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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현미경]현대차 지배구조개편 시급한데...정의선 회장 '느긋'한 이유는

-삼성증권, 2018년식 합병 재추진 안해도 도요타식 상호출자 해소법 응용하면 지배구조 개편 가능하다고 권고. 
-그러나 정 회장 보유 카드는 많은 듯...현대모비스 제외 보유지분 모두 팔고 보유 현금과 상속 등 동원하면  자력으로 현대모비스 지분 11% 이상 확보 가능 
-배당 더 늘리고 보스턴 다이내믹스 더 키우는 등 계속 몸집 불리며 때 기다리는 듯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요즘 삼성보다 훨씬 더 잘 나가고 있다는 현대차그룹의 최대 숙제 중 하나는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일일 것이다. 정의선 그룹 회장의 취약한 그룹 지배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하고, 대그룹들 중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상호출자를 말끔히 해소하는 것 등이 그 주 내용이다.

 

정 회장은 그룹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 지분 20%를 보유 중이지만 나머지 현대차 주력기업 지분들은 조금씩 밖에 갖고 있지 않다. 그룹 지주사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불과 0.32%, 그룹의 양대 주력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기아 지분도 각각 2.65%, 1.76%씩 밖에 갖고 있지 않다.

 

이밖에 현대위아(1.95%), 현대오토에버(7.33%), 이노션(2%),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11.72%) 지분들도 조금씩 갖고 있다. 이 주식들을 지금 모두 내다판다면 지난 25일 종가 기준으로 4조3000억원 이상 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력 3사 지분이 적다는게 최대 약점이다. 정 회장이 보유 지분으로 그룹을 현재 완전지배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대모비스 7.24%와 현대차 5.39%, 현대제철 11.81%를 보유 중인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이 아직 뒤에 있기 때문에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도 올해 벌써 만 86세에다 건강상태도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 A/S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후 정의선 회장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그룹 지주사 신설을 시도한 바 있다.

 

 

상호출자 문제도 해결하고 정 회장의 신설 지주사 지분율을 크게 높여 경영권 승계문제도 마무리짓는 묘안이었다. 하지만 합병비율 등을 놓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이 묘수는 무산됐다. 그 후 틈만 나면 비슷한 묘안들이 많이 나돌았으나 정작 현대차그룹이나 정 회장은 계속 정중동(靜中動) 상태다.

 

현대차그룹 실적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식 때문에 최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지만 현대차나 정 회장의 공식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5일 현대차가 일본 도요타 그룹의 상호출자 해소방법을 벤치마크하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삼성증권이 내놓았다.

 

시나리오는 대충 이렇다. 기아(17.54%)와 현대제철(5.88%)은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을 향후 15년간에 걸쳐 주식시장에 매각한다. 매각으로 발생한 현금을 기아는 자사주 취득 및 소각에 활용하고, 현대제철은 차입금 상환에 활용한다.

 

동시에 정의선 회장은 배당금을 활용, 현대모비스 주식을 지분율 4.68%까지 매입하고, 또 현대모비스는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자사주를 18.74%까지 매입, 일부는 소각한다.

 

이 시나리오대로 재편하면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비중은 16.5%가 되고, 정몽구 명예회장 보유분까지 포함한 대주주 일가의 모비스 지분율은 13%로 늘어난다.

 

자사주는 최대주주가 여러모로 활용하기에 좋아 이사회를 장악한 최대주주 우호지분으로 보통 분류된다. 자사주까지 합치면 재편 후 정 회장 및 그 일가가 장악하게 되는 현대모비스 지배력은 29.44%까지 늘어나게 된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17.54%)인 기아 및 특수관계인 지분 합계 33.41%보다는 3.97%포인트 감소하지만 지배력 유지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새 지주사가 될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기아 대신 정의선 회장으로 바뀐다는게 이 줄거리다.

 

삼성증권 보고서는 굳이 무리한 합병 같은 걸 거치지 않더라도 이런 절차를 거치고 정 회장은 매년 받는 배당금과 연봉, 그리고 보유 현금 등을 동원하면 이 정도 현대모비스 지분은 자력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 같았다.

 

 

지난 25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모비스 지분 1%를 확보하려면 245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현대모비스 지분 0.32%를 보유 중인 정 회장이 중장기적으로 지분을 4.68%까지 늘리려면 1조680억원 정도가 더 있어야 된다.

 

정 회장이 자기 지분이 있는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주식 배당금은 지난 2018년 696억원, 19년 745억원, 20년 683억원, 21년 869억원, 22년 1,114억원, 23년 1562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작년에 많이 늘었다.

 

여기에 각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연봉은 이 기간 매년 30억~70억원 수준이어서 둘을 합하면 매년 726억~1632억원 꼴이다.

하지만 최대주주 배당과 연봉에 붙는 세금이 무려 49.5%다. 세금 공제 후 실수령액으로 따지면 연간 367억~824억원으로, 지난 6년간 합계가 3042억원, 연평균 500억원 안팎이다. 세금이 많이 붙어 예상보다 실수령액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지금 정도의 배당과 연봉이 유지된다면 앞으로 15년간 받을 배당과 연봉 실수령액만 7500억원 정도다.

