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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게이트]ABL생명, 후순위채로 버티기?…기본자본 ‘반토막’에 자본 건전성 ‘빨간불’

- 후순위채로 자본 확충
- 기본자본 비중 1년 새 절반 감소
- 자본건전성 질적 저하 심화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정민휘 기자

ABL생명보험(ABL생명)이 연이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서며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을 일정 수준 방어하고 있으나, 자본구조의 질적 하락이 심화되고 있다. 기본자본(지급여력금액) 비중은 1년 새 32.7%포인트 하락하며,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자본감독 고도화 흐름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BL생명은 지난달 26일 납입 기준으로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번 발행은 지난해 9월(2000억원)과 12월(1000억원)에 이은 세 번째로, 최근 6개월간 총 4500억원 규모의 보완자본을 조달했다. 

K-ICS 비율은 작년 2분기 144.5%까지 하락했다가, 하반기 자본 확충에 힘입어 4분기 기준 153.7%까지 회복된 상태다. 이번 발행 효과까지 반영 시 비율은 167.5%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ABL생명의 자본적정성 추이를 살펴보면, 2023년 4분기 기준 가용자본은 1조6618억원, 요구자본은 8936억원으로 K-ICS 비율은 186%에 달했다. 2024년 1분기 들어 가용자본은 1조5234억원으로 감소했고, 반면 요구자본은 9489억원으로 증가하며 K-ICS 비율이 160.1%로 급락했다. 이어 2분기에는 가용자본이 1조4182억원까지 떨어지고 요구자본은 9815억원으로 확대되면서, K-ICS 비율은 144.5%로 감독 당국의 권고치(150%)를 밑돌았다.

ABL생명보험 CI

이후 후순위채 조달이 반영된 3~4분기 들어 가용자본은 각각 1조6340억원, 1조6701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고, 요구자본도 동반 상승하며 K-ICS 비율은 각각 152.5%, 153.7%로 반등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보완자본 의존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 보면 자본의 질 저하가 더욱 뚜렷하다. ABL생명의 기본자본은 2023년 1조4485억원에서 2024년 9098억원으로 감소했다. 자산 재평가손, 적자 누적, 금리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기본자본 비중은 87.2%에서 54.5%로 떨어졌다.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113.3%에서 60.9%로 반토막(-52.4%p) 났다. 금융당국이 조만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권고기준(70% 전후)에 미달하는 수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BL생명의  K-ICS 비율 자체는 경과조치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며, 기본자본 축소는 장기적 건전성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표 방어를 넘어 실질적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ABL생명은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 편입을 기다리고 있으며, 금융위원회의 최종 인가는 오는 5월 중 나올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조건부 승인과 함께 자본 건전성에 대한 체계적 개선 요구가 수반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