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지난해 한국증시는 아주 고된 한 해를 보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년 대비 각각 9.63%, 21.74% 하락했다. 이 정도면 거의 공포수준이라 할만 하다. 지난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된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연일 주식을 내다 팔아 낙폭을 더욱 키웠다.
이와 반대로 서학개미들이 보유한 주식규모는 지난해에만 109억8769만 달러(16조1717억원)어치를 순매수해서 누적 보관액은 1175억9650만 달러(173조785억원)에 달했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투자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2025년 새해 주식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을까.
일단 코스피의 경우 더 이상의 하락은 과매도 구간이라는 해석이 유력하기는 하다.
아무리 한국경제가 부진하고 정치적인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를 기록하고 있는 현 상황은 지나친 저평가라는 분석이 많다.
20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따른 국제정세 불안과 계엄과 연이은 탄핵으로 인한 국내 정치적 불안정 요소는 이미 충분히 반영되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2일 새해 첫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9원 내린 달러당 1466.6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는데 환율이 6거래일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 눈에 띈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불안하게 만든 주요 요인중 하나인 환율급등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신년사를 통해 “최상목 권한대행의 결정(헌법재판관 2명 임명)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연이은 탄핵으로 인한 해외 투자자들의 사령탑 부재 우려를 낮출 수 있다”며 “해외에 더 이상 사령탑이 탄핵되는 등의 위험이 줄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여야 협의회 시작도 할수 있어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이 원화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발표한 2025년 코스피 예상 밴드는 2100포인트에서 3200포인트 선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iM증권 2250~2750 △한국투자증권 2300~2800 △삼성증권 2350~2900 △키움증권 2400~3000 △메리츠증권 2600~3050 △SK증권 2416~3206 △유진투자증권 2575~3040 △대신증권 2380~3000 △NH투자증권 2250~2850 등이다.
2일 코스피 종가가 2398.94인 것을 보면 대다수 증권사들이 현 지수를 바닥으로 보고 최고 30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펴고 있음을 알수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시를 전망하면서 “원·달환율은 2025년 상반기까지는 1400원 부근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코스피의 본격적인 상승 시점은 트럼프의 행정명령, 미국 금리 상승, 달러 강세, 기업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에 대한 시장 반영이 추가로 마무리 된 이후인 2025년 1분기 말부터 2분기 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재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1.8%로 예상, 저성장 고착화 우려에 최상목 대행체제 불안정도 변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올해 우리 경제는 미국 신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상황이 맞물리며 어느 때보다 큰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률이 1.8% 수준으로 낮아지며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대외신인도 영향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1.8%는 지난해 7월 내놓은 전망치에 비해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이미 1.9%로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 정도 수준으로 보는데 그보다 더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부진한 경기전망을 타개하기 위해 “공공재원을 총동원해 18조원 규모의 경기보강 패키지를 시행하고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민생 신속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에는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면서 환율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최 대행은 우리 경제가 지금 단기적으로 여러 충격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다고 하지만 지금 그가 처한 정치적 환경을 생각해보면 이마저도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최상목 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것과 관련해 김문수 노동부장관 등 일부 국무위원들이 격렬히 반발하고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 “대통령 놀음에 빠졌다”고 여권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남은 1명도 임명하지 않으면 탄핵을 하겠다고 압박을 가하고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최 대행의 역할이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점은 여전히 한국경제 앞날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최상목 대행을 비난한 국무위원들을 향해 “고민 좀 하고 이야기하라”고 질타하고 “정치적 위험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데, 신용등급은 한번 내려가면 다시 올리기 굉장히 어렵다”고 강조한 대목은 음미할만 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계엄사태에도 한국 신용등급은 건들지 않았지만 지난달 프랑스 장기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으로 낮췄다.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 내각이 국회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되면서 붕괴한 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의 내각이 새로 출범했지만 새 내각 역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최상목 대행의 존재가 한국경제에 중요한 의미로 등장한 것은 그가 누구보다도 유능해서라기보다는 탄핵과 조기대선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정치 시계바늘에서 그의 존재 자체가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최 대행은 최근 기재부 차관을 포함한 승진 인사나 주요 외교 대사 같은 필수 공직 인사는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의 경우 주요 외교 상대국인 중국 대사의 공석이 임박했으며 동남아시아 맹주인 인도네시아와 주요 7개국(G7) 일원인 이탈리아 대사직도 비어 있다. 이밖에도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캐나다(토론토), 동티모르 등 대사 부재가 9개국에 이른다.
