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 지난 11일 덴마크 정부의 리콜(회수) 조치 이후 구글에서는 오히려 난리가 났다고 한다.
구글 검색 트렌드에 따르면 불닭의 전 세계 검색량은 6월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튜브뿐 아니라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닭챌린지가 재생산되는 데다 각종 외신에서도 이번 사태를 크게 보도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삼양식품의 핵불닭볶음면 3×스파이시(Spicy), 핵불닭볶음면 2×스파이시, 불닭볶음탕면 등 3종을 현지 시장에서 회수하면서 캡사이신 수치가 높아 급성 중독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유튜브를 검색해보면 덴마크의 리콜 조치를 비아냥하는 수많은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덴마크 정부는 놀림의 대상이 되고 불닭볶음면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조사에 나선 뉴질랜드 당국이 리콜을 결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조차 화제가 되고 있다.
뉴질랜드 식품안전청(NZFSA)는 최근 덴마크가 리콜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제품 3종에 대해 자체 조사한 결과 “캡사이신 함량이 높지만 매운 정도를 제품에 표시했다”며 “이 제품이 노인과 어린아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지만 그들은 제품의 주요 소비자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먹고 불편함을 느낀다면 자연스레 그만 먹을 것”이라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덴마크는 원래 외국 문물이나 문화에 배타적인 나라이다”는 혹평까지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 엔비디아가 있다면 한국에는 ‘삼비디아’가 있다.
불닭복음면을 생산하는 삼양식품 주가는 지난해 말 종가 21만6000원에서 26일 종가 65만2000원으로 올들어 거의 3배 올랐다. 세계를 떠들석하게 만든 ‘엔비디아’보다 상승폭이 월등하다.
일명 ‘불닭볶음면의 어머니’로 불리고 있는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보유한 삼양식품 주식 가치는 1년 사이에 6배 넘게 올랐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김 부회장은 지난 21일 종가 기준 국내 138위 주식 부호 자리에 이름을 올렸는데 1년 전에 비하면 무려 780계단이나 뛰어오른 수준이라고 한다.
뒤늦게 엔비디아를 추격 매수하던 서학 개미들 입장에서는 땅을 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증시에 이런 대박주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 말이다. 이름하여 ‘삼비디아’이다.
증권사들은 삼양식품이 올해 연결기준 매출 1조5635억원, 영업이익 30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31.1%, 105.5% 많은 수준이다.
한화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삼양식품의 목표주가를 최근 80만원대까지 올려 잡았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812억원으로 상향한다”며 “평균판매단가(ASP)와 수익성 높은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매출총이익률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K푸드 수혜주인 CJ제일제당은 26일 장중 40만7500원까지 오르면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다시 질주하고 있고 동원F&B, 대상 등도 연초대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K푸드 열풍이 삼양식품은 물론 우리 식품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 거대한 한류의 폭풍이 불닭볶음면 성장에도 기여했을 것으로
2014년 2월 10일 '영국남자'로 알려진 유명 채널에 불닭볶음면을 먹으면서 엄청 괴로워하면서도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것을 기점으로 유튜버들 사이에서 불닭볶음면 체험 영상을 올리는 챌린지가 유행했다고 한다.
영국 출신의 조쉬(본명 조슈아 대럴 캐럿)와 올리(본명 올리버 존 켄달)가 운영하는 채널 '영국남자'는 구독자 400만명이라는 거대한 팬 층을 보유하고 있다.
조쉬와 올리는 영국인 친구들과 함께 한국의 이색적인 먹을거리와 문화를 체험하면서 영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알려준다. 다양한 콘텐츠 중 삼겹살·치맥·불닭볶음면·김밥·믹스커피 등을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리액션을 살펴보는 '먹방' 영상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니까 이들은 단순한 유튜버가 아니라 한류 전도사를 자임하고 주로 외국의 한류팬들을 상대로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전 세계에 거대한 한류팬들이 존재하기에 ‘영국남자’가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삼양식품의 성공 역시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음이다.
우리 귀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코리아부(Koreaboo)’라는 말이 있다.
나무위키를 보면 ‘코리아부’는 서구권에서 한국인이 아님에도 지나칠 정도로 한국(인)을 숭배하면서, 어설프게 한국인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혹은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사람이 스스로 ‘코리아부’라고 자칭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때 서구사회에 일본풍을 대표하는 ‘사무라이 문화’가 과장되게 유포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70~80년대 일본풍이 미국을 휩쓸었을 때 미국 주류사회에서 ‘사케’와 ‘스시’를 즐기는 것이 유행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된다.
어쨌든 ‘코리아부’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한류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튜버 김샬롯 채널에는 이런 내용까지 소개되어 있다.
