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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미경]롯데그룹, 적자 눈덩이…2년만에 기록적 '수천억 적자' 위기①

- 유통부터 화학까지 적자 쓰나미에 위기설 확산
- 핵심 계열사 롯데케미칼·롯데쇼핑의 실적 악화
- 구조적 문제 해결 없이 회복 어려울 전망

 

롯데그룹의 상징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최근 재계 6위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져 한때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롯데그룹이 이를 강력 부인하고 적극 진화에 나서 지금은 다시 잠잠해진 상태다.

롯데그룹 재무상태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유동성위기까지 거론할 정도는 아직 아니라는게 재계나 신용평가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대체 롯데 상황이 어느 정도이길래 이런 지라시까지 나도느냐는 의문도 적지 않다. 때마침 속속 공시되고 있는 롯데 계열사들의 3분기 보고서들을 중심으로 롯데의 현 상황을 차례로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공정위의 롯데그룹 관련 통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 자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작년 말 기준 자산 138조원, 상시 종업원수 8만6931명의 자산순위 6위 대그룹이다. 작년 매출 67.6조원에 1.17조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국내에만 상장사 11개, 비상장사 86개 등 모두 96개 계열사가 있다. 이 중 덩치가 큰 곳은 지주사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크게 보아 3 곳이다.

롯데지주의 종속 자회사들로는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 편의점인 코리아세븐, 한국후지필름,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자산개발, 롯데이노베이트(구 롯데정보통신), 롯데지알에스, 롯데헬스케어 등이 있다.

롯데지주의 주요 주주 구성

 

전통적으로 롯데케미칼과 함께 롯데그룹의 양대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롯데쇼핑의 주요 종속 자회사로는 롯데하이마트, 우리홈쇼핑, 롯데지에프알, 씨에스유통, 영화관업체인 롯데컬처웍스 등이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롯데슈퍼, 이커머스 부문인 롯데온 등은 자회사가 아니라 롯데쇼핑내의 사업 부문들이다.

롯데케미칼 종속 자회사들로는 롯데정밀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 롯데지에스화학 등이 있다. 이들 자회사들은 또 대부분 자신의 종속 자회사들을 또 거느리고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연결 실적을 보면 그 종속 자회사들과 손자회사들 실적까지 한꺼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들 3개 그룹과 지분 관계가 없거나 적어 실적이 바로 합쳐지지 않는(비연결) 계열사들도 적지 않다. 그 중 덩치가 비교적 큰 곳이라면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롯데월드타워 운영기업인 롯데물산, 롯데렌탈, 롯데캐피탈, 롯데상사, 롯데글로벌로지스, 캐논코리아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중 롯데알미늄, 롯데상사, 부산롯데호텔, 캐논코리아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비상장이라도 분기 실적을 공시한다. 분기실적이 공시되지 않는 기업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실적을 다 모으면 롯데그룹 전체 덩치나 실적의 80~90%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분기 실적들만 다 모아도 롯데그룹의 현 상황을 대체로 알아볼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지주의 연결 포괄손익계산서

 

올 3분기 실적이 공시된 롯데 계열사들의 올 1~9월 영업실적을 모두 모아보면 확실히 올들어 실적이 크게 나빠졌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우선 롯데지주부터 보자.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등의 실적까지 포함된 롯데지주의 올 1~9월 연결기준 매출은 11.99조원으로, 전년동기 11.32조원보다 약간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작년 1~9월 4792억원에서 올 1~9월 4135억원으로 13.7%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익은 2715억원 흑자에서 1871억원 적자로, 적자 전환했다. 우량기업인 롯데칠성음료(올 1~9월 817억원 흑자), 롯데웰푸드(1070억원 흑자) 실적이 포함(연결)됐는데도 이렇다.

롯데칠성음료의 흑자도 전년동기(1312억원)보다 줄었고, 편의점업체인 코리아세븐(795억원 적자), 롯데바이오로직스(201억원 적자) 등 적자 자회사들이 적지 않은 것이 그 1차 원인이다. 하지만 연결 영업이익은 아직 흑자인데, 당기순익이 적자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롯데케미칼 등 대폭 적자를 낸 관계기업들의 실적이 지분법으로 대거 반영된 때문이다.

롯데지주 주요 종속자회사들의 영업실적

 

롯데지주가 50% 이하 지분을 갖고 있는 롯데케미칼과(지분율 25%), 롯데쇼핑(40%), 캐논코리아(50%) 등은 모두 롯데지주의 종속기업이 아니라 관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들 관계사 실적은 롯데지주 실적에 합쳐지는게 아니라 지분율 만큼 적용되는 지분법손익으로 처리된다.

