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 MBK, 홈플러스 인수 위해 7.2조 조달
- 과도한 인수금융 부담, 4년 연속 적자
- 점포 매각에도 유동성 위기, 법정관리
탄탄했던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결국 기업회생절차에까지 들어간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쿠팡의 부상 등 시장변화 영향도 많지만 사모펀드의 과다한 인수금융을 통한 무리한 인수에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맞는 말일까?
홈플러스 자금난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근본 이유는 무엇인지, MBK파트너스가 그동안 회수한 투자금은 얼마인지, 회생절차 후 MBK파트너스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될 것인지, 창립 후 최대 위기를 맞은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 MBK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등을 차례로 알아본다. <편집자 주>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시리즈1) 홈플러스 사태의 진짜 원인은?
2015년 9월 MBK파트너스는 영국의 글로벌 유통기업 테스코로부터 당시에도 국내 2위 대형 마트이던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 운용업체로 평가받는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당시 인수가액은 모두 7.2조원 안팎(60억 달러)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도 국내 유통분야 최대 규모 M&A 기록이다.
홈플러스 매년 감사보고서와 주요 언론보도 내용들을 종합하면 7.2조원 중 MBK가 국내외 연금 등의 투자를 받아 구성한 3개 사모펀드 자금이 3.2조원이고, 나머지 4조원 가량은 금융기관 등으롤부터 빌려 조달한 자금(인수금융)으로 추정된다. 이 4조원에는 전 대주주 테스코가 홈플러스에 대여했던 2.2조원의 차환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사모펀드 자금 3.2조원에는 우선주를 인수하기 위한 우선주 펀드 7천억원도 있었다. 이 우선주가 지금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점과 조기상환 가능성 등 때문에 2018년부터는 자본이 아닌 부채로 바뀌었다.
RCPS가 사실상 금융채무나 다름없다는 점 때문에 이를 인수금융에 포함시켜 전체 인수금융 규모를 4.7조원으로 평가하는 언론이나 신용평가사들도 적지 않다. 홈플러스 총 인수대금의 무려 65%를 이곳저곳서 빌려 조달했다고 보는 것이다.
M&A(인수합병)때 인수하려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LBO(Leveraged Buy-Out)라고 한다. 주로 사모펀드들이 이 방식을 많이 애용한다.
빌린 돈으로 인수대금을 충당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홈플러스의 경우 문제는 그 비중이었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대금의 무려 65% 가량을 사실상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충당한 것을 두고 너무 과도하고 위험하다는 지적이 그때도 많았다.
홈플러스 경영이 인수 이후에도 탄탄하고 잘 됐다면 과도한 인수금융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MBK 인수를 전후해 국내 대형마트 시장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인수 직전 해인 2014 회계연도(2014년3월~2015년2월, 홈플러스는 2월 결산법인) 홈플러스의 연결 매출은 8조5682억원, 영업이익은 2409억원 정도였다. 인수 첫 해인 2015년부터 2021 회계연도까지 매출은 거의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나마 유지해오던 영업흑자도 2021 회계연도부터 적자(-1335억원)로 반전되었다. 이후 22 회계연도(-2602억원), 23 회계연도(-1994억원) 계속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영업손익도 1571억원의 영업적자를 내 24회계연도 영업적자도 확실한 상황이다.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영업실적이 장기적으로 하향세인 것은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다른 경쟁업체들도 비슷하다. 내수부진 장기화, 대형 마트들 간의 경쟁과열, 1인 가구 증가, 네이버-쿠팡 등 이커머스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강세 등은 대형마트 3사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실적 악화 원인들이다.
하지만 4년 연속 적자 상태인 홈플러스는 경쟁업체들보다 부진 정도가 더 심각하다. 재무구조도 더 열악하다. 결국 지난달 27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와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또 다시 강등시켰다.
MBK의 홈플러스 인수 이후 10년 동안 무려 6번째 등급 강등이었다. 이마트 등도 그동안 간간이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있긴 했지만 홈플러스처럼 이렇게 잦지는 않았다.
MBK와 홈플러스는 이번 등급 강등을 이유로, 유동성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며 결국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냈다. 법원은 즉각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기업의 운명을 법원에 맡기고 당분간 각종 부채 원리금 상환도 동결하는 이른바 법정관리체제에 들어간 것이다.
한기평은 지난달 말 신용등급 하향조정 이유로, 영업실적 부진의 장기화와 과중한 재무 부담 지속, 중단기 내 영업실적 및 재무 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전망인 점 등을 들었다.
