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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빈껍데기’ 된 홈플러스…점포 팔아 빚 갚고, 리스 부채 4조?②

- 홈플러스 법정관리, MBK 투자 실패 논란
- 배당금·이자로 MBK 일부 투자금 회수
- 1조 투자 약속 불이행, 홈플러스 붕괴

MBK파트너스 창립자이자 최대주주로 알려진 김병주 회장


탄탄했던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결국 기업회생절차에까지 들어간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쿠팡의 부상 등 시장변화 영향도 많지만 사모펀드의 과다한 인수금융을 통한 무리한 인수에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맞는 말일까?

홈플러스 자금난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근본 이유는 무엇인지, MBK파트너스가 그동안 회수한 투자금은 얼마인지, 회생절차 후 MBK파트너스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될 것인지, 창립 후 최대 위기를 맞은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 MBK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등을 차례로 알아본다. <편집자 주>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초기 한때, ‘홈플러스가 적자인데도, 투자자들에게 거액 배당을 해주고 있다’는 노조 등의 비판이 있었다.

이때 MBK파트너스(이하 MBK)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한국리테일 우선주를 가지고 있는 연기금에 돌아갈 뿐 MBK파트너스는 단 한 번도 배당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언론과 노조 등에 해명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면서 “연기금 등에 배당한 뒤 남은 배당금은 대부분 이자비용과 차입금 상환 용도로 사용했다”고도 해명했다. 최근 홈플러스 회생절차개시 후에도 ‘MBK 먹튀 논란’ 등이 일자 MBK와 홈플러스 측은 “(홈플러스) 점포 매각이 대주주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주장은 맞는 말일까? MBK와 MBK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정말로 지금까지 투자금을 한푼도 회수하지 못했을까?

우선 ‘MBK파트너스가 단 한 차례도 배당을 받은 적이 없다’는 해명은 틀린 말은 아니다. MBK파트너스는 자신이 모집한 사모펀드들을 대신 운용해주는 사모펀드 운용사(GP)로, 사모펀드들에게서 받은 운용수수료가 주 수입(매출)이고, 자신이 적접 일부 펀드들에 투자해 배당 등 투자운용수익도 일부 받기도 한다.

홈플러스가 홈플러스스토어즈에 지급한 배당금


운용수수료는 지금도 받고 있겠지만 MBK가 홈플러스로부터 배당 등을 받은 적은 적어도 회계장부상으로는 아직 없어 보인다. 홈플러스가 상위 주주들에게 매년 올려준 배당금은 우선주(RCPS) 주주들에게만 지급되었다. GP인 MBK가 RCPS에 투자했다는 기록 자체도 없다.

하지만 노조의 주장은 MBK파트너스만을 지칭하는게 아니라 MBK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자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MBK의 이 해명은 틀렸다고 봐야한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으로 2.5조원의 보통주 펀드 및 7천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프로젝트펀드를 구성했다. 이 사모펀드들이 투자해 홈플러스 인수 목적의 한국리테일투자 등 3개 SPC(특수목적법인)를 다시 만들었다.

이 3개 SPC가 홈플러스홀딩스(이하 홀딩스)를 우선 인수했고, 홀딩스가 홈플러스스토어즈(이하 스토어즈)를, 또 스토어즈가 홈플러스 본체를 각각 차례로 인수하면서 인수가 마무리되었다.

과거 홈플러스 감사보고서들을 보면 홈플러스는 2015 회계연도(15년3월~16년2월) 이후 2018 회계연도까지 4년 연속 모두 1조3340억원의 중간배당 및 연차배당금을 주주에게 지급했다. 스토어즈와 홀딩스가 홈플러스에 역합병된 2020년 2월 말 이후 지금까지는 홈플러스의 배당지급 기록 자체가 전혀 없다.

2019년 2월까지의 배당금은 바로 위 100% 지배기업이었던 스토어즈에 모두 지급되었다. 스토어즈는 이렇게 받은 배당을 바탕으로 상위 지배기업인 홀딩스에 같은 기간 모두 1044억원을 배당금으로 다시 지급했다.

홈플러스스토어즈가 홈플러스홀딩스에 지급한 배당금


홈플러스로부터 받은 배당금 1조3340억원에 비해 홀딩스에 지급한 배당금이 10%도 안되는 것은 스토어즈 자신이 우선 과다 차입금의 금융비용 부담과 적자 탈출이 시급해 배당을 모두 재배당하지 못하고 대부분 자기 회사 비용으로 썼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홀딩스는 같은 기간 상위 지배기업인 SPC 한국리테일투자에 모두 856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당초 사모펀드 투자자들과의 계약상 RCPS 투자자들에겐 인수 첫해부터 매년 3~6%의 배당을 무조건 지급해야했다. 하지만 이런 의무조항이 없던 보통주만 보유했던 나머지 2개 SPC는 이 기간이나 그 이후에도 배당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홈플러스홀딩스가 한국리테일투자에 지급한 배당금


당시 홈플러스가 매년 벌어들인 배당가능이익 규모나 홀딩스 및 스토어즈의 재무상태 등으로 볼 때 2.5조원을 투자한 보통주 투자자들에게까지는 배당을 지급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선주 RCPS 투자자들이 받은 배당도 배당이다. RCPS를 전액 보유했던 한국리테일투자에게 배당이 올라갔다는 것만으로도 일부 투자자들에게 처음부터 배당이 지급되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MBK 사모펀드 RCPS에 최초 투자한 금액이 모두 5826억원이었고, 그 중 리파이낸싱과 배당금 수령을 통해 모두 3131억원을 회수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를 보면 스토어즈 및 홈플러스(2020년 이후)가 올려준 배당은 적어도 국민연금같은 RCPS 투자자들에게는 처음부터 계속 지급된 것이 확실하다. 투자자들이 한푼도 못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통합 홈플러스가 한국리테일투자에 지급한 RCPS이자


이 RCPS는 2018년 이후부터 회계제도 변경으로 자본에서 부채로 바뀌면서 매년 지급하던 배당도 이자로 명칭이 바뀐다. 2019년 3월 이후 2024년2월까지 지급된 RCPS 이자가 모두 4898억원에 달한다. 이 이자도 모두 국민연금 등 RCPS 투자자들에게 지급되었으니 배당 또는 투자금 회수로 봐야할 것이다.

