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적자와 부채 증가로 재정 위기
- 최대주주 류광지 회장, 7000억원 자금 지원
- 실적 없는 사업과 과도한 홍보로 신뢰 상실
- 회사 지속 가능성에 의문 제기…주가 급락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SK 등 대그룹들도 현재 고전하고 있는 2차전지 배터리사업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온갖 호재성 발표 등으로 자주 주가를 급등락시켜온 금양이 결국 올들어 대규모 적자와 결손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최근 금양 최대주주인 류광지 회장과 류 회장의 개인기업들은 지분 무상증여와 대여금의 출자전환 및 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금양에 7000억원 안팎을 지원한다는 긴급자구책까지 부랴부랴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발표로 잠시 5만원선에 육박했던 주가는 현재 3만원대 초반까지 다시 미끄러져 있다. 배터리 붐이 한창일 때 이 회사 주가는 한때 20만원 선에 육박하기도 했다.
19일 금양이 최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 1~9월 연결기준 매출은 1165억원으로, 전년동기 1120억원보다 약간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1~9월 48억원 적자에서 올 1~9월은 393억원 적자로 영업손실폭이 크게 늘었다.
금양이 과거부터 해오던 발포제사업은 매출 1135억원에 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새로 진출한 배터리소재와 2차전지 부문 등에서 큰 폭의 영업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올 1~9월 배터리소재는 매출 11억원에 영업적자 13억원, 2차전지는 매출 0에 영업적자 30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리튬 개발을 하겠다며 콩고와 몽골 등에서 벌이고 있는 자원개발사업도 올 1~9월 매출 18억원에 영업적자가 112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익은 더 좋지 않다. 올 1~9월 당기순손실은 1609억원(전년동기 -239억원)으로, 영업적자 393억원보다 4배 가량 더 컸다.
과다한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183억원)에다 해외 리튬광산 개발에서 입은 광업권 손상차손이 1102억원, 영업권 손상차손이 171억원에 각각 달한 탓이다.
금양의 영업이익은 작년부터, 또 당기순익은 재작년부터 이미 적자에 각각 빠졌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적자폭이 작년, 재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적자가 이렇게 계속 확대되다보니 금양의 지난 9월 말 연결 기준 이익잉여금도 -1753억원(결손)으로, 작년 말 -587억원보다 9개월 사이에 누적결손이 3배 가량 더 커졌다.
작년 말 563억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회사채 포함 장단기차입금도 작년 말 3377억원에서 지난 9월 말 6864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또 만기가 1년 이하인 유동부채가 1조876억원에 달하는 반면 만기 1년이하 유동자산은 1255억원에 불과하다. 단기유동성도 위험선에 거의 도달했다.
몽골 현지 자회사가 몽골은행에서 빌린 일반자금 35억원의 금리가 무려 32.4%에 달할 정도인데도 국내외 금융기관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등이 어려워지자 계열사나 오너 일가 신세도 많이 지고 있다.
금양 분기보고서를 보면 류광지 회장은 지난 9월 말 현재 금양에 모두 2412억원을 빌려주고 있다.
류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개인 회사들인 KJ인터내셔날과 KY에코가 금양에 빌려주고 있는 대여금 잔액도 각각 1311억원, 950억원에 달한다. 금양 장단기 차입금의 68%를 류 회장이 사실상 빌려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류 회장은 금양 주가가 크게 오를 때마다 자기 지분을 대거 팔아 거액 차익을 챙겼고, 이 돈을 금양에 대여하기도 했다. 금양 주가가 떨어지면 류 회장과 개인 회사들은 다시 금양 주식을 대거 사모으는 방식으로 재테크(?)를 해왔다고 한다.
올해 초 금양 주가가 좋을 때에도 류 회장은 지분 4.55%를 매각, 2439억원을 확보한 적이 있다. 한때 류 회장의 지분 매각 및 평가차익이 수조원대에 이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무튼 올 1~9월 순손실이 1609억원이나 발생하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9621억원이나 많아지자 금양은 분기보고서 주석난에서 “계속기업으로서 그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또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대한 유의적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특수관계자에 대한 차입금 3000억원을 출자전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향후 대표이사로부터 무상 수증할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방법 그리고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로 지난달 말부터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류 회장 소유 금양 지분 3000억원(1천만주) 무상증여와 류 회장과 두 개인기업들이 빌려준 차입금의 출자전환 및 3자배정 유상증자를 말한다.
또 금양에 대한 대여금이 금양 주식으로 바뀌는 출자전환 및 3자배정 유상증자 내역을 보면 류광지 회장이 346만주, KJ인터내셔날이 92만주, KY에코 154만주씩이다.
류 회장이 금양 대여금 중 1752억원 가량을 까주는(주식으로 전환) 셈이다. 내달 초 유상증자와 무상 증여가 계획대로 끝나면 류 회장의 금양 지분율은 현재 36.29%에서 10%포인트 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번 지원책은 류 회장과 류 회장 개인회사들이 어느 정도의 금양 지분율 감소를 각오하고 그동안 보유주식 매각 등으로 벌고 불린 돈을 다시 금양에 재투입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3자배정 유상증자 신주발행가도 시가보다 비싸게 매겨 눈길을 끌었다.