한신평은 여기에다 그동안 빈번하게 벌어져온 홈플러스의 우량 점포 매각도 중요한 신용등급 강등 사유로 추가했다. 한신평은 “홈플러스 주력인 대형마트는 변화된 가계소비 행태와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간 경쟁심화 등으로 부진한 업황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홈플러스의 경우) 지속적인 점포 정리가 이익창출력 회복 여력까지 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분가치가 높고 사업 수익성이 양호한 점포를 중심으로 매각을 진행했으나, 이것이 이익창출을 오히려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실제 홈플러스의 현재 점포수는 126개로, 이마트 다음으로 많지만 MBK 인수 이후 지금까지 영업이 이미 종료됐거나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는 점포도 25개에 달한다. 이 중 완전히 폐점한 점포는 14개다.
MBK 인수 이후 작년 2월 말까지 홈플러스의 유형자산 처분액을 모두 합치면 3조3186억원에 달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실적이 좋지 않은 이른바 비효율 점포를 주로 정리한 것과 달리 홈플러스는 ‘알짜 점포’를 그동안 많이 매각했다는 얘기도 자주 들어왔다.
또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최근에도 잇따라 신규 점포를 출점하고 있지만, 홈플러스는 2016년 마지막 신규 점포를 개설한 이후 지금까지 신규 점포 출점이 전혀 없었다.
MBK 인수 이후 계속 점포를 팔아 치우기만 했다는 비판이 나올 만도 했다. 안그래도 계속 악화되는 업황에다 장사가 잘 되는 점포들을 차례로 팔아 치우는 바람에 매출은 계속 줄고,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었다.
노조 등의 거센 비판에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자말자 이렇게 우량 점포 팔아치우기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문제의 과다한 인수금융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인수금융 4.7조원은 정기적으로 이자를 꼬박꼬박 물어야하고 만기가 오면 원금을 갚거나 차환조치를 해야한다. 만약 인수금융을 MBK와 사모펀드들이 직접 빌렸다면 홈플러스가 대규모 배당을 주주인 MBK 사모펀드들에게 지급하고, 사모펀드들은 이 배당금으로 차입금 원리금을 내면 된다.
하지만 원리금 상환을 직접 부담하지 않으려고 그랬는지 MBK의 홈플러스 인수방식은 처음부터 아주 복잡하고 독특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한국리테일투자, 한국리테일투자2호, CPP Investment Board Private Holdings(3) Inc 등 3개 사모펀드를 구성했다.
3개 펀드는 우선 홈플러스 매장에 영업점을 내고 빵을 팔던 홈플러스베이커리를 인수한 후 이름을 홈플러스홀딩스(이하 홀딩스)로 바꾸었다. 3개 사모펀드가 홀딩스 인수를 위해 당시 대규모 차입을 직접 일으켰다는 장부상 기록은 전혀 없다.
대신 홀딩스가 한국리테일투자 등 3개 주주 사모펀드를 상대로 전환사채 3.05조를 발행했고, 3개 사모펀드는 곧바로 이 전환사채를 홀딩스 보통주 및 우선주로 전환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중 우선주 7천억원이 지금의 RCPS다.
이후 홀딩스는 대전 지역 대형 할인유통업체이던 홈플러스테스코를 인수하고 이 회사 이름을 홈플러스스토어즈(이하 스토어즈)로 바꾸었다. 두 회사 모두 인수가 있기 전에는 홈플러스 자회사들이었다. 이 스토어즈가 마지막으로 홈플러스 본체를 인수, 인수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결국 규모가 극히 작은 자회사들이 단계적으로 규모가 큰 모회사를 인수해가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복잡하게 인수구조를 설계한 이유에 대해 2년 전 MBK 측은 한 언론에 간주 취득세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간주 취득세는 부동산을 다수 보유한 기업을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해 인수할 경우 사실상 부동산을 매수한 것으로 간주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MBK는 이를 통해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아낄 수 있었다고 한다.
홀딩스는 전환사채로 조달한 자금 중 2.4조원을 스토어즈 지분 인수에 투입했고, 스토어즈는 이 자금에다 우리은행 등 52개 금융기관들로부터 빌린 3.04조원을 보태 홈플러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진짜 주주인 사모펀드들이 직접 빌리지 않고, 중간에 있는 홈플러스 주주사이자 관계사인 스토어즈를 동원해 인수금융을 빌린 셈이다. 당연히 담보는 홈플러스 자산들이 대부분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2019년 말과 2020년 2월말, 홈플러스는 상위 지배기업들인 스토어즈와 홀딩스를 차례차례 각각 인수합병했다. 이번에는 자회사가 모기업들을 거꾸로 역 인수합병한 셈이었다. 이 역인수 합병으로 스토어즈의 인수금융 차입금은 모두 홈플러스 차입금으로 바뀌었다.
