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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뉴스웨이브][IPO]‘정보보호 1호’ 환호가 절규로…노르마 상장 철회

- 지난해 9월 예심 청구, 다섯 달 만에 원점
- ‘기간 내 인증 획득 못해’ 실망에…밸류 위태
- 2022년 영업익 적자…기술성 특례 상장 트랙 활용


[편집자주]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 투자심리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어급 종목들이 차가운 시장 분위기에 IPO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공모를 철회했다. 증시는 한 나라 경제의 바로미터다. 한국 증시가 만년 천수답에서 벗어나려면 투명한 IPO를 활성화해야 한다. 뉴스웨이브는 IPO 준비기업의 가려진 시간과 이로 인한 사업·지배구조 개편·배당정책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노르마가 코스닥 상장을 철회했다. 예비심사 기간 내에 필요한 인증과 계약을 획득하지 못한 게 원인이다.

7일 뉴스웨이브 취재에 따르면 노르마는 지난 31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 철회 결정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14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5개월 만이다. 노르마는 기술특례상장 트랙을 활용해 IPO(기업공개)를 준비해 왔다. 예심 통과의 키를 쥔 ‘양자 사업 관련 인증’ 획득에 실패하면서 이번 상장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보호 1호’ 회사의 상장이 좌초되자 투자자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역시 당황하는 모습이다. 

노르마는 지난해 5월 기술특례상장 첫 관문인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며 연내 증시 입성이 유력했었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 혁신성이 인정되면 매출이 적거나 적자 기업이라도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대신 전문평가기관 2곳에서 우수 기술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거래소 지정 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와 한국발명진흥회는 노르마에 A(높은 기술), BBB(우수 기술) 등급을 매겼다. 디지털 보안 수요가 커짐에 따라 시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노르마의 기업가치를 1000억원대로 추정한다. 앞서 65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2021년 8월 시리즈C에서 110억원 투자를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노르마 IPO 추진이 ‘5개월 천하’로 끝나며 회사의 밸류는 위협받고 있다. 최근 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 기간이 이전보다 길어지며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상장 및 밸류 선정에 필요한 인증과 계약을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거래소의 예심 기간은 약 100일 이상 소요 되고 있다. 상장 예심을 청구한 기업들은 이 기간 동안 상장에 필요한 인증과 계약을 확보하는 추세다. 

노르마 홈페이지 갈무리.

일각에서는 지난해 상장한 SW 종목들 다수가 공모가를 밑도는 등 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어 향후 노르마 밸류 선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한 SW 업종의 17개 종목들의 주가 흐름은 처참하다. 17개 종목 중 13개 회사의 공모가가 밴드 상단 또는 그 윗단에 형성되며 수요예측에서는 흥행했지만, 17개 종목 모두 상장 이후 초기 기록한 고점을 넘은 종목은 단 한 곳도 없다.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종목도 6개 업체에 달한다. 노르마와 유사 업종인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샌즈랩의 경우, 전일(6일) 종가 기준 주가(9870원)는 공모가(1만500원) 대비 약 6%(630원) 떨어진 상태다.

주관사 제시한 실적 전망치는 대부분 빗나갔고,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높은 공모가로 상장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W 기업 중 상당수가 실적 없이 기술·성장성 특례 상장으로 입성했기 때문에 기대감과 실적 간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노르마가 하반기에 예심을 다시 청구해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노르마는 정현철 대표가 2011년 설립한 보안 솔루션과 컨설팅 업체다. 스마트홈 보안 부문에서 국내 유일 기술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양자 컴퓨팅에 대응한 암호화 기술을 선보였다. 최대주주는 52.31% 지분을 보유한 정 대표다. 2대 주주(13.24%)는 케이엘노르마다. 이 회사는 지난해 HDC그룹(현대산업개발) 계열인 HDC랩스로부터 10억원을 출자받아 이목을 끌었다. 

노르마는 2022년 연결 기준 매출액 98억원, 영업손실 34억원, 순손실 61원을 기록했다. 전년(31억원) 대비 적자 규모는 커졌고, 매출 역시 전년(100억원) 보다 줄었다. 자본금은 36억8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