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몸값 부담·콘텐츠 업황 악화…AI 콘텐츠 시너지 기대에 매각 중단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정민휘 기자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의 매각을 결국 철회했다. 고평가된 기업가치로 원매자 확보에 실패한 데다, 콘텐츠 산업 환경 변화와 인공지능(AI) 사업 연계 가능성 등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그룹의 기업가치 제고와 카카오엔터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주주 구성 변경을 논의했으나,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공시 했다. 지난 4월 매각설이 불거진 이후 카카오가 처음으로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카카오엔터는 그간 카카오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웹툰, 음악, 영상 등 종합 콘텐츠사로 키워온 핵심 계열사다. 2023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카카오그룹의 전반적인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카카오엔터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카카오의 주요 자회사 12곳 가운데 가장 많은 순손실(2,456억 원)을 기록하며 모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매각 논의가 본격화된 배경이다. 그러나 10조 원을 넘는 고평가된 기업가치가 발목을 잡았다. 카카오엔터는 2023년 사우디 국부펀드(PIF) 등에서 1.2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당시 기준 11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후 콘텐츠 산업 전반의 업황 악화로 대형 투자자의 관심은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면 문화가 복원되면서 콘텐츠 수요 증가세는 둔화됐고, 제작비 상승으로 업계 수익성도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수조 원 단위의 투자를 감수하고 카카오엔터를 인수할 원매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복잡한 지분 구조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재 카카오엔터에는 포도아시아홀딩스, 사우디 PIF, PWARP인베스트먼트 등 다양한 투자자가 얽혀 있다. 무리한 매각은 투자자 신뢰 저하와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수반될 수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투자자들에게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 참여 여부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가 매각을 철회한 배경에는 AI 기술과의 시너지가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AI 사업을 핵심 미래 먹거리로 삼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대한 콘텐츠 IP를 보유한 카카오엔터는 생성형 AI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은 제작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카카오엔터의 고질적 수익성 문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정부도 최근 'AI 기반 K-콘텐츠 제작 생태계 구축'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카카오엔터는 정책 수혜 가능성이 높은 위치에 서 있다.
기업전략설계 자문사인 펄스 관계자는 “카카오 입장에서 카카오엔터는 더 이상 손에 쥔 채 들고만 있는 부채가 아닌, AI 생태계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향후 AI와 콘텐츠의 결합을 통해 수익성 반등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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