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롯데 제2의 대우그룹으로 공중분해 위기. 12월초 모라토리움 선언? 차입금 39조원(재계 4위), 그룹 전체 24년 당기순이익 1조(재계 17위) 롯데쇼핑 차입금 제외한 홋데홀딩스, 지주 및 롯데캐미컬, 호텔 롯데 29조9천억으로 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 촉발....”
18일 이같은 내용의 지라시가 증권가에 퍼지자 롯데 관련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롯데는 '유동성 위기'와 관련 즉각 “사실 무근이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지주와 롯데쇼핑·롯데케미칼은 18일 “현재 거론되고 있는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관련 루머는 사실 무근”이라고 공시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롯데그룹 측은 또 “롯데온의 누적 적자가 수조원대 규모라고 말이 돌았지만, 실제 롯데온 출범 첫해인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가지 누적 적자는 5348억원”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컬의 경우 18일 종가는 6만5900원인데 지난 2021년 3월 31에는 32만1947원이었다.
주가가 3년반만에 다섯토막이 났으니 비단 지라시 소동이 아니더라도 이미 시장에서 오랜 기간 외면받아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지라시 이전에 증권관련 유튜브 영상에서도 비슷한 내용들이 연이어 흘러나와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키던 상황이었다.
지라시 내용과 비슷한 내용의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30만회에 달했다. 시장에 충분히 영향을 줄만 하다.
롯데그룹이 지라시에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에도 롯데캐피탈이 연 15%대 고금리로 기업어음(CP) 발행에 나섰지만 실패했다는 내용이 지라시로 퍼졌다.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롯데캐피탈도 덩달아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었다는 설명이 그럴듯하게 붙여졌다.
이처럼 지라시의 지속적인 공격은 롯데그룹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실적부진과 자금악화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롯데 주력사 실적 압박하는 내수부진과 석유화학 분야 반전 기회 잡아야 위기설 잠재워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미국 트럼프 2기 출범과 관련해 “조선(업)이 이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고, 그리고 아마 새 미국 행정부가 화석 연료에 대해서도 좀 유연한 정책을 쓴다면 조금 침체된 우리의 석유화학 분야도 종전과 같은 지위를 회복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에너지부 장관에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는데, 라이트는 기후변화를 부인하고 화석연료 신봉자로 알려져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역행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던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기회가 찾아오는 것까지 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석유화학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사업 개편을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국내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기대감은 그저 기대 그 자체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종 주가는 오히려 급락했었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량이 감소하면서 중간재로 화학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화학기업들의 실적 둔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라시 소동이 있기 전에 이미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롯데의 화학 관련 계열사 임원들이 일제히 급여를 자진 반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반납 예정인 급여는 롯데지주 20~30%,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은 10~30%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실적 악화가 뼈아프다.
이 회사의 경우 지난 3분기 매출은 소폭 하락, 영업손실은 컨센서스 보다 8배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가 올해 4분기까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매우 부정적인게 현실이다.
지난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당시 3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한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114억원, 영업손실 317억원, 순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 했다.
중국의 저가공세로 우리나라 석유화학 관련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린 것은 이미 오래된 상황이었다.
이처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찾아온 기회를 조선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그룹은 석유화학을 빼면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내수기반 기업집단인데, 부동산 불황 등 극심한 내수부진이 이어지면서 그룹 전체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내수기업인 롯데건설은 연초 PF(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설에 휩싸인 바 있다.
롯데건설은 현금성 자산 보유 현황과 우발채무 해소 계획을 밝히며 위기설 불식 및 유동성 확보에 힘써왔다. 지난 2월 그룹사의 지원을 받아 2조3000억원 규모의 장기펀드를 기표하고 지난 2월과 7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총 518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코로나 이후 시장 추세가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음에도 롯데그룹은 대형 오프라인에 대한 기대를 꺽지 않아 작금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롯데지주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19년 100.3%에서 2023년 139.4%로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142.1%로 전년 동기 대비 10.9%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 수준으로만 보면 유동성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차 재무건전성이 낮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와관련, 최근 롯데지주는 7년 만기 사모채를 발행해 500억원을 조달했다. 조달금리는 연 4.06%다. 발행 목적은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것이었다.
장기차입금을 조달하는 대신 신용도가 떨어지면 강제로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롯데지주 출범 후 이와 같은 강제상환 조건이 붙은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전언이다.
연합인포맥스 보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서 18일 계열사 회사채 일부가 수십bp 오버 거래(민평금리보다 높게 거래)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오버 거래는 전 거래일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해당 채권 가격보다 낮게 매매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쇼핑, 롯데케미컬, 롯데건설 모두 회사채 가격이 민평금리보다 높게 거래됐다.
◇삼성 10조 자사주 매입, 유동성 위기 소문에 휘청이는 롯데...사법리스크에 포위된 여의도 풍경
2024년 11월 대한민국 풍경은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요동치는 국내외 금융시장 속에서 삼성전자와 롯데그룹 등이 주가방어를 위해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여야 모두 사법리스크에 휘말려 경제 이슈 자체가 사라지는 어지러운 상황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4만 전자까지 떨어지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10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내놓고, 롯데그룹은 “제2의 대우그룹이 왠말이냐”며 지라시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알수 있듯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마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여의도 풍경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방을 죽이려는 사법전쟁이 한창이고 관가에서는 이제 ‘복지부동’이 일상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관련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오는 바람에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어 기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야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인데 오는 25일 오후 2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이 예정되어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반면에 공천 장사를 했다는 의심을 받는 명태균과 김영선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명태균 관련 뉴스는 이제 일일이 점검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확대일변도여서 앞으로 정가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올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 모두 사법리스크에 휘말려들어가면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19일 전쟁 발발 1000일을 맞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격변하는 국제정세따위는 이제 우리 여의도 정가에 명함도 못내미는 기이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위급 공무원은 물론 일선 공무원들까지 사법처리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늘상 지켜봐온 공무원 사회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는 현상황에서 ‘보신’이 최선이라는 분위기가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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