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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동국산업 ‘허상 흑자’…흑자 포장 뒤 숨은 300억 적자

- 영업이익 120억에도 순손실 296억…구조적 비용 부담 여전
- 회계상 영업이익 회복에도 금융비용·손상차손이 잠식…재무 불균형 심화
- 수익구조 체질 개선은 ‘미완’, 기술을 둘러싼 법적 이슈 '진행중'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재근 기자

동국산업이 3년 만에 연결기준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당기순손실 296억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으며, 수익구조 개선이 여전히 ‘반쪽짜리’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관비 절감과 매출총이익 확대 등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었만, 고금리 기조와 투자자산 손상에 따른 충격은 그 이상의 속도로 재무 건전성을 훼손했다. 

◇ 매출 332억 증가…외형 확대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해
2024년 동국산업의 매출은 7902억원으로 전년 대비 332억원(4.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마이너스(-)271억원에서 120억원으로 반등하며 390억원 이상 개선됐다. 매출총이익 증가와 판관비 감소 덕분이다.

◇ 판관비 210억 절감…영업이익 ‘흑자 전환’의 실질 원인
매출총이익은 2023년 570억원에서 지난해 750억원으로 179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판관비는 841억원에서 631억원으로 210억원 줄었다. 영업이익 흑자 전환(391억원 개선)의 53% 이상이 판관비 절감에서 비롯됐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다만 이는 구조적 혁신이 아닌, 일회성 비용 통제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전년(206억원)보다 확대됐기 때문이다. 

◇ 금융비용 393억…영업이익보다 많아
회계 항목별 손익 구조를 뜯어보면 동국산업이 직면한 리스크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4년 금융비용은 393억원으로 전년(290억원) 대비 103억원 증가했다. 이는 동국산업이 기록한 영업이익(120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급격한 금융비용 증가는 단기차입금 증가와 고금리 환경의 결합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총차입금은 1년 만에 2조2233억원에서 3조120억원으로 44% 넘게 증가했다. 

동국산업 CI


◇ 손상차손 112억…투자 실패의 대가 
손상차손 역시 순손실 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24년 손상차손 등은 112억원으로, 전년(33억원) 대비 79억원 증가했다. 주된 원인은 관계사 동국알앤에스의 가치 하락이다. 2004년 분할된 이후 지속적인 실적 부진을 보인 이 기업은 이번에도 동국산업 연결 재무제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 총 520억원 이상의 손실 요인 발생…수익 구조 왜곡 드러내
여기에 더해 법인세비용은 48억원이 반영되며 총 520억원 가량의 손실 요인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영업이익 120억원을 모두 갉아먹고, 당기순손실은 296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손실은 전년(-206억원) 대비 90억원 악화된 수치로, 실적 반등의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영업이익이 개선(391억원)됐음에도 순이익이 되레 악화된 점은, 수익을 낼수록 손실이 커지는 ‘역마진 구조’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신사업 니켈도금강판, 사법 리스크 ‘변수’
시장에선 동국산업이 신사업인 니켈도금강판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시각이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니켈도금강판은 원통형 배터리 케이스의 핵심 소재로, 2030년까지 글로벌 수요가 8만 톤에서 75만 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산업은 1264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9월 생산설비를 구축했고, 현재 시제품 생산 단계에 있다.

그러나 기술을 둘러싼 법적 이슈는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동국산업은 니켈도금강판 관련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본사와 포항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수사 단계에서 이미 이 정도 수위의 강제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순한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 법적 다툼이 본격화될 수 도 있다. 

무엇보다도 해당 리스크는 단기적인 사업 차질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부담이다. 법적 분쟁이 현실화될 경우 동국산업은 손해배상 책임과 함께 관련 기술의 사용 중단이라는 중대한 경영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는 곧 대규모 투자금이 매몰 비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의미하며, 재무제표상 손상차손 인식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국내외 기업들은 기술 침해로 인한 패소 시, 투자자 신뢰 추락과 함께 수백억 원대의 손상차손을 계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