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작년 9월말 부동산PF대출 1.3조원...전체 대출의 51.4%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영업
-각종 취급금리도 유난히 고금리. 카드론과 결제성리볼빙 3월 평균금리는 업계 1위.
-카드 모집비용도 덩치 비해 과다
-관련업계, MBK파트너스 최대주주인 것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과다한 부동산PF가 벌써 2년 가까이 제2금융권의 ‘화약고’같은 위험 요인으로 계속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사들 중에서는 유독 롯데카드가 작년 9월말 기준 1조3000억원이 넘는 부동산PF 대출을 여전히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다른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과 달리 카드 일시불이나 할부 수수료 수익,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이자 수익 같은 비교적 안정적인 다른 수익원들을 많이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일반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은 보통 많이 취급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위험도가 이보다도 더 큰 부동산PF 대출은 거의 운용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다. 롯데카드 외에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가 최근 몇 년간 수천억원 단위 부동산PF 대출을 취급한 것이 고작이었다. 국내 7대 전업 카드사 중 대형 금융지주 산하 카드사가 4개나 되는 것도 고수익-위험 영업보다 안정성을 더 중시하는 이유 중 하나다.
28일 롯데카드가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최근 공시한 투자설명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해 9월 말 현재 보유 중인 부동산PF 대출채권은 모두 1조344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설명서는 “국내 건설 환경 악화시 당사가 기집행한 부동산PF 대출건 중 일부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당사의 자산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혀 롯데카드 스스로도 이 대출금들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운용 자산들 중 대출채권은 작년 9월 말 기준 모두 2조6142억원이다. 전체 대출의 51.4%가 부동산PF 대출로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롯데카드가 부동산PF대출을 포함한 각종 대출(대여금)로 벌어들인 이자수익은 작년 1~9월 1370억원으로, 업계 1위인 신한카드(1626억원) 다음으로 많았다. 롯데카드는 카드 이용액 기준 업계 5위 정도인 카드사다.
업계 3위 KB국민카드의 대출이자수익은 같은 기간 622억원, 2위 삼성카드와 4위 현대카드는 각각 35억원 및 31억원에 불과했다. 롯데카드가 회사 덩치에 비해 부동산PF대출이 중심이 된 대출을 얼마나 과다하게 운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롯데카드는 투자설명서에서 “2023년 3분기 말 부동산 PF 대출채권 규모는 총 자산 대비 6.1%로, 당사의 자산규모 대비 PF대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나 건설업 경기에 따라 동 대출채권의 회수가능성이 낮아져 회사의 손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손실규모는 채무조정 등 워크아웃 조건 확정 및 향후 협약 이행 상황에 따라 산정될 수 있으며, 금융시장의 불안 및 부동산 시장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PF관련 대출자산의 추가적인 부실위험 증가로 추가 충당금 적립 등에 따른 비용 증가가 발행할 수 있으니 투자자 여러분께서는 이점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롯데카드는 각종 운용자산의 손실이나 부실화 위험에 대비, 작년 1~9월 모두 4852억원(연결기준)을 새로 신용손실충당금으로 전입시켰다. 전년 동기의 4758억원보다 신규 전입액이 약간 늘었다.
그러나 이중 대출채권 2.61조원에 대한 신용손실충당금 잔액은 473억원으로, 충당금 설정율이 1.8%에 불과하다. 카드이용 관련채권이나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다른 운용 자산들에 비해 부동산PF 대출 등 대출채권의 위험도를 아직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 자료를 보면 롯데카드의 부동산PF 대출은 2019년 말까지만 해도 전혀 없었으나 2020년부터 새로 취급했다. 2020년 말 PF대출 잔액은 2290억원이었고, 21년 말 9308억원, 22년 6월 말 1조4490억원 등으로, 21년부터 크게 늘리기 시작했다.
전대미문의 저금리로 부동산 투기가 극에 달해 있던 때였다. 22년 6월 말 기준 롯데카드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7개 전업 신용카드사 전체 부동산PF 대출잔액 1조7391억원의 83%에 달하기도 했다.
당시 롯데카드 외에 신한카드가 2901억원의 PF 대출잔액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 나머지 5개 카드사들은 PF대출 취급이 전혀 없었다. 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PF의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다른 카드사들은 부동산PF 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가 지난해 10월 이후 부동산PF 대출을 많이 줄였다면 최근 투자설명서에서 이같은 사실을 크게 부각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아직 없는 것을 보면 지금도 1조원이 넘는 부동산PF대출 잔액을 계속 떠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22년 당시 나신평은 고위험 익스포져(위험노출액)를 서울 이외 지역 PF 익스포져와 브릿지론으로 정의할 경우 롯데카드의 고위험 익스포져는 AA급 캐피탈사 평균을 하회하고 있어 위험도는 대형 증권사나 AA급 캐피탈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으로 판단했다.
그렇더라도 PF대출채권은 결제성 카드자산이나 할부금융자산 등보다 신용위험이 다소 높고, 시중금리 상승 등으로 부동산 개발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과도한 PF대출 비중 확대는 신용위험에 중요한 하방압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다한 부동산PF대출 때문에 롯데카드의 자산 포트폴리오 위험도가 다른 카드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향후 PF대출채권의 자산건전성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도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PF발 위기론이 고조되기 전인 2년 전에도 이미 위험성이 지적됐는데, 그 이후 부동산PF가 전체 경제의 뇌관으로 크게 부상했던 점을 감안하면 롯데카드의 부동산 PF대출 위험도는 당시보다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신용카드사들 중 유독 롯데카드만 이처럼 부동산PF 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 업계는 재매각이 최대 목표일 수 밖에 없는 대형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카드를 1조8000억원(공시상으로는 1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사모펀드들은 특정 기업을 인수하면 온갖 방법을 총동원, 이 기업의 가치를 크게 높인 후 보통 인수 5년 이후부터 재매각해 차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경향이 있다.
