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 무산 후 그룹이 풋옵션 상환
- 캡티브 매출 비중 증가…전체 매출은 오히려 감소
- 외부 성장 둔화에 실적·기업가치 압박 심화
[편집자주] 본 코너는 기업 집단 내에서 이뤄지는 거래의 명암을 추적합니다. 내부거래는 효율의 이름으로 포장되기도, 사익 편취의 통로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정교한 통제와 전략적 판단 없이는 독이 되기 쉬운 영역입니다. 뉴스웨이브는 주요 기업들의 내부거래 실태와 그 이면에 숨은 셈법을 면밀히 들여다봅니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 철회 이후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사모펀드 엑시트(Exit)를 위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상환은 그룹의 재정 지원 아래 마무리됐지만, 상장 실패 이후에도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시장은 여전히 이 회사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구조적 한계다. 캡티브(그룹 내 거래) 매출 의존도가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전체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표면적인 수익 비중이 올라가는 것과 달리, 외형 성장에는 제동이 걸린 셈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이후 3년간 실적은 정체 혹은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캡티브 매출 비중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전체 매출은 3조9983억원, 이 중 캡티브 매출은 1조1293억원으로 비중은 28.25%였다. 이듬해인 2023년 전체 매출은 3조6141억원으로 줄었으나, 캡티브 매출은 오히려 1조1730억원으로 소폭 증가해 비중이 32.46%까지 상승했다. 2024년 전체 매출은 3조5733억원으로 다시 감소했고, 같은 해 캡티브 매출은 1조2495억원에 달해 비중은 34.97%에 도달했다. 비단 연간 기준만이 아니다. 분기별 지표를 보면 그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2024년 1분기 전체 매출은 약 8860억원, 이 중 계열사 거래 매출은 약 2977억원으로 33.60%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전체 매출이 약 8272억원으로 축소됐고, 그중 캡티브 매출은 약 2857억원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에서 캡티브가 차지하는 비중은 34.54%로 오히려 전년 동기보다 1%p 가량 상승했다.
전체 매출은 줄어드는데 캡티브 비중이 커진다는 건, 외부 물량 확보가 어렵고 그룹 내 거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룹사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구조는 시장에서 반갑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CJ대한통운 등 피어그룹 대비 외부 경쟁력이 떨어지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의 경우 캡티브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캡티브 매출이 많다는 건 하방 방어에는 유리하지만, 외부 확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극할 수 있다”며 “이커머스 수요 둔화, 쿠팡 로켓배송 확대 등의 환경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셈”이라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 무산은 이러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애초 기업공개(IPO)는 최대주주인 롯데지주와 사모펀드인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에이치PE) 간 풋옵션 계약 이행을 위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수요예측 부진과 밸류에이션 괴리로 상장이 무산됐고, 결국 롯데그룹이 3800억원에 달하는 상환금을 직접 떠안게 됐다. 이 중 롯데지주가 3074억원, 호텔롯데가 725억원을 부담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 같은 상환이 단순한 자금 집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롯데지주는 상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과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맺고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의 매수인 지위를 넘겼다. PRS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롯데지주가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구조다. 지배권은 증권사로 넘어간다.
이 계약 구조는 롯데지주 입장에선 회계상 부채를 회피하면서도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동시에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만 추가적인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부담도 안긴다. 현재 PRS 기준 주당 가치는 약 2만838원.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는 약 1만5000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적지 않은 괴리가 존재한다.
이런 배경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중장기 전략 실행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의 자동화 물류센터 설립, 이집트 내 EPC 물류법인 구축, 2차전지·수소·암모니아 등 신산업 물류 분야 진출 등이 주요 투자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룹 외부의 물동량을 확보하고 외형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다.
호텔롯데 또한 이번 PRS 구조에서 빠지지 않았다. 그룹 지배구조상 호텔롯데는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대한 지배력이 가장 약한 계열사였지만, 이번 풋옵션 물량을 전량 인수하며 실질적인 지분율이 확대됐다. 이미 롯데렌탈 지분 매각을 통해 약 1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여서 추가 자금 투입에 대한 부담도 적은 편이다.
결국 문제는 ‘실적’이다. 2022년 이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외형 성장을 멈춘 상태다. 2022년 3조9983억원이던 연간 매출은 2023년 3조6141억원, 지난해에는 3조5733억원으로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캡티브 매출은 1조1293억원 → 1조1730억원 → 1조2495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이 역시 그룹사의 물량 확대에 기댄 수치다.
매출 감소와 함께 상장 실패, 풋옵션 상환까지 겹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기업가치 방어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더 이상 IPO는 당면 과제가 아니지만, 그룹과의 PRS 계약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가 존재하는 이상, 실적 개선 없이는 외부 투자자는 회사를 온전히 신뢰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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