“지금 미국 사회에서는 한국드라마 때문에 한국어가 유행하고 있다. 독자들이 들으면 웃기겠지만 미국 아줌마들은 ‘어머어머(OMO OMO)’를 따라하거나 심지어 ‘괜찮아’라는 말도 쓴다”
한때 미국은 물론 한류가 유행하는 외국에서 ‘오빠’ ‘언니’등의 말들이 유행한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 정도 일줄이야.
지금은 한한령 때문에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공중파에서 보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2014년 초만 해도 중국에서 한국드라마 인기는 대단해서 ‘별에서 온 그대’의 경우 중학교 작문시험에도 등장했다고 한다. 가령 이런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당신이 한국 드라마 '별그대' 주인공 도민준이라면 천송이와 마지막 3개월을 보내고 죽어 그녀에게 고통을 줄 것인가, 그녀에게 고통을 주느니 차라리 원래 별로 돌아갈 것인가. 8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
중국에서 한류를 차단하자 “이제 한류는 끝장이다”는 주장이 한때 유행했지만 한류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서구 전체로 확산중이다.
BTS, 블랙핑크, 뉴진스 등으로 대표되는 K팝은 물론 칸영화제와 오스카상을 휩쓴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를 통해 말 그대로 전세계를 강타한 ‘오징어게임’ 등 K드라마에 이어 이제는 K푸드, K패션 등으로 그 영역을 무한대로 넓혀가고 있다.
한때 일본의 대중문화를 우리나라에 개방하면 우리는 곧 일본문화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던 시절도 있지만 지금은 일본 방송만 해도 한국 드라마가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다.
기자가 지난 1월 일본 여행을 갔었을 때 경험인데, 수많은 일본 방송채널에서 철 지난 한국 드라마가 주구장창 방영되고 있었다.
장나라, 장혁 주연의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이미 10년 전인 2014년 드라마인데 주요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었고 2019년 방영된 문근영 주연의 ‘유령을 잡아라’ 2021년 방영된 옥택연 주연의 ‘어서와 조이’ 등이 여러 채널에 등장하고 있어 밤 시간대에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철지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는 아예 한국배우 채종협이 일본배우 니카이도 후미 등과 주연으로 나오는 일본 드라마 ‘Eye Love You’가 기록적인 시청률을 자랑했다고 한다.
또 기자의 지인은 이런 경험을 말해주었다.
“인도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서로 어울려 한국어와 영어를 서로 가르치면서 공부하는 모임이 있는데 얼마 전 크게 히트한 ‘눈물의 여왕’을 넷플릭스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한 인도 사람들이 드라마 결말에 대해 토의를 하자고 해서 놀랬다.”
해서 요즘 인도 등 외국 방송에서는 한류의 성공비결을 분석하는 다큐 프로그램들이 다수 나오고 있는데 분석 내용은 대부분 비슷하다.
가령 한국인들은 IMF 국가부도 시절, 전국민이 나서 금모으기 운동으로 위기를 극복했고 김대중 정부 때부터 문화산업을 자동차 산업만큼 지원하면서 키웠다는 등 정부 지원론도 빠지지 않는다.
금모으기 운동과 한류 발전을 연결시키는 것이 좀 억지스럽고 한류 발전에 정부 지원을 들먹이는 것도 어색하지만 아무튼 그네들은 한류 발전의 원인을 이리 저리 따져보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자신의 대학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방탄소년단(BTS)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앞으로 세계에서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예언해서 유명해진 한류학자 샘 리처드 펜실베니아 주립대 교수는 지난 25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조병두홀에서 ‘한국 문화의 재발견(Korea’s Characteristics and Values)’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했는데 한류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 문화는 지난 30년 동안 기술을 활용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뛰어난 통신 기술을 활용해 전세계로 문화를 전파했다. 이제 전세계가 한국 문화에 궁금증을 보이고 관심을 갖고 있다. K-팝과 K-드라마에는 한국 고유의 특성과 가치가 녹아있다. 누군가 나에게 ‘한국이 전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어본다면 ‘지금하고 있는 것을 계속하면 된다’고 얘기할 것이다.”
바야흐로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형국이다. 혹자는 이런 추세는 조만간 가라앉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1997년 최진실 안재욱 차인표 주연의 ‘별은 내 가슴에’가 중국에서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할 때도 일부 전문가들은 “한류는 기껏해야 10년 정도 유지될 것이다”고 주장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지금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가 어디까지 진보할지는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요즘 한류를 다루는 외국 논문이나 언론에서는 ‘한류’라는 단어를 영어식 표현인 ‘Korean Wave’ 대신에 아예 한국어 발음 그대로 ‘Hallyu’라는 단어를 주로 쓰고 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은 정말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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