롯데지주의 이 지분법손익이 작년 1~9월 778억원 흑자이던 것이 올 1~9월에는 2551억 적자로, 큰 적자를 냈다. 다음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롯데케미칼이 올 1~9월 무려 6814억원의 적자를 낸 것이 지분법 적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롯데지주는 캐논코리아에서도 올 1~9월 267억원의 지분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롯데쇼핑의 연결포괄손익계산서

 

다음은 롯데쇼핑. 롯데그룹 유통부문의 실적이 총망라된 롯데쇼핑의 올 1~9월 연결매출은 10조5094억원으로 전년동기 10조9229억원보다 약간 줄었다. 영업이익은 작년 1~9월 3060억원에서 올 1~9월 3259억원으로 약간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당기순익은 2361억원에서 22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롯데쇼핑 연결손익은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연속 적자였다. 중국 사드 및 코로나사태 직격탄 등을 맞은 탓도 있지만 롯데가 자랑하는 오프라인 유통이 쿠팡 등 온라인쇼핑의 맹추격에 밀려 계속 맥을 못추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과거 하이마트를 인수하며 대규모 영업권이 생겼는데, 하이마트의 실적이 부진을 거듭하고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대규모 장부상 손상차손을 계속 인식했던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롯데쇼핑은 2021년에도 3186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가 작년 1691억원 흑자로, 실로 오랜만에 흑자 전환했다. 올들어서도 아직 흑자는 유지하고 있으나 흑자폭이 다시 크게 줄어든 셈이다.

롯데쇼핑의 백화점, 마트, 슈퍼 부문과 롯데하이마트, 우리홈쇼핑 등은 작년까지 최근 몇 년간 국내 시장점유율 자체가 계속 하락해왔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부문에서도 신세계 등 경쟁업체들에 계속 조금씩 밀려왔다고 보면 된다.

롯데쇼핑 각 영업부문별 영업실적(단위 천원)

 

이런 분위기가 올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는지,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 연결매출은 작년 1~9월 2.4조원에서 올 1~9월 2.41조원으로 거의 제자리였던 반면 영업이익과 순익은 모두 줄었다. 특히 당기순익은 같은 기간 4437억원에서 2216억원으로 거의 반쪽이 났다.

같은 기간 마트 부문(롯데마트)의 당기순익도 630억원 적자에서 1194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더 커졌다. 롯데 유통부문에서 편의점인 코리아세븐, 롯데하이마트 등과 함께 가장 문제되는 부문이다. 다행히 작년 적자였던 롯데슈퍼와 하이마트는 올들어 소폭이지만 흑자로 돌아섰다. 우리홈쇼핑, 롯데컬처웍스도 전년동기에 비해 흑자폭이 늘거나 적자폭이 줄었다.

하지만 롯데 유통의 또 다른 취약점인 이커머스 부문(롯데온)은 영업적자가 작년 1~9월 645억원에서 올 1~9월 615억원으로 약간 줄었지만 매출은 같은 기간 972억원에서 845억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롯데온은 이커머스 부문이 쿠팡, 네이버 등에 밀려 너무 부진하자 2020년에 출범시킨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쇼핑몰이다. 신세계-이마트의 쓱닷컴보다도 출범이 1년 정도 늦었다. 매출이 대폭 늘어도 모자랄 판에 이젠 매출까지 줄고 있는 것이다.

계속 적자에 매출까지 줄자 롯데온은 최근 출범 후 첫 희망퇴직까지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 유통의 최대 약점이 해결은 커녕 더 후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롯데케미칼의 연결손익계산서

 

롯데쇼핑은 올들어 흑자폭이 많이 줄었다지만 그래도 아직 적자는 아니다. 올해 롯데그룹 최대의 골칫거리는 과거 롯데쇼핑이 6년 연속 적자일 때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 노릇을 대신 해왔던 롯데케미칼이다.

2021년 3월을 고점으로 국내 화학제품 스프레드는 하락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수요 부진과 중국 등의 설비증설-공급확대, 원가경쟁력 약화 등의 3대 악재가 중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들어 국내 7개 주요 화학업체들 중 5개가 적자 상태인데, 그 중에서도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화학제품들이 주력인 롯데케미칼이 가장 심각한 편이다. 롯데케미칼 전체 매출의 68% 가량을 차지하는 기초화학부문의 영업적자만 올 1~9월 6500억원으로, 전년동기 2510억원에 비해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올 1~9월 롯데케미칼의 전체 연결 매출은 15조5343억원으로, 전년동기 15조411억원보다 약간 늘었다. 하지만 영업손익은 작년 1~9월 319억원 적자에서 올 1~9월 6600억원 적자로, 적자가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손익도 1148억원 흑자에서 6814억원 적자로, 적자반전하면서 기록적인 적자폭을 올렸다.