원래 금양은 2차전지와는 큰 관련이 없던 부산 소재 발포제 전문기업이었다. 한때 발포제시장 전세계 1위라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발포제 하나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어 탈출구를 고심하던 차에 마침 전기차와 2차전지 붐이 일자 류 회장과 금양은 2022년 무렵 갑자기 ‘2차전지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밧데리아저씨’로 유명했던 박순혁씨가 한때 이 회사 임원으로 몸담으며 홍보를 도왔다. 금양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삼성SDI 등도 아직 개발을 못했다는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게임체인저’가 되겠다고도 큰 소리쳤다. 리튬 채굴에 직접 나서겠다며 콩고에 이어 몽골 진출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2021년까지 수천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한때 20만원선에 육박했다. 주가가 조금 하락하기만 하면 또 다른 호재성 발표들이 이어졌다.
회사와 오너가 주가 관리를 잘 해주어서 그런지 다소 터무니없어 보이는 발표들에도 금양 주식을 지금도 갖고 있는 소액 투자자들이 22만명(9월 말 기준)에 달한다. 소액투자자 지분율도 56%에 이른다.
금양과 금양 주식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과연 부산의 작은 중견기업이 무슨 돈이 있어 SK도 아직 쩔쩔 매는 배터리사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리튬광산이나 2차전지 생산 공장의 실체는 과연 있기나 한가’하는 의문들이었다. 실제 배터리사업 진출 선언 2년이 지났지만 아직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혀 없다.
하지만 금양의 회계장부상으로 볼 때 실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3350억원이던 금양의 유형자산(연결)은 지난 9월 말 9453억원으로 크게 늘어나 있다. 부산 기장에 짓는다는 배터리 공장 등과 관련한 투자 때문으로 보인다.
몽골 리튬광산 개발을 위해 몽골 현지에 설립한 자회사(지분율 60%)는 지난 9월 말 기준 자산 240억원, 부채 370억원에 올 1~9월 매출 18억원, 당기순손실 345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나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출이 없던 회사다. 성과가 아직 거의 없기는 하지만 운영은 시작한 회사로 봐야할 것이다.
비록 주가 급등으로 번 떼돈이지만 오너가 회사에 위기가 생길 때마다 자기 돈을 계속 집어넣는 것을 보면 ‘한탕 주가대박만 노리는 지방 기업인’으로 무조건 매도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이번에도 오너가 사실상 자기 돈 7000억원 가량을 회사에 내놓았다고 볼 수 있다.
지방 중견기업에 7000억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당장 부채비율이 크게 떨어지고 증여받은 주식을 팔면 투자자금 조달이나 유동성에도 큰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러나 배터리 사업이란게 SK온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수천억 정도로 되는 사업이 아니다. SK그룹의 경우 십여년에 걸쳐 수십조원 이상을 투입했는데도 아직도 허덕거리고 있다. 장기간의 배터리사업 준비에 어느 정도의 안정적 양산과 수율, 유의미한 고객사까지 이미 확보한 SK온도 이런데, 그런 것이 아직 거의 없는 금양은 말할 것도 없다.
금양이 개발에 성공했다는 원통형 배터리의 기술력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소식도 아직 없다. 금양의 원통형 배터리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벌써 수많은 대기업들이 금양에 달려 들었을 것이다.
여기에다 작년 하반기부터 전세계 전기차와 배터리업계는 심각한 케즘(과도기의 일시적 수요정체나 후퇴)에 진입해 있다. 트럼프 재집권 효과까지 겹쳐 케즘의 장기화를 내다보는 전망들이 많다.
SK온 같은 대형 배터리업체들은 물론 에코프로비엠 등 세계적 소재업체들 대부분 현재 상당한 적자나 매출 격감에 빠져있다. 회복은 빨라야 2026년 이후라는게 일반적 전망이다. 대그룹도 아닌 금양이 이 엄혹한 보릿고개를 어떻게 계속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체가 의심받거나 다소 황당해 보이는 보도자료 등에 주로 의존하는 금양의 홍보스타일도 계속 문제다. 지난달 28일 장래사업·경영계획을 거짓 또는 잘못 공시했다는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5월 몽골 광산개발업체 몽라(MONLAA)의 지분 취득을 위해 체결한 양해각서와 관련해, 금양이 몽골 광산의 실적 추정치를 부풀렸다는 논란에 따른 것이다.
당시 금양은 몽라 투자로 올해 매출 4024억원, 영업이익 1609억원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공시 다음날 금양 주가는 18.12% 급등했다.
하지만 금양은 1년 반이 다 된 지난 달 27일 정정 공시를 통해 종전 실적 전망보다 크게 쪼그라든 올해 매출 65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제시했다. 이것도 9월까지 실적으로 봐선 달성이 의문시된다.
이런 식의 보도자료들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 주가가 떨어질만 하면 나중에 맞든지 말든지 장밋빛 호재 발표로 주가를 올린 후 지분매각 차익 등으로 오너나 회사 자금을 마련하는 스타일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아 버렸다. 이런 방식의 효과는 앞으로 계속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보면 배터리사업은 접는게 맞아 보이지만 그동안 올린 주가차익과 투자, 22만 소액투자자 등을 생각하면 쉽게 포기하기도 힘들 것”이라며 “금양 배터리사업 전망은 투자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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