홈플러스 인수는 MBK와 3개 사모펀드가 했는데, 인수금융 원리금 상환부담은 처음에는 홈플러스 자회사였던 스토어즈가, 또 2020년부터는 홈플러스가 직접 지게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MBK가 처음부터 이상하고 복잡한 인수방식을 고안하고 나중에 역합병한 진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총 인수금융이 사실상 4.7조원에 달하다보니 인수 직후부터 연간 이자비용만 해도 상당했다. 매년 손익계산서상 이들 3사의 이자비용 내지 금융비용으로 표기된 것만 모두 합해도 2020년까지 5년치가 1조1191억원에 달했다. 연평균 2238억원 꼴이다.
인수 이후 5년 간 금융비용만 1조원 이상이라는 홈플러스 노조의 비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거의 매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게 거의 없을 정도였다. 3사 통합 이후인 2020년부터는 차입 이자외에 리스부채 이자와 RCPS 이자까지 더 붙었다. 이때부터는 모두 통합 홈플러스의 직접 부담이다.
영업적자가 나기 시작한 21회계연도 금융비용은 4308억원, 22회계연도는 3880억원, 23회계연도는 4573억원이었고, 작년 3~11월에도 4112억원에 달했다. 금융비용 중 순수 차입금 이자보다 리스 이자나 RCPS 이자가 매년 더 많았다.
차입금 이자보다 RCPS나 리스 이자가 더 커진 것은 인수하자말자 차입금 이자부담을 덜기위해 차입금부터 틈만 나면 갚는 전략을 MBK와 홈플러스가 썼기 때문이다. 물론 차입금 상환자금은 주로 우량 점포 매각자금으로 충당했다.
영업으로 번 영업이익은 이자 갚기에도 벅차 우량 점포를 매각하는 방식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이 감소한 대신 매각한 점포를 리스로 다시 쓰다보니 리스부채는 크게 늘어났다.
정확한 통계를 홈플러스가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이렇게 점포 매각 등을 통해 갚은 초기 인수금융만 지난 10년 동안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2023년 7월 홈플러스 관계자는 한 언론에 남아있는 인수금융 잔액이 5천억원 수준까지 크게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우량 점포 매각 등을 통한 차입금 우선 축소 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판명나고 있다.
우선 우량 점포가 대거 사라진데다 안그래도 부진한 업황까지 겹쳐 영업적자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속적인 점포 매각을 통해 인수금융을 상환하고 투자재원도 마련해왔는데, 최근 점포 매각규모 감소로 차입금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실제 2021년 이전까지 활발했던 점포 매각은 22회계연도에는 연산점과 해운대점 2개로 줄었고, 23회계연도에는 1개도 없었다. 작년에도 5월 부천 소사점 1개 밖에 없었다. 팔만한 점포가 많이 줄어든데다 계속 파는것도 문제가 많다는게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RCPS까지 포함한 조정 총차입금은 작년 11월 말 6조584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673억원 이나 늘어났다. 점포 매각과 이를 통한 인수금융 상환은 이제 거의 중단됐지만 설비자금이나 운전자금 등은 계속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11월 말 총차입금 5조4620억원 중 리스부채가 3조5133억원이고, 나머지 1조9487억원이 순수 금융권 차입금이나 회사채, CP 등이다.
금융권 차입금 중 특히 주목되는건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 3사에서 빌린 1조215억원이다. 메리츠금융은 자금난이나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다른 금융기관들이 보통 외면하는 기업들을 주로 골라 확실한 담보를 잡고 살인적인 고금리대출 영업을 잘 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재작년 롯데건설 자금난 때도 메리츠 3사가 등장, 연12% 고금리 대출을 롯데건설이 떠안게 했다. 작년 M캐피탈 자금난 때도 메리츠금융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고금리로 유명한 메리츠를 찾아야할 정도로 작년 초부터 이미 홈플러스는 유동성 위기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금융 대출이 홈플러스 금융비용을 오히려 더 확대, 최근 사태의 직간접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무튼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이번 홈플러스 사태의 여러 원인들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MBK가 처음부터 너무 과도한 인수금융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홈플러스를 인수했다는 점이다. 빚 갚느라 우량 점포들부터 대거 처분했고, 이것이 영업실적과 재무상태 악화의 악순환을 계속 불러왔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같은 초대형 사모펀드가 인수한 대기업이 법정관리까지 가는 일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사모펀드들의 무리한 차입을 통한 LBO 인수방식 남발 등에 대한 규제나 감독 강화도 이젠 관계당국이 심각히 검토해볼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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