만약 최 대행이 이같은 인사를 단행한다면 여권 내부에서 반발이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지금 여권 분위기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 이전에 한덕수 권한대행이 복귀할 수 있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목 대행체제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이 또한 한국 증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만큼이나 중국경제의 부진도 우리 증시에 부담
우리나라의 지난해 수출 실적은 역대 최대인 6억838억 달러(약 1006조4000억 달러)에 달했다. 내수 부진을 수출이 거의 메웠음을 알 수 있다.
최대 수출 시장인 대(對) 중국 수출은 3대 수출품인 반도체·석유화학·무선통신기기 수출이 모두 호조세를 보인 가운데 전년보다 6.6% 증가한 1330억 달러를 기록했다. 2위 수출 상대국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년보다 10.5% 증가한 1278억 달러였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국 시장은 이처럼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런데 한국경제의 앞날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것은 트럼프 2기 출범만큼이나 부진한 중국경제가 크게 작용한다.
한국은행은 2025년 중국경제를 전망하면서 성장률이 4% 초중반에 멈출 것으로 내다보았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경제는 생산, 투자, 수출 등이 호조세를 이어갔으나 부동산 시장부진이 이어지고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부문별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프레야 비미시 TS롬바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5% 안팎이지만 실질 GDP 증가율이 4%에 그치고 25년에는 1~2%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부동산 위기가 2025년에 5년째를 맞이한다면서 위기가 중국 본토 밖까지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주택 판매 침체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부채 상환 여건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채무불이행(디폴트) 경고음이 울린 매출액 기준 중국 4위 부동산업체 완커라는 것이다.
완커의 2025년 만기 달러 채권은 지난주 액면 1달러당 약 0.1달러 하락해 0.8달러로 내려앉았으며 2027년 만기 채권은 0.49달러로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완커의 부채 상환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홍콩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홍콩의 대형 개발업체 뉴월드디벨롭먼트는 최근 은행에 일부 대출의 만기 연장을 요청하기도 했다.
새해 첫날 거래일인 2일 상하이종합지수는 89.20포인트(2.66%) 급락한 3262.56에, 선전종합지수는 50.38포인트(2.57%) 떨어진 1907.04에 장을 마감한 것에서도 알수 있듯이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중국경제 전체가 긴장모드이다.
연합인포맥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S&P글로벌이 발표한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시장 예상치(51.7)와 전월치(51.5)를 밑돌았다.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이 전반적으로 중국경제를 짓누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이 작성한 ‘2025년 중국 경제정책 방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2월 11~12일 이틀간 시진핑 주석 주재로 2025년 경제기조와 정책방향을 확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개최했는데 ‘내수확대’를 주요 키워드로 등장시켰다.
2024년 11월 누계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이 3.5%로 코로나 이전(8%대)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3분기 누계 소비의 중국 경제성장 기여도는 50%를 하회하고 있다. 반면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3.8%에 달한다. 코로나 이전(2019년 12.6%)의 2배 수준이다.
2025년 미국 트럼프 재집권에 의한 대중국 고관세 등 수출 환경 악화가 예상된다. 중국은 내수중심 경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코트라는 분석했다.
우리의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경제가 부동산 등 내수 부진과 트럼프의 관세폭격이라는 외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못할 수준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국내정치는 여전히 선명하지 못한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혼돈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중국경제 역시 뚜렷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의 바닥론을 운위하기에는 너무 이른 전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모든 악재가 선반영된 국내증시가 상반기를 지나면서 반전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국내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3배로 미국(4.64)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유럽(1.9)은 물론이고 일본(1.37)과 중국(1.17)과 비교해도 너무 저평가된 것은 맞다. PBR은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청산 가치를 밑돈다는 뜻이다.
때문에 반등을 기대할만하고 코스피 지수가 1997년 외한위기 이후 2년 연속 하락한 경우가 없었다는 경험도 올해 반등 예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그 누구도 계엄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일정이 오리무중에 빠지게 되면 그 어느 것도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증시바닥론이 등장할만큼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여있는 현실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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