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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적자 전환 증권사 속출…‘BNK·아이엠증권’ 업계 최대 부실 기록

아이엠증권(옛 하이투자증권) 본사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연착륙 유도에 따라 상당수 증권사들의 부실채권들이 많이 정리되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들의 부실채권비율은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증권사들을 제외한 국내 증권사들의 작년 9월 말 기준 건전성분류대상 자산들 중 고정이하자산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경남권 BNK금융지주 자회사 BNK투자증권이다.

고정이하자산이란 연체 3개월 이상의 ‘고정’과 ‘회수의문’ 및 ‘추정손실’을 모두 합한 것으로, 보통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또는 부실자산을 의미하는 용어다.

BNK증권의 이 비율은 17.72%로, 작년 6월 말 18.93%, 2023년 말 19.78% 등에 비해 약간 낮아진 것이긴 하지만 1년 전 12.19%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BNK증권 다음으로 작년 9월 말 부실채권비율이 높은 곳은 대구-경북권 DGB금융지주 자회사인 아이엠투자증권(옛 하이투자증권)의 13.39%(1년 전 7.56%), DB그룹 소속인 DB금융투자 9.97%(3.9%), SK증권 8.92%(3.59%), 현대차그룹 소속인 현대차증권 8.33%(6.42%), 유진투자증권 8.31%(7.55%), 교보증권 8.2%(6.25%) 등의 순이다.

한화증권(6.93%), 삼성증권(6.62%), 신영증권(6.6%), 다올투자증권(6.11%), 신한투자증권(5.8%) 등도 작년 9월 말 기준 부실채권비율이 5%를 넘었다.

 

주요 증권사들의 부실자산비율(단위 %, 본사 정리)

 

반면 유화증권 같은 곳은 부실채권이 전혀 없으며, 한양증권(0.75%), 흥국증권(1.15%), NH투자증권(1.51%), 미래에셋증권(1.57%) 등도 부실채권비율이 2%를 넘지 않아 견실한 자산건전성을 보여 주었다.

상당수 국내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부동산PF 부실 정리 압박에 따라 작년 6월 말을 피크로 부실자산들을 매각하거나 상각, 부실채권비율을 낮추고 있다. BNK-현대차- 유진- 신영- 다올- 신한투자증권 등이 그 사례들이다.

하지만 부실채권비율이 계속 상승 중인 국내 증권사들도 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아이엠증권의 경우 고정이하자산비율은 23년 9월 말 7.56%에서 23년 말 10.81%, 작년 6월 말 12.46%, 작년 9월 말 13.39% 등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DB-SK-교보-한화-삼성-유안타 증권 등도 비슷하다. 삼성그룹 소속으로, 자기자본 기준 업계 4위인 삼성증권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23년 9월 말까지만 해도 1.88%에 불과했던 것이 23년 말 6.4%로 크게 치솟은 후 작년 6월 말 6.45%, 9월 말 6.62% 등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이들 증권사의 부실은 아직도 국내 부동산PF 부문에서 주로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 미분양 적체 등으로 아직 부실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부동산PF에 채무보증을 섰다가 대신 부실을 떠안은 경우가 많고, 시행사의 부동산PF대출을 대신 떠안은 경우도 많다. 부동산PF 관련 사모사채에 투자, 또는 인수했다가 부실이 많이 생긴 경우도 적지 않다.

BNK증권의 고정이하자산 현황(단위 백만원 %)

 

BNK증권의 경우 작년 9월 말 기준 사모사채 투자 잔액 2579억원 중 무려 83.71%에 달하는 2159원이 고정이하자산으로 분류돼 있다. 또 채무보증(4263억원)의 14%, 미수수익(413억원)의 22%를 고정이하로 각각 분류 중이다.

BNK증권이 채무보증을 서주었던 PF 시행사가 빌린 돈을 사실상 못 갚을 것에 대비, 미리 쌓아둔 채무보증 충당부채는 23년 9월말 163억원에서 작년 9월 말에는 297억원으로 급증했다.

부동산PF 현장 등에 대출해줬다가 사실상 떼인 것으로 보고 대손충당금을 미리 쌓는 대출채권 대손상각비(대손충당금 전입)도 BNK증권의 경우 23년 1~9월 507억원에서 작년 1~9월 1073억원으로 2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아이엠(하이투자)증권은 충당금이나 충당부채 정도가 더 심하다. 보증을 섰다가 대신 물어준 대지급금 1850억원의 91%에 달하는 1688억원과 작년 9월 말 채무보증 잔액 6672억원의 29%인 1908억원이 고정이하로 각각 분류돼 있다.

아이엠증권의 고정이하자산 현황(단위 백만원 %)

 

이 증권사의 채무보증 충당부채 잔액은 23년 9월말 672억원에서 작년 9월 말 153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출채권 대손상각비는 937억원에서 2187억원으로 각각 급증했다. 이 충당부채와 대손상각비 규모는 전국 60개 증권사들 중 최고 액수다. 관련 부실규모가 증권업계 최대 규모라는 얘기다.

대출채권이 아닌 다른 자산에서 생긴 부실에 대비하려는 기타충당금 전입액도 아이엠증권이 작년 1~9월 1665억원으로, 증권업계 최대다. 전년동기 654억원에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과 달리 충당부채나 충당금이 1년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증권사들도 적지 않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채무보증 충당부채가 23년9월말 1319억원에서 작년 9월말 681억원으로 절반 가까이나 줄었다. 대출채권 대손상각비는 하나-삼성-현대차-IBK증권 등이 많이 줄었다. 관련 부실들을 그만큼 많이 정리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충당금이나 충당부채는 많이 쌓을수록 비용이 늘어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이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2023년 1~9월 203억원이었던 BNK증권의 당기순익은 작년 1~9월 6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증권업계 최대 규모의 충당금과 충당부채를 계속 쌓고 있는 아이엠증권의 경우 같은 기간 당기손익이 336억원 흑자에서 1163억원 적자로 적자 반전했다. 적자 규모 자체도 업계 최대다. SK-다올-상상인 증권 등도 모두 적자 전환했다.

아이엠증권의 대출채권 대손상각비(대손충당금전입액) 추이(백만원 %)

 

반면 올들어 부실을 많이 정리했거나 원래부터 부동산 부실 등이 많지 않았던 미래에셋-KB-메리츠-NH-교보증권 등은 올들어 흑자규모가 크게 늘었다.

한편 아이엠증권의 경우 부실과 적자가 계속 심해지자 인력 구조조정도 본격화해 1년 전 871명이던 임직원수를 작년 9월말 755명으로, 1년 동안 13.3%나 줄였다. 이 감소율 역시 국내 증권사들 중 최대치다. 상여금을 포함한 임직원 급여도 같은 기간 699억원에서 359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같은 기간 명예퇴직금 지급액은 2.7억원에서 5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