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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게이트]소프트캠프, ‘테마주’ 착시…본업은 적자 늪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정민휘 기자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 소프트캠프가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구조적인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0년대 초반까지 안정적 이익 구조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2년 연속 영업손실과 3년 연속 매출 감소가 이어지며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상장유지 시가총액 기준 미달 위험까지 겹치면서 근본적인 사업 구조 재편 없이는 반등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프트캠프의 실적 추이를 보면 연결기준 매출 감소세는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2021년 205억6400만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2022년 190억1700만원, 2023년 184억8500만원으로 감소했고, 2024년에는 168억8700만원으로 떨어졌다. 3년 만에 매출이 18%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영업이익이다. 2020년 23억95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고마진 사업 구조를 유지했지만, 이후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2021년 영업이익은 11억1300만원으로 전년(23억9500만원) 대비 반토막 났고, 2022년엔 13억4200만원으로 소폭 개선됐지만 이듬해 다시 마이너스(-)25억6900만원으로 급전직하했다. 지난해도 -18억3100만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하며 두 해 연속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당기순이익 또한 같은 궤적을 밟았다. 2020년 18억2900만원에서 2021년엔 -17억4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2023년에는 무려 -59억6100만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3300만원으로 가까스로 흑자 전환했지만, 이는 일회성 요인의 가능성이 높아 지속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소프트캠프 CI

이 같은 손실 누적은 결국 자본잠식과 부채비율 증가로 이어졌다.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결손금 약 49억원을 기록 중이다. 차입금은 2023년 57억원에서 2024년 201억원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14.1%에서 233.9%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으로의 사옥 이전 대금이 주요 원인이지만,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이 47억원 인 것을 감안하면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운영자금 이외에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시장에서 문제 삼는 것은 실적 악화가 외부 경기 탓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동기간 주요 경쟁 보안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거나 최소한 성장 정체에 그쳤다. 소프트캠프의 DRM(문서보안) 주력 제품의 시장 축소와 더불어, 후속 먹거리로 추진한 구독형 솔루션, RBI, CDR 등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다.

소프트캠프는 최근 이재명 테마주가 됐다.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최근 주가가 오르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3일 기준 소프트캠프의 시가총액은 403억원이다. 지난 2일 이후 소프트캠프는 배환국 대표가 이 대표의 모교인 중앙대에서 학위를 마쳤다는 이유에서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실적이나 계약 수주와 같은 특별한 호재가 있어 주가가 급등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됐기 때문에 매수세가 몰렸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이 절실하지만, 실적 반등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 테마주로 엮인 단기 급등은 오히려 리스크만 키우고 있다.

'관련주'로 묶이기 지난 1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238억원 수준으로, 금융당국이 발표한 2028년 코스닥 상장유지 요건(시총 300억원)에 미달한다. 이대로 라면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기업공개(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는데, 매년 시가총액 요건을 강화해 2028년엔 300억원까지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이병주 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면 최소한 분기 기준 매출 성장세 전환과 수익 구조 정상화가 병행돼야 한다”며 “중장기적 IR 전략이나 파트너십 확대, 제품 포트폴리오 개편 등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테마주 이슈 종료 후 주가의 추가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