 

여기에다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의 보유 현금이 또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21년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때 자기 돈 2490억원을 들여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 정도 현금동원력은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보유 현금은 아버지로부터의 증여자금 등도 있겠지만 공정거래법상의 사익편취규제대상 기업 지정을 피하기위해 지난 2015년과 2021년 말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대거 처분할 때 많이 생겼다. 두 차례 지분 매각으로 정 회장은 9065억원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오토에버 상장때도 구주매각을 통해 9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챙겼다.

 

대주주 양도세를 감안하더라도 여기서만 정 회장은 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했을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자금을 제하더라도 현재 최소 수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정 회장의 보유현금과 향후 15년간의 배당 및 연봉 등을 합치면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자금 1조원 정도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게 이 보고서의 결론인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의 이런 결론 도출은 크게 무리는 없어 보인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또 증권사 보고서 답게 자사주의 적극 활용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 레벨업에 주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몇가지 중요한 변수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정몽구 명예회장 변수다. 정 명예회장이 향후 적어도 15년, 100세가 넘을 때까지 생존한다면 다행(?)이겠지만 중간에 변수가 생긴다면 정 회장과 세 누나들은 막대한 상속세를 준비해야 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차 정몽구 재단]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지분들로만 따져봐도 지난 25일 종가 기준으로 5조원이 넘는다. 보유지분 관련 상속세만 2조5000억원이 넘을 수 있다. 별도의 유언같은 게 없어 1남3녀에게 골고루 지분이 상속된다면 정 회장 상속세만 6000억원이 훨씬 넘을 것이다.

 

보유 현금이나 일부 보유 지분 매각,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하면 정 회장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삼성증권 보고서 시나리오는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자사주에 너무 지배력을 의존하게 하는 것도 이 시나리오의 문제점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율 4.68%로, 아버지 등 나머지 가족 지분의 도움과 자사주 16.5%의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은 최종적인 지배력 해결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지배력을 확보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너무 길다.

 

정 회장이 2018년식의 합병 재시도나 삼성증권 보고서 같은 이런저런 방법을 무리하게 동원하지 않고, 현재 느긋하게(?) 계속 정중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에는 그만큼 믿고 있는 구석들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별 다른 시도없이 계속 지내다가 갑자기 정몽구 명예회장 유고 같은 변수가 생길 경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정 회장이 자신에게 할당되는 상속세 6000억원 이상을 내면 부친이 보유하던 현대모비스 지분 1.8%와 현대차 지분 1.3%, 현대제철 지분 3% 가량을 일단 상속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지주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현대모비스 지분은 2.12%로 늘게 된다.

 

현대모비스 지분만 남기고 상속받은 현대차와 현대제철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면 현 시가로 따질 때 8200억원 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지주사 현대모비스에 지분을 집중시키기 위해 보유 중인 지분들 중 현대모비스 지분만 남기고 현대글로비스, 현대차, 기아 등 나머지 지분들을 모두 처분한다면 현 시가 기준 최소 4조2000억원 상당을 마련할 수 있다.

 

상속 지분 매각자금과 기존 지분 매각자금을 모두 합치면 5조원이 넘고, 여기서 상속세와 기타 매각에 따른 양도세 등을 모두 제하더라도 최소 2조2000억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몽땅 사면 현 시가 기준으로도 850만주 가량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더 얻을 수 있다. 현재 기준 지분율 9%에 달하는 물량이다. 기존 지분과 상속받은 지분까지 다 합치면 지분율이 11.12%까지 늘어난다. 세 누나가 상속받을 현대모비스 지분 5.4% 도움까지 받으면 가족지분이 16.6%까지 늘어날 수 있다.

 

막대한 양도세 등을 줄이기 위해 지분 매각이 아니라 지분 맞교환 같은 방법을 동원하면 지분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그룹을 장악할 수 있는 최소 수준 이상은 된다. 현대모비스의 지주회사화를 위한 지분 맞교환 과정 등에서 생기는 현대모비스 자사주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지주회사화와 상호출자 해소 문제는 이보다 좀 더 복잡할 것이다. 현재 지주사 규정대로 현대모비스가 상장사 지분 20% 이상, 비상장사 40% 이상씩을 직접 보유하려면 너무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이를 피하려면 자금력이 좋은 현대차 같은 중간지주사들을 두고, 현대모비스가 현재 보유한 현대차(21.64%), 현대건설(8.7%), 현대오토에버(20%), 현대엔지니어링(9.3%) 지분들을 활용, 지분 맞교환 등을 동원하면 해결 방법이 없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막대한 세금 등을 줄이기 위해 현대모비스의 일부 사업부문과 다른 계열사들을 합병하는 방안이 다시 동원될 수도 있다. 물론 특혜시비 등을 의식, 합병비율 등은 2018년식보다 좀 더 정교해질 것이라는 전제하에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8년처럼 굳이 무모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방법들이 다양하게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느긋한 것 같다”면서 “주주환원 강화 등을 구실로 정 회장의 배당을 계속 늘리고, 정 회장 지분이 많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빨리 키우는 등의 방법들을 계속 동원하면서 천천히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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