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매출 22.8% 증발...'2년 연속 감소'
- 전년이어 적자지속 및 결손 확대...완전자본잠식 상태
- 부동산침체에 공무원 인기 감소로 출판사업 등 전 사업 영역 뒷 걸음질
- 감사보고서, "회사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 스스로 밝혀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지하철 도배광고’로 유명한 온오프라인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2년 연속 대규모 적자 및 매출 감소에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까지 빠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매출 감소폭은 재작년보다 작년에 더 커졌다.
에듀윌 스스로도 감사보고서에서 “이런 상황은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불러 일으킬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에듀윌은 이에따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근 77.4억원 규모의 대주주 현물출자까지 실시했다. 추가로 수익성이 낮은 학원 폐원, 기존 아이템 철수, 조직구조 합리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기관투자자 투자유치 등의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개선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8일 에듀윌의 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1128억원으로, 22년 1462억원보다 22.8%나 줄었다.
에듀윌 매출은 2011년 258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공무원 및 공인중개사 온라인강의 등이 인기를 끌면서 2015년 488억원, 18년 815억원, 20년 1192억원, 21년 1556억원 등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2022년 1462억원으로, 1992년 회사 창립 이후 첫 감소세(감소율 6%)로 돌아선 후 작년에도 2년 연속 감소하면서 감소폭이 더 가팔라진 것이다.
22년에는 에듀윌의 주요 사업분야 중 양대 주력사업인 온라인강의와 출판사업 매출만 감소했으나 작년에는 두 주력 사업은 물론 온라인평생교육 및 오프라인 학원 매출까지 모두 감소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다른 교육업체들처럼 에듀윌도 코로나 비대면 교육특수 효과를 많이 봤는데 그것이 거의 끝났고, 경기불황에다 주 사업영역인 공무원과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생 수가 격감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2022년 보고서에서 “22년부터 에듀윌 매출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형편 없어진 것은 2021년까지 코로나19 수혜를 봤던 온라인강의 및 도서 매출이 위축된 것이 주원인”이라며 “2019년 이후 오프라인 학원 중심의 사업 확장을 무리하게 벌이다 수익성이 급격하게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 오프라인 사업을 확장하면서 온라인, 옥외, 지하철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공격적 마케팅으로 과다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과 2019년 주 4일제근무 전환을 하면서 2018년 말 464명이던 임직원수를 22년 말 874명으로 2배 가량 늘리면서 크게 늘어난 인건비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 매출이 이렇게 2년 연속 감소했는데도 매출원가는 23년 422억원, 22년 428억원 등 큰 차이가 없었다. 에듀윌의 원가관리에 문제가 많거나 매출원가 중 감가상각비(설비투자비), 인건비 등 고정비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나마 작년에 임직원수를 많이 줄이는 등의 구조조정 덕분에 판매관리비가 22년 1222억원에서 23년 825억원으로 많이 줄어 영업적자는 같은 기간 186억원에서 120억원, 당기순손실은 202억원에서 174억원으로 약간씩 줄었다.
그러나 2년 연속 적자로, 사내유보(이익잉여금)는 22년 말 -151억원(결손)에서 23년 -325억원으로 누적결손이 더 커졌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순자산)도 -51억원에서 -68억원으로 자본잠식상태가 더 커졌다.
2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그동안 쌓아둔 사내유보가 모두 사라지고,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져 초기 납입자본금을 완전히 다 까먹은 상태가 2년 연속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2년 말 268억원이던 단기차입금도 23년 말 420억원으로 급증했다. 단기차입금 차입금리도 최고 13%까지 치솟아 있는 상태다.
2022년부터 업황이 크게 악화하자 에듀윌은 그해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21년 395억원까지 늘어났던 광고선전비를 22년 328억원, 23년 133억원 등으로 크게 줄였다.
22년 하반기에는 주 4일제를 주 5일제로 다시 되돌렸고, 2015년 이후 거의 매년 실시하던 주주배당도 2021년부터 3년 연속 무배당으로 바꾸었다. 작년 1월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 탈출을 위해 7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2011년 첫 공시된 에듀윌 감사보고서를 보면 당시 이 회사의 주주들은 창립자인 양형남 당시 대표이사(42.1%), 그의 두 아들인 양기송-양기창 형제가 각각 27.9%씩, 그리고 윤영광이란 사람이 1.5%, 중소기업진흥공단 0.6% 등 모두 5인이었다. 현재 30세로 알려진 장남은 이미 17세 이전부터 아버지로부터 주식을 물려받은 셈이었다.
‘지나친 아빠찬스’ 등의 비판이 따가웠든지 에듀윌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주주명단과 지분율을 감사보고서에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감사보고서에는 주요 명단을 ‘양형남 외 2인 77.18%, 기타 16.81%, 자사주 6.01%’라고 다시 밝혔다.
양 창업자와 두 아들 지분이 2011년 97.9%에서 23년 말 77.18%로 많이 낮아지고 주주수도 5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늘어난 2명의 주주가 ‘기타 16.81%’이고, 이들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투자유치와 증자에도 작년 완전자본잠식 상태는 개선되지 않았다.
22년 말까지 양형남 창업자(62)의 공식 직책은 에듀윌 ESG위원회 회장이었다. 2016년 불미스런 모종의 사건 등 때문에 그룹 회장 직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작년 감사보고서에는 양 회장이 다시 대표이사로 되어있다.
에듀윌은 지난 2월 뿌린 보도자료에서 양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에 대해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 공무원 시장 위축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재도약을 위해 양 회장이 복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년 돌아온 양 회장이 벌인 최대의 구조조정은 단연 인력 대폭 감축이다. 22년 말 874명이던 임직원수는 23년 말 337명으로, 1년 사이에 무려 61%나 줄었다. 작년 8월에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나가던 복지포인트나 떡값 등도 과감히 줄였다.
작년 12월에는 매달 10일 정기 월급날에 월급 일부만 지급되고 나머지는 월말로 미뤄지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런 일도 에듀윌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22년 11월에는 자꾸 줄어드는 온라인 수강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험에 합격하면 수강료를 한달안에 전액 환급해준다고 공약했다가 22년 공인중개사 합격자수가 크게 늘면서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모두 80억원에 달하는 환급액을 감당 못해 약속기일인 작년 1월말까지 전액 환급을 못해 주었다. 일부 환급을 4월말로 연기하면서 여론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작년 단기차입 급증, 작년 초 70억원 긴급 유상증자 등도 이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듀윌은 자본잠식 해소와 자본확충을 위해 지난 2월 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현물출자를 통한 신주 발행(77.41억원)을 결의하고, 지난 3월말 법원 인가도 받았다. 양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들이 현물출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양 회장 등이 소유 부동산 같은 현물을 회사에 내놓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구조조정 만으로 대세를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공무원과 공인중개사 인기가 되돌아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에듀윌이 사업 다변화와 구조재편을 하지 않는 한 위기상태를 쉽게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1992년 직원 2명과 함께 ‘국가고시교육본부’라는 상호로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1995년 ‘텍스트뱅크’라는 이름을 거쳐 2003년 지금의 ‘에듀윌’로 정착됐다. 에듀윌은 그 후 국가공인자격증 및 공무원 교육, 기업교육, 직영학원 운영, 종합출판 등으로, 사업영역을 계속 확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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