이 RCPS는 인수 초기부터 원금 상환권과 보통주 주식 전환권이 있었고 의결권도 갖고 있었다. 홀딩스의 초기 발행액은 7천억원이었으나 2018년 2월말 8002억, 22년2월말 9149억, 24년 2월말 1조655억원, 24년 11월말 1조1226억원 등 계속 커졌다.

만기가 2020년 10월21일이었으나 복리로 만기 자동연장됐기 때문이다. 인수 초기 RCPS 발행가는 주당 1만원에 만기 5년, 보통주 전환은 발행일 이후 상시가능 조건이었다. 배당은 처음에는 연3%, 만기 이후에는 연6%였다. 인수금융차입금이 전액 상환될 경우 RCPS 원금 상환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이 상환권이 일부 발동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홈플러스 현금흐름표를 보면 3사가 합병된 2019 회계연도 이후 매년 조금씩 RCPS 원금이 상환되었다. 24년2월까지 상환액이 모두 2853억에 달한다. 이 RCPS 원금상환도 투자회수라고 봐야할 것이다.

홈플러스의 RCPS 원금 상환액


비록 국민연금 등 RCPS 투자자들에게만 투자금 회수 혜택이 돌아간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일부 사모펀드들이 장부상 지금까지 회수한 금액을 모두 합치면 8607억원에 달한다.

MBK의 홈플러스 인수자금 7.2조원 중 4조원을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인수금융. 나머지 3.2조원을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투자한 실투자금 원금으로 본다면 실투자금 회수율은 27% 정도가 된다. 이자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회수율은 더 하락한다.

홈플러스 감사보고서 주석을 보면 초기 인수금융(장기차입금) 중 현재 남은 금액은 24년 2월말 기준 4907억원 정도다. 9년 동안 점포 등을 팔아 3.51조원 정도 갚았고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RCPS 투자자들의 회수액과 이 인수금융 상환액을 모두 합하면 4조3707억원이다. 전체 인수대금 7.2조원의 회수율을 굳이 계산한다면 61% 정도다.

우량 점포 등을 팔아 빌린 인수대금을 갚은것도 넒은 의미의 투자금 회수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수율 61%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비록 홈플러스만 망가질대로 망가져 법정관리까지 가는 신세가 되었지만.

특히 인수 초기 7천억원을 투자한 국민연금 등 RCPS 투자자들은 원금을 훨씬 넘어선 8607억원을 지난 10년 동안 회수했다. 100%가 훨씬 넘는 회수율이다. 초기 5826억원을 투자했다는 국민연금의 회수액이 3131억원에 그치는 것은 후순위투자였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RCPS 투자자들이 지난 10년동안 회수한 투자금 총액


반면 초기 2.5조원을 투자했다는 보통주 투자자들은 그동안 배당이나 이자를 한푼도 받지 못했다. 투자 원금도 이번 법정관리가 잘못될 경우 모두 날릴 수도 있다. 국민연금이 RCPS 투자에선 상당액을 회수했지만 보통주 투자금은 이미 전액 손실처리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 마트 업황은 2015년 MBK 인수 이전부터 이미 내리막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 때문에 MBK는 인수를 검토하던 시점부터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을 높게 평가하고 이를 투자금 회수(Exit) 방안 중 하나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인수대금을 다소 무리하게 7.2조원까지 높인 것도 이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수 후 우량 점포 등 자산의 연쇄매각으로 고금리의 초기 차입금(인수금융)을 크게 줄이는데는 성공했지만 대신 매각한 점포를 다시 임차하다보니 리스부채가 4조원 이상 새로 생겼다. 리스 이자와 RCPS 이자 때문에 금융부담은 초기 때보타 오히려 더 커졌다.

안그래도 안좋은 업황에 우량 점포 감소와 점포 리뉴얼 등의 신규 설비투자 여력 감소로 영업실적은 4년 연속 적자에 빠져있다. 부동산을 활용한 점포매각-차입금 축소 우선정책은 이제 완전 실패로 판명나고 있다.

MBK파트너스 로고


2020년 2월 홈플러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MBK가 인수 당시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매장을 팔아 1조9천억원을 빼내어 가고 배당금으로 1조2천억 원 이상을 들고 가는 등 홈플러스를 빈껍데기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1조원 신규투자 약속은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나 그 상위 기업들 회계장부에는 1조원 추가 투자 흔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들은 보통 기업 인수 후 5년 안에 재매각해 엑시트를 해야 성공이라고 한다. 하지만 MBK는 홈플러스 인수 1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엑시트는 커녕 잘못하면 완전도산으로까지 갈 수도 있는 법정관리 상태에까지 홈플러스를 몰고 왔다. 결국 기업 성장, 투자 회수, 엑시트 등 아무것도 성공못한 지난 10년이었다.

법정관리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홈플러스의 2만명이 넘는 종업원들과 수천개 납품업체들의 피해 등 국가경제 전체에 큰 충격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운용자산과 투자기업 매출합계가 각각 40조원, 60조원이 넘는다는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 MBK의 이미지와 신뢰도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로 간 것 자체가 이미 설립 20주년을 맞는 MBK에게는 최대의 흑역사가 되고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