ (1) | 2024.02.14 |
---|---|
[뉴스웨이브][현미경]GS리테일 허연수 부회장의 신사업투자들, 속속 실패 조짐 (0) | 2024.02.14 |
[뉴스웨이브][게이트]LG헬로비전, 적자 폭 확대…‘영업권 휘발 속사정’ (0) | 2024.02.09 |
[뉴스웨이브][게이트]효성화학 특수가스 부문, ‘자회사 분할·매각’ 초읽기 (1) | 2024.02.08 |
[뉴스웨이브][게이트]신원, 단기차입 급증…경영악화 '시그널' (0) | 2024.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