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원사 4공장까지 가동 중
- 베트남 법인 매출 늘자 적자폭은 더 확대
- 생산거점 매리트에 의문 제기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국내 대표 섬유업체인 경방의 탈(脫) 코리아 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국내에 있던 섬유 원사 생산 공장들을 거의 몽땅 옮겨 가동 중인 경방 베트남 법인이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베트남 1공장 준공 후 현재 4공장까지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한해만 흑자였을 뿐 계속 적자 상태일 뿐 아니라 작년에는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20일 경방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경방의 100% 자회사인 경방 베트남 법인의 매출은 2014년 250억원에서 작년 1699억원으로 9년 사이에 6.8배 가량 커졌다.
2021년 1766억원까지 늘었던 매출은 22년 1591억원으로 줄었다가 작년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2014년 11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이 15년 47억원, 16년 38억원에 이어 17년 2.5억원으로 줄었다가 18년 51억원, 19년 136억원, 20년 40억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2021년 갑자기 25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22년 다시 176억원 적자로 적자전환했다. 작년에는 508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더 커졌다. 법인 설립 이후 9년 동안 2021년 한 해만 제외하고 매년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경방은 다른 섬유업체들처럼 인건비 부담과 가중되는 인력난, 저개발국들로부터 값싼 섬유제품 수출공세 등을 피해 국내 섬유 원사 제조설비들을 2013년부터 베트남으로 단계적으로 옮겼다.
국내 방적공장들인 용인·광주 공장은 모두 매각했고, 남은 반월 공장도 일부 매각했다.
현재 국내에 원사(실) 생산설비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거의 모든 섬유제품은 이제 베트남 공장에서 대부분 생산·수출되고 있다.
경방 사업보고서에는 베트남 법인 부진에 대한 원인 설명이 전혀 없다. 다만 사업보고서 상의 제품가격 및 원재료 가격 동향 공시들을 보면 대충 원인을 짐작해볼 수는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베트남 법인이 다시 대규모 적자로 전환한 이유는 국제 경쟁 심화로 원사(실) 제품 가격은 계속 하락한데 비해 원재료인 원면 가격은 22년부터 크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폭 흑자를 냈던 2021년의 경우는 코로나 사태로 원면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코로나로 인한 수요 확대 등으로 제품 가격도 크게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같은 특수 상황이거나 고도의 고부가가치 제품이 아니면 제품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베트남 현지 상황으로 볼 때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이 어렵다면 인건비 등 원가 조절이라도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한 해만 제외하고 계속 적자가 지속됐다는 점으로 볼 때 과연 베트남이 섬유제품 해외 생산거점으로서의 강점을 제대로 갖고 있느냐는 의문이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 섬유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 인건비 수준이 감당이 안될 정도로 이미 많이 올랐거나, 아니면 베트남 공장의 설립 조건이나 원가관리-고부가가치제품 생산 가능 여부 등 공정 및 공장 운용 전반에 고질적인 문제가 있든가 둘 중 하나”라고 짚었다.
베트남 법인이 지난해 5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내는 바람에 경방의 연결기준 전체 실적도 작년에 적자를 내고 말았다. 경방의 작년 연결 매출은 3935억원으로, 22년 3892억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22년 44억 흑자에서 작년에는 13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1년 당기순이익은 222억원에 달했다.
작년 영업이익이 159억원 흑자였음에도 당기순손실을 낸 이유는 외화환산이익 급감, 유형자산 손상차손 147억원 발생, 투자부동산 손상차손 33억원 발생, 재고자산평가손실 및 지분법손실 확대 등이 주 원인들이었다. 자세한 설명이 없지만 대부분 베트남 법인과 관련이 깊은 것들로 관련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경방은 섬유사업 외에도 서울 영등포 옛 공장부지에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를 개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호텔, 백화점외에도 홍대 인근의 '엑시트(EX:T)', 신림동의 '타임스트림 신림', 경기 동탄의 '타임테라스 동탄' 등의 복합쇼핑몰들도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은 신세계, 호텔은 메리어트호텔에 각각 경영을 맡겼다.
이 복합쇼핑몰사업부는 작년 2228억원의 매출과 398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올렸다. 반면 국내외 섬유사업부는 매출 1703억원에 영업손실이 256억원이었다. 타임스퀘어 등으로 더많은 매출과 이익을 냈지만 섬유사업이 이익을 모두 까먹은 셈이다. 타임스퀘어도 작년 상반기까지는 괜챦았으나 하반기에는 소비위축 심화 등으로 역신장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타임스퀘어 등이 괜챦은 편이라지만 롯데, 신세계 같은 대형 유통그룹들도 쿠팡 등 온라인업체들에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며 “섬유와 유통 이라는 두 한계 업종만으로 버티어야만 하는 경방으로선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방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 옷감은 우리 손으로’라는 창업 이념으로 1919년 경성방직으로 출범한 유서깊은 기업이다. 기업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1956년 우리나라 증권거래소가 설립될 때 1호로 상장도 했다.
김용완 경방 창립자와 그 아들 김각중 전 회장이 대를 이어 전경련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용완 창립자의 부인이 고려대-동아일보 창립자인 고(故) 김성수 초대 부통령의 여동생이다. 김성수의 동생이 고(故) 김연수 삼양사 창립자이니 삼양그룹과 경방은 사돈관계 기업이다.
현재 경방의 최대주주는 김각중의 차남인 김담 경방 대표이사 사장(20.98%)이고, 김담의 형인 김준 대표이사 회장이 지분 13.44%로, 2대 주주다. 형제가 나란히 경방 경영을 공동책임지고 있다. 삼양그룹도 김연수의 손자들인 김윤-김량 형제가 각각 회장과 사장을 맡고 있다. 공교롭게도 양 사돈기업 모두 나란히 형제 경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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