MBK와 롯데카드는 단기간에 어느 정도 기업가치를 높였다고 판단했는지, 예상보다 빠른, 인수 3년 후인 2022년부터 재매각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재매각 성사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고금리 지속 등에 따른 자본시장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롯데카드는 그동안 다른 카드사들과 달리 다소 위험성이 있더라도 고수익이 난다면 어디든 달려 가는,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의 영업 경향을 서슴없이 보여 주었다. 여론이나 당국의 눈치를 많이 보는 다른 카드사들과 달리 다소 욕을 먹더라도 고금리 대출 등에도 상대적으로 과감했다.
앞에서 언급한 위험성 높은 부동산PF 과다대출이 대표적 사례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결제성리볼빙, 신용대출 금리 등도 다른 카드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높게 운용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취급액이 가장 많은 카드론의 경우 지난 2월말 기준으로 고시된 롯데카드의 카드론 3월 평균금리는 15.58%로, 우리카드(14.87%), 하나카드(14.70%), 신한카드(14.36%), KB국민카드(14.30%), 삼성카드(14.15%), 현대카드(12.99%) 등보다 훨씬 높다.
혼자서 15% 중반대다. 2월 말 고시에서 약간 내리기는 했지만 1월 말 까지만해도 4개월 연속 평균 금리를 계속 올렸다. 작년 말 이후 시장금리가 부쩍 하향 안정세임에도 불구, 작년 12월 말 15.01%에서 올해 1월 말 15.74%로, 지난 1월에는 한달 사이에 카드론 평균금리를 무려 0.73%포인트나 올리기도 했다.
신용카드 사용대금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 결제금액은 다음 달로 돌려 갚도록 하는 결제성리볼빙 평균금리도 롯데카드가 지난 2월 말 기준 18.03%로, 단연 1위다. 이 금리 역시 18%대는 롯데카드가 유일하다.
KB국민카드(17.53%), 하나카드(17.00%), 신한카드(16.86%), 우리카드(16.76%), 현대카드(16.71%), 삼성카드(15.69%) 등과 금리 격차가 크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금리 규제 등이 강화되자 카드사들은 재작년 한때 큰 규제가 없던 결제성리볼빙을 크게 늘렸다가 ‘사실상 고리대금업자들 아니냐’는 사회적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금서비스 평균금리나 카드사들이 비회원들에게 주로 빌려주는 신용대출 평균금리도 롯데카드는 하나카드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하나카드의 3월 현금서비스 평균금리는 18.44%, 롯데카드는 18.40%로, 근소한 차이로 롯데카드가 2위다.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롯데카드의 이 금리가 가장 높았다.
2월 말 기준 신용대출 평균금리도 하나카드가 15.67%로 가장 높고, 롯데카드가 15.20%로, 그 다음이다. 신한카드나 국민카드는 모두 14%대이며, 삼성-현대-우리카드 등 나머지 카드사들은 현재 신용대출 자체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부실 위험성도 높고 이미지도 안좋아서일 것이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지금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길거리 마케팅’ 같은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이럴 때 들어가는 비용은 보통 판매사업비 중 모집비용으로 회계처리된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9월 모집비용을 가장 많이 쓴 카드사는 KB국민카드로 1,272억원이었으며, 다음은 신한카드(1,231억원), 롯데카드(947억원), 우리카드(923억원) 순이다. 롯데카드는 덩치가 훨씬 큰 삼성(916억원)과 현대(637억원)카드 보다도 이 비용을 더 많이 썼다.
이런 공격적 영업으로 롯데카드의 회원수는 21년 말 861만명에서 22년 말 902만명, 23년 9월 말 934만명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 시장점유율(일시불, 할부,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국내외 사용취급실적 누계 기준)도 롯데카드는 21년 10.67%에서 23년 1~9월 11.13%로, 0.4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가 15.59%에서 17.33%로 상승, 1.74%p로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삼성카드도 17.91%에서 18.55%로, 0.64%p 올랐다. 점유율 5위 롯데카드는 시장점유율 확대속도도 3위다.
반면 같은 기간 1위인 신한카드의 시장점유율은 22.15%에서 20.18%, 국민카드는 16.60%에서 16.08%, 우리카드는 8.92%에서 8.70%, 하나카드는 8.08%에서 7.72%로, 모두 점유율이 하락했다.
작년 1~9월 롯데카드는 별도 기준으로 2264억원의 영업이익과 3684억원의 당기순익을 각각 올렸다. 고금리 등으로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줄었지만 영업외수익이 늘어 당기순익은 전년동기보다 더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신한카드는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5937억원, 삼성카드는 5679억원, KB국민카드 3594억원, 현대카드 2900억원, 우리카드 1436억원, 하나카드 1621억원이었다. 카드사 덩치나 시장점유율 순위와 거의 같다.
롯데카드가 유별나게 공격적 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영업실적은 그렇게 썩 신통치는 않은 셈이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6개 카드사가 모두 작년 전체 실적이 포함된 23년 사업보고서를 이미 공시했지만 롯데카드만 아직 공시하지 않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벌써 2년 전부터 좋은 가격에 롯데카드를 되팔고 싶어 하는데도, 아직 눈높이를 맞춰줄 원매자를 못 만나고 있는 것도 이런 롯데카드 상황 때문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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