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성자산 1200억 → 52억…1156억원 감소
- 해외사업 만성 적자, 영구채로 메워
- 10년간 영구채 4030억원 발행, 잔액 1700억원
- 영업활동현금흐름 절반이 ‘영구채’ 이자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풀무원의 현금자산이 최근 4년간 급감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적자 해외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장기화면서 보유현금을 대부분 소진한데 따른 것이다. 풀무원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오히려 현금은 전년보다 줄었다. 이런 가운데 영구채 차환과정에서 이자가 큰 폭으로 뛰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의 지난해 3분기 말 현금성자산(단기투자자산 포함)은 52억원으로 2022년 대비 95.70%(1156억원) 감소했다. 2022년 말까지만 해도 1208억원이던 현금성자산은 이듬해 793억원으로 떨어졌다. 2022년 말 827억원을 보이며 잠시 느는 듯했으나, 2023년 말 65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이처럼 현금성자산이 줄어든 이유는 수년간 해외 계열사 투자로 대규모 현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지난 4년 간(2020~2024년) 자본적지출은 6489억원으로 집계된다.
풀무원이 그동안 미국법인(풀무원USA), 일본법인(아사히코), 중국법인(상해·북명포미다녹색식품), 베트남법인(풀무원베트남) 등의 해외식품부문에 지원한 누적액은 6000억원가량이다. 주로 풀무원이 종속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에 출자하고. 풀무원식품이 다시 해외법인에 출자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지난해 풀무원은 풀무원USA의 제3자유상증자에 참여해 709억원을 수혈했다. 앞서 2022년에도 풀무원USA에 453억원 규모의 자금을 댔다. 아사히코에는 2018년 390억원, 2021년 109억 규모의 자금 지원에 이어 지난해 9월 257억원을 투입했다.
반면 투자는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풀무원의 해외식품부문은 2015년 이후 지금껏 한 번도 영업흑자를 내지 못했다. 아사히코의 경우 2014년 인수 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순손실액은 1000억원을 돌파해 눈길을 끌었다.
해외식품부문의 지난 5년간 영업손실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362억원, 2020년 32억원, 2021년 265억원, 2022년 455억원, 2023년 22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해외식품부문 영업손실 합계는 55억원이다.
풀무원은 영구채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발행한 영구채는 총4030억원에 이른다. ▲2015년 8월6일 300억원(CB)·400억원(BW) ▲2019년 9월30일 700억원(CB) ▲2020년 8월31일 390억원(SB) ▲2020년 10월29일 500억원(SB) ▲2020년 11월30일 40억원(SB) ▲2023년 9월5일 600억원(CB)·600억원(CB) ▲2024년 7월24일 700억원(SB) 등의 영구채를 찍었다. 미상환 영구채 잔액은 1700억으로 2023년과 2024년 발행분이다.
대규모의 영구채 발행에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전년 말 대비 13억원 감소했다. 과거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과 기존 영구채를 갚기 위한 차환 발행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6월 풀무원의 신종자본증권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안정정→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풀무원이 지난해 7월 발행한 영구채의 금리는 기존 채권 4.8%에서 6.7% 로 올랐다. 연간 이자 부담은 약 80억원에서 67억원이 추가로 얹혀져 147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풀무원의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00억원(별도 기준) 남짓인데, 영업활동현금흐름 절반이 영구채 이자로 나가는 셈이다.
더욱이 풀무원은 영업 마진도 낮아서 높아진 이자 지출은 재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풀무원의 수익성은 업계 평균을 하회한다. 계열사들이 식품사업에 집중돼 상호의존성이 높은 탓이다. 지난해 9월까지 풀무원의 매출은 2조3960억원, 영업이익은 65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2.7%다. 최근 10년간 풀무원의 영업이익률은 1~3% 사이다.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던 2014년도 3.2%에 그친다. 통상 국내 식품사들의 영업이익률이 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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