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가치 3000억→292억…투자 시장 한파
- 기존 투자자들 자산 상각
- 자본총계 –77억원, 결손금 785억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명품 플랫폼 발란(BALAAN)이 최근 15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 유치에서 발란의 기업가치는 292억원 수준으로 인정됐다. 한때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것에 비해 10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그리고 명품 플랫폼 시장의 성장 둔화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탓이다.
7일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화장품 유통업체 실리콘투로부터 전환사채(CB) 인수 방식으로 총 150억원을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1차로 75억원이 집행됐다. 나머지 75억원은 발란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투자될 예정이다.
투자 계약의 주요 조건은 2025년 11월부터 2026년 5월 사이 ‘직매입 제품 판매 매출 비중이 50% 이상’과 ‘월 영업이익 흑자 달성’이다. 이는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실리콘투가 발란의 경영 개선 여부를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향후 150억원 규모의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실리콘투는 발란 지분은 33.95%를 거머쥐며,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실리콘투는 2027년 감사보고서 공시 이후부터 2028년 말까지 발란의 지분 50%를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도 갖게 됐다.
발란의 이번 투자 유치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실리콘투와의 전략적 협업(SI, Strategic Investment)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실리콘투는 글로벌 K-뷰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기업으로, 이번 투자를 통해 명품과 뷰티 사업 간 크로스 보더 커머스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리콘투와의 협업이 기대하는 수준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발란은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회사다. 2023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785억원에 달하며, 총부채가 총자산을 77억원 초과하고 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3억원이다. 감사인인 삼도회계법인은 2년 연속 ‘계속기업가치 불확실’ 의견을 냈다.
계속 기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불가피했다. 회사는 지난해도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기대만큼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지 않았다.
발란은 2020~2021년 팬데믹 시기, 해외 명품 직구 수요가 급증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 시리즈B 투자에서는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신한캐피탈, 우리벤처파트너스 등이 25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그 가치는 10분의1 수준이 됐다.
발란의 기업가치가 급락한 이유는 시장 변화와 플랫폼 업계의 위기 때문이다. 회사는 업계 경쟁 심화와 함께, 고금리 기조 및 소비 위축이 겹치면서 명품 시장이 침체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투자 유치를 두고 기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CB 발행은 기존 투자자들의 동의 없이 발란이 독자적으로 진행했다”면서 “발란이 사업을 지속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자산 상각(손실 처리)은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발란의 영업이익 개선 여부와 실리콘투의 추가 투자 결정이 향후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의 발란의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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