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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현미경] '광동제약 오너 일가 부당내부거래 의혹' 꼼꼼히 따져보니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서 지적...공정위도 광동제약 현장 조사
-조사 결과 아직 안나왔으나 장부 수치상으로 의혹받을 만한 요인들 적지 않아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 일가 개인기업인 광동생활건강이 문제...22년 매출의 24.4%를 광동제약 제품 판매대행으로 올려
-광동생활건강 매출원가율 46%에 불과하고 판관비 313억중 판매수수료가 236억원에 달하는 점도 의문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사진=광동제약]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주시’)는 지난 1월 초 광동제약그룹의 각종 문제점을 조목 조목 지목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성명서는 광동제약이 처한 첫 번째 문제로,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취약한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광동제약 최성원 회장이 취약한 광동제약 지분 확보를 목적으로, 최 회장 개인회사 격인 광동생활건강의 몸집을 불려 최 회장의 광동제약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광동제약이 작년 하반기 공정위로부터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광동제약은 고(故) 최수부 창업주가 1963년 설립한 대형 제약사로, 2013년 창업주 타계 후 외아들 최성원 회장이 오너 2세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광동생활건강은 1993년 설립된 광동제약의 관계사로, 이 회사 2022년 감사보고서(23년 감사보고서는 아직 미공시)에는 최성원 외 3인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소주시’는 이중 최 회장 지분이 80%여서 사실상 최 회장 개인회사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최 회장 부인 손현주씨가 2020년부터 이 회사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주시’의 이같은 주장이 얼마나 맞는지, 최근 공시된 광동제약 작년 사업보고서와 광동생활건강 22년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알아본다.

 

광동생활건강은 건강기능식품 유통전문 판매업체로, 주요 매출은 광동제약 제품을 구매해 되파는 방식에서 발생하며, 이같은 내부거래 규모는 계속 확대 추세라고 ‘소주시’는 주장했다.

 

광동제약 23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광동생활건강이 광동제약에서 매입한 제품 물량은 23년 146억원, 22년 160억원, 21년 151억원이다. 계속 늘어나다 작년에는 약간 줄었다.

 

23년 광동생활건강 매출이 아직 공시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부거래비중 수치를 계산할 수 없지만 2022년에는 총매출 655억원 중 24.4%가 광동제약에서 매입한 제품들에서 발생했다. 상당히 높은 내부거래 비중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광동생활건강은 광동제약 뿐 아니라 다른 기업 제품들도 받아와 판매를 대행해 준다는 것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무조건 부당내부거래 또는 일감몰아주기로 몰아부칠 수도 없다. 다만 비중이 높을수록 부당내부거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는 할 수 있다. 특히 광동생활건강의 제품 매입 조건이 광동제약의 다른 일반 거래처에 비해 유리하게 되어있다면 공정위가 제재를 가하고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가 아직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부당내부거래 여부는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면 된다. 하지만 광동생활건강의 2022년 감사보고서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수치들이 여러 군데 나온다.

 

 

우선 22년 광동생활건강 매출 655억원 전부가 상품 매출이었다. 제품은 자신이 직접 제조한 것이고, 상품은 보통 다른 기업이 만든 것을 말한다. 광동생활건강은 광동제약 같은 타사 제품을 받아와 팔아 매출 100%를 올린다는 얘기다. 광동제약 말고 다른 계열사나 관계사 제품도 많이 팔아주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상품매출 655억원 중 상품 매출원가가 304억원으로, 매출원가율이 46%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타사 제품을 46원에 받아와 100원에 판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이처럼 낮은 매출원가율을 가진 기업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광동제약을 비롯한 거래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아주 싸게 광동생활건강에 넘기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광동제약 등이 정말 다른 일반 거래업체보다 훨씬 싸고 유리하게 제품을 광동생활건강에 넘겼다면 공정위가 특혜 또는 부당내부거래로 간주할 수 있다. 판정은 광동제약과의 구체적 거래조건을 알 수 있는 공정위만이 내릴 수 있다.

 

22년 상품매출액 655억원에서 매출원가 304억원을 뺀 매출총이익이 351억원인데 비해 광동생활건강 본사가 쓰는 판매관리비가 무려 313억원에 달한 점도 주목 대상이다. 임직원수 28명에 불과한 회사가 무슨 판관비를 이렇게 많이 쓰고 있는가 살펴 보았더니 판관비 중 무려 236억원이 판매수수료였다.

 

떼어온 광동제약 제품 등을 직접 팔지 않고 상당수를 또 다른 거래업체에 판매를 맡기고 수수료를 주고있다는 얘기다. 판매수수료 중 21억원은 광동에이치앤씨란 기업에 갔다. 이 회사는 광동생활건강이 지분 56%를 갖고있는 지분법적용기업이다.

 

광동에이치앤씨는 감사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아 나머지 지분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광동생활건강이 다른 회사 제품을 직접 판매하면 될텐데, 또 다른 업체에게 판매를 맡기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건 틀림 없어 보인다.

 

광동생활건강은 현재 광동제약의 3대 주주로, 23년 말 기준 광동제약 지분 3.05%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 최 회장의 광동제약 지분은 최대주주임에도 6.59%에 불과하다. 모친, 부인 등 특수관계자 지분을 다 합해도 17.63%에 그친다. 지분율이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

 

대신 광동제약 자금으로 매입한 자사주가 무려 23.54%에 달한다. 자사주는 이사회를 장악한 최대주주가 필요할 때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인적분할이나 합병때는 자기 돈 한푼 안들이고 자기 지분을 확 늘리는데도 동원할 수 있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다. 과다한 자사주가 취약한 최 회장의 지분율을 보완해주고 있는 것도 틀림없어 보인다.

