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나신평에 이어 최근 한신평도 하향조치...정식 신용등급 하향에 앞선 사전 경고
-합판 등 목재제품 수요부진과 높은 원재료 가격, 차입금 급증, 높아진 계열사 지원부담 영향
-작년말 순차입금 8천억원 육박...작년 11월 인수한 포천 몽베르CC도 재무악화에 일조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목재 1위 기업 동화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치는 당장에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 안에 실적 개선 등이 없으면 정식으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일종의 사전 경고조치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 21일 정기평가를 통해 동화기업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기존의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도 작년 12월29일 동화기업의 장기신용등급 등급전망을 기존의 A-/Stable에서 A-/Negative로 하향 조정하고, 단기신용등급은 A2- 그대로를 유지했다.
동화기업은 동화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동화그룹은 동화기업 외에 한국일보, 코리아타임스, 태양합성, 엠파크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한신평은 21일 동화기업 등급전망 변경 이유로, 수요부진 및 높은 원재료 가격 등으로 인해 약화된 이익 창출력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고, 대규모 투자 누적으로 차입부담이 확대됐으며, 계열사 지급보증 등 그룹 계열사 지원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신평 자료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수요 확대에 따른 목질 원재료 가격 인상, 에너지 비용부담 증대 등으로 원가가 상승한 반면,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주택경기 침체로 원가 상승분의 판매가 전이가 어려워짐에 따라 동화기업 소재사업의 이익 창출력이 크게 저하됐다.
소재사업 영업이익률은 22년 8.8%에서 23년 -5.9%로 크게 떨어졌다. 또 베트남 경기 침체로 MDF(톱밥을 접착제와 섞어 압착한 목재합판) 제조업을 운용하는 현지 종속 자회사 두 곳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 지난해 동화기업 전체 연결기준 영업손익은 16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적자 반전했다.
동화기업의 연결 영업이익은 2021년만 해도 1049억원에 달했으며, 22년에도 724억원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동화기업의 연결 매출도 작년 9632억원으로, 22년 1조1004억원보다 약간 줄었다.
여기에다 동화기업은 노후화된 PB(합판의 일종) 공장 철수, 베트남 증설 투자 철회 등으로 작년에 약 600억원의 영업외 손실까지 인식, 작년 전체로는 1084억원(연결)의 당기순손실도 기록했다. 22년 당기순손익은 433억원 흑자였다.
동화기업의 2개 베트남 법인들의 작년 영업손실은 합쳐서 126억원, 당기순손실은 610억원에 각각 달했다. 핀란드법인과 태국법인도 작년 각각 95억원 및 56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한신평은 2023년 원재료(리튬염)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전해액 사업부문은 앞으로도 안정화된 리튬염 가격에다 헝가리 및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 등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전해액 사업을 맡고있는 종속 자회사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작년 매출은 1204억원, 영업이익은 169억원, 당기순익 11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2년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당기순손익은 적자였다.
그러나 한신평은 단기간 내 주택경기 반등 및 목질 원재료 수급 차질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할 때 주력 사업인 소재사업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며 회사 전체 이익창출력은 약화된 수준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신평 자료에 따르면 차입금의 경우 2019년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인수(1182억원), 2020년 및 2021년 베트남 하노이 MDF 및 강화마루 공장, 헝가리 전해액 공장 증설 등 대규모 투자가 지속된데다 2022년 원재료 가격 및 판매가 상승에 따른 운전자본 증가로 순차입금이 크게 늘어났다.
동화기업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18년 말 2075억원에서 22년 말 6485억원으로 4년만에 3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 이후 재고관리에 따른 운전자본부담 완화, 동화일렉트로라이트 구주 매각 및 유상증자를 통한 현금유입(약 800억원대)에도 불구하고, 약화된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창출력,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투자 및 계열 내 기업인 엠파크 지분 취득과 대여금 지급 등으로 작년 말 순차입금은 7633억원으로 더 늘어났다.
2024년 이후에는 미국 테네시 공장 신설 관련 추가투자 외에 투자계획이 없어 CAPEX(설비투자)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나 약화된 이익창출력과 과중한 차입금에 따른 높은 이자비용 부담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한신평은 내다봤다.
동화기업은 작년 말 기준 계열사들에 대해 연결기준 2018억원의 지급보증과 1594억원의 대여금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화학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원재료 일괄구매를 담당하고 있는 동화기업 최대주주 동화인터내셔널의 차입금이 크게 증가, 동화기업의 지급보증 또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계열사 엠파크의 포천 ‘봉베르CC’ 인수 자금 조달지원 차원에서 동화기업의 엠파크에 대한 대여금이 22년 말 873억원에서 23년 말 1337억원으로 늘어났다. 엠파크는 작년 11월 자금난에 몰린 대유위니아그룹으로부터 몽베르 골프장을 3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엠파크는 한국일보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동화기업의 증손자 계열사로, 중고차 매매단지 운용사다. 22년 말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682만원에 불과해 동화기업 등 계열사들이 골프장 인수대금을 빌려준 것으로 보인다.
연결기준으로 작년 상반기까지 동화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675억원에 달했으나 이 대여금의 영향 등으로 작년 말에는 821억원으로 줄었다. 골프장 인수도 동화기업 및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악화에 일조한 셈이다.
작년 11월 몽베르CC 경영권 입찰에는 엠파크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레저부동산 전문그룹 인 이도, 카카오 등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들은 이들과의 경쟁 때문에 동화그룹이 다소 무리한 인수가격을 당시에 부담한게 아니냐는 의문도 갖고 있다.
한편 동화그룹 내 유일한 상장기업인 동화기업의 최대주주는 그룹 지주사격인 동화인터내셔널로, 지분율은 49.08%다. 동화인터내셔널의 최대주주는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80%)이다. 해외법인인 동화인터내셔널은 2022년 말 자산 1조8192억원에 22년 매출 1조511억원, 당기순이익 252억원을 각각 올렸다.
승명호 회장은 동화기업에서도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이며, 이밖에 동화홀딩스 대표이사. 한국일보 회장 등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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