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증자 불가피한 선택…차입 부담 완화 목적
- 금융감독원, 유상증자 중점 심사 1호 대상 선정
-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 하락…주주 반발 거세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재근 기자
삼성SDI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회사 측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주가 하락과 금융감독원의 중점 심사 대상 선정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일반공모 방식으로 보통주 1182만1000주를 16만9200원에 새롭게 발행하며, 발행된 신주는 오는 6월 19일 상장할 예정이다. 유증 자금 중 4541억원은 시설투자 자금, 1조5460억원은 타법인증권 취득에 사용할 계획이다.
유상증자의 직접적인 배경은 급격히 증가한 차입 부담 영향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및 GM과의 북미 합작공장 투자 등으로 인해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했다. 2025년까지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에 2조4000억원, 2공장과 GM 합작공장에 추가 1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 대비 차입 부담이 급증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6조6205억원을 시설 투자비로 집행했다.
삼성SDI의 순차입금/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 전 이익) 비율을 보면, 2021년 1.0배, 2022년 0.6배, 2023년 1.1배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2024년에는 4.54배로 급등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의 핵심 지표로 EBITDA 마진 10% 미만과 순차입금/EBITDA 3.5배 초과를 들고 있는데, 삼성SDI의 경우 이 비율이 하향 트리거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차입 부담 증가를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만, 순차입금/EBITDA 지표를 단기간에 크게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는 2024년 들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감하며 재무적 부담이 커졌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내부 자금만으로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삼성SDI의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2022년 1조5978억원에서 2023년 1조5454억원으로 소폭 감소한 후, 2024년에는 3633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전년 대비 76.5%나 감소한 수치로, 핵심 사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순이익도 2022년 2조393억원에서 2023년 2조66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2024년에는 5755억원으로 72.1%나 급락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나타났다. 2022년 2조6410억원, 2023년 2조1035억원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록했지만, 2024년에는 마이너스(-)137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삼성SDI의 주가는 급락했다. 발표 당일(14일)은 전 거래일(20만4000원) 대비 6.18% 하락했고, 17일 오후 19만400원(-0.63%)까지 추가 하락했다. 현 주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0.6배다.
증권사들도 삼성SDI의 주가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은 목표 주가를 32만 원 → 24만원, LS증권은 목표 주가 19만5000원 → 16만5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은 유상증자가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왜 회사채 발행이 아닌 유상증자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공모채를 통해 1조6000억원을 조달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삼성SDI도 회사채 발행을 고려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조달 목표가 2조원 이상으로 워낙 컸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유상증자 심사 강화 분위기도 삼성SDI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IB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도 주가만 받쳐줬다면 유상증자 규모를 더 키울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금감원의 유상증자 심사 강화 기조를 감안해 2조원 수준에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SDI의 유상증자는 금융당국의 심사 대상에도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중점 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삼성SDI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유상증자 당위성,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 주주 소통 계획 등을 집중 심사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신고서가 주주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며 회사 측이 충분한 설명을 제공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심사는 오는 24~25일 대면 심사까지 진행될 예정이어서, 삼성SDI가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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