 

‘소주시’는 최 회장이 광동생활건강의 몸집을 내부거래 등을 통해 최대한 불려 모기업 광동제약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광동제약의 과거 사업보고서들을 보면 광동생활건강의 광동제약 지분이 현재 수준으로 늘어난 것은 최근이 아니고 지난 2014년과 2011년 이전이었다. 그렇더라도 광동제약 등과의 거래를 통해 번 돈으로 광동제약 지분을 늘려오고 있는 것은 사실인 셈이다.

 

내부거래 등으로 광동생활건강 매출과 이익이 늘수록 이 회사 지분을 100% 갖고있는 최 회장 일가의 배당이나 연봉이 늘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광동생활건강이 광동제약 지분을 추가 매입할 여력도 커진다.

 

실제 광동생활건강이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23년 5.32억원, 22년 3.55억원, 21년 5억원씩이다. 이중 80%를 최 회장이 갖고 갔을 것이다. 2021년 이 회사는 또 16.5억원(지급은 22년)의 유상감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유상감자란 자본금을 줄여 주주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으로, 주주들이 투자금을 회수해갈 때 보통 쓰는 방법이다.

 

최 회장은 2022년 한해에만 배당과 유상감자로 16억원 가량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모기업 광동제약에서는 22년과 23년 배당으로 매년 3.45억원씩 받았고, 회장 연봉은 각각 8.31억원 및 8.58억원을 받았다.

 

22년의 경우 매출이 광동생활건강보다 13배 가량 큰 광동제약에서 받은 배당과 연봉이 광동생활건강에서 받은 배당과 유상감자보다 훨씬 적었다. 광동제약 등이 적극 밀어줘 커진 광동생활건강이 최 회장 일가에게는 큰 효자 노릇을 하고있는 것은 분명하다.

 

22년 중에 광동생활건강은 광동제약에서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사업 판매권을 넘겨 받기도 했다. 반려동물 관련사업은 요즘 한창 뜨는 사업이다. 광동제약이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일부 판매권을 좋은 조건에 광동생활건강에 넘겨준데 이어 미래유망 사업부문까지 유리한 조건에 넘겨주었다면 ‘통과세’ 또는 ‘사업기회유용’으로도 간주될 수 있는 사안이다.

 

물론 최종 판단은 공정위가 할 것이다. 하지만 광동제약과 광동생활건강 간의 내부거래는 외견상으로만 봐도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광동제약이 여러 면에서 희생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강하게 던져주고 있다.

 

특정 기업이 팔아도 될 것을 다른 계열사에 판매권을 넘겨주면 유통단계만 하나 이상 늘어 소비자가 실제 지불해야할 제품가격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 광동제약 사업보고서를 보면 각종 광동제약 제품들의 작년 제품가격 인상률은 눈에 띄게 높은 편이다.

 

전체 판매금액 대비 전체 판매수량으로 단순계산한 내수 제품가격을 보면 ‘비타500’은 작년 병당 평균 397원에 팔려 1년 전 대비 11.5%, 2년전 대비 18.1%나 상승했다. 2년전 대비 ‘옥수수수염차’는 5.7%, ‘헛개차’는 17.3%, ‘쌍화탕’은 14.5%, ‘우황청심원’은 20.8%씩 각각 올랐다.

 

이중 우황청심원의 경우 우황 수입원자재 가격이 2년전보다 90%나 올라 상승요인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제품들의 원자재가격은 과연 제품가격 만큼 올랐는지 의문이다.

 

 

사업보고서에 구체적인 원자재가격 동향을 공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광동제약의 작년 전체 별도기준 원부재료사용액은 2,5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상승에 그쳤다는 공시만 있어 대충 짐작만 해볼 수 있을 뿐이다.

 

광동제약이 직접 만들지 않고 타사 제품을 사와 판매하는 상품 매출원가 상승률은 작년 14.7%였다. 제품가격의 과다 인상에 혹시 내부거래 요인이 끼여있는지도 공정위가 조사하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작년 광동제약 공장들의 평균 가동율은 120%, 특히 식음료공장 가동율은 140%에 달했다. 공장을 풀가동해도 제품은 계속 잘 팔려나가니 제품가격을 비교적 자유롭게(?) 많이 올렸던 것으로 보인다.

 

 

 

‘소주시’는 또 광동제약이 제약회사임에도 음료 매출이 너무 크고, 연구개발비 비중이 너무 낮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광동제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광동제약의 별도기준 매출 9,170억원 중 ‘제주삼다수’ 매출이 3,095억원으로, 전 매출의 무려 33.8%에 달했다.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헛개차’의 작년 매출도 각 998억원, 444억원, 430억원이었다. 이런 F&B(음식료) 영업부문 매출이 5,41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9%에 달했다.

 

제약회사인데도 의약품보다는 음료 매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약국영업 매출은 전체의 22.5%, 병원영업매출은 14.8%에 각각 불과하다. 광동제약은 원래 한방 위주 일반의약품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나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출시 이후 F&B부문 매출이 급성장, 이제는 제약회사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이 1.51조원으로 유한양행(1.85조원), 녹십자(1.71조원)에 이어 당당히 제약업계 3위다. 그런데도 음료 매출이 60%에 달해 제약업계 내부에서는 정통 제약업체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한편 광동제약의 작년 연구개발비(R&D)는 모두 204억원으로, 매출의 2.2%에 불과했다. 유한양행 등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주요 제약사의 이 비중이 대부분 1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작년 이 비율도 21년 1.5%, 22년 1.6%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워낙 큰 식음료 매출 비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약개발비보다 아무래도 식음료 개발비가 적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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