2021년까지만 해도 롯데케미칼의 당기순익은 1조4136억원에 달했다. 2022년 278억원으로 흑자가 크게 줄더니 작년부터 적자로 전환, 작년 392억원 적자를 냈다. 올들어서는 적자폭이 천정부지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계속된 스프레드 하락세로 영업이익은 22년과 23년에도 이미 7630억원 및 3480억원 적자였다.

 

롯데케미칼 각 사업부문별 영업실적



종속 자회사들 중 롯데정밀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지에스화학 등은 올해도 아직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 본사와 미국 자회사 등 해외 자회사들 상당수가 올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새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글로벌 화학수요에 더 부정적일 것으로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중국 부양책이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는 점도 부정적 요소다. 여기에 중국과 중동 업체들의 지속된 설비 증설경쟁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있다.

이들 3개 소그룹의 종속 자회사들이 아닌 관계사들이나 지분관계가 없는 독립 계열사들 중 롯데글로벌로지스(올 1~9월 당기순익 267억원), 롯데렌탈(799억원 흑자), 롯데캐피탈(900억원 흑자) 등은 아직 견실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

과다한 부동산PF 보증으로 재작년말부터 롯데그룹 전체에 큰 주름살을 안겨 주었던 롯데건설(롯데케미칼 지분율 44%)도 장부상으로는 흑자다. 올 1~9월 연결매출은 6.03조원으로, 전년동기 4.87조원보다 많이 늘었고, 당기순익도 566억원 흑자로, 전년동기 1203억원보다 흑자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흑자다.

작년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태영건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건설회사 회계가 원래 분식성이 많아 언제 대규모 부실로 바뀔지 알 수 없다. 롯데건설의 경우도 상대적으로 위험하다는 대구 광주 등 지방 사업장들이 여전히 많고 브릿지론도 아직 4.44조원이나 있어 위험선 완전탈출을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적어도 장부상으로는 작년에 비해 많이 안정돼 보인다. 한때 6.6조원이 넘었던 부동산PF 신용보강액은 작년말 5.64조원에 이어 지난 9월 말 4.95조원으로 크게 줄어있다. 공사비용 급등에 따른 매출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이 줄었을 뿐 유동성 등 다른 지표들도 작년에 비해 많이 안정된 상태다.

롯데건설 연결손익계산서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 중에서는 올들어 실적이 악화된 회사들이 적지 않다. 호텔롯데의 연결 당기순익은 작년 1~9월 2543억원 흑자에서 올 1~9월에는 1301억원 적자로, 적자전환했다. 영업손익도 적자로 바뀌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운영업체인 롯데물산도 비슷해 작년 1~9월 2207억원 당기순익 흑자에서 올 1~9월에는 928억원 적자로, 적자 반전했다.

지금까지 올 1~9월 영업실적을 공시한 롯데 계열사들의 당기손익을 모두 단순 합산하면 -8080억원(적자)에 달한다. 이 중 롯데지주 당기순손실 중에 들어있는 롯데케미칼 등 관계사 지분법손실 2551억원을 빼면 전체 순적자규모만 5529억원에 달한다.

물론 분기실적이 발표되지 않는 비상장사 실적이 더해지면 적자규모가 줄거나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계열사들의 덩치나 실적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그룹 전체 적자규모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전체 적자의 최대 주범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연말로 갈수록 적자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많아 올해 롯데그룹 전체 당기순손실은 7천억~8천억원대에 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른 계열사들이 아무리 선방하더라도 전체 적자 최소 수천억원대는 분명해 보인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전체 매출과 당기순익은 2021년에 각각 65조원 및 1.51조원이었고, 2022년은 71.8조원 및 -154억원, 2023년은 67.6조원 및 1.17조원이었다. 2022년 이후 2년만에 다시 그룹 전체가 기록적인 적자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적자규모도 수백억원대가 아니라 수천억원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1년까지는 확실한 캐시카우 롯데케미칼이 있어 그룹 전체가 수천억원대 손실을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이 크게 무너지고 롯데쇼핑 등 다른 많은 계열사들도 같이 고전하면서 기록적인 적자상태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위기 찌라시가 나온것도 이같은 롯데그룹의 기록적인 대규모 적자가 1차 원인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아무리 한해에 수천억원 수조원 적자가 나더라도 그동안 벌어둔 유보금(이익잉여금)이 많거나 단기유동성이 아직 괜챦다면 유동성위기론은 과장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의 단기유동성이나 현금동원력, 그동안 벌어놓은 이익잉여금 등은 어느 정도일까? 다음 편에 알아보기로 한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