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전세계 주식시장 가운데 가장 실적이 뒤쳐진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한국 증시에는 실적이나 비전과 무관한 각종 테마주들이 득실거린다. 그 중에서도 정치인 테마주라는 것이 있어 매우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자 정치인 테마주들도 요동을 쳤다.
대선 훨씬 이전부터 이재명 테마주로 묶인 동신건설은 15일 20% 넘게 급락했는데 25일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상한가에 곧바로 등극했다.
반면에 김동연 경기지사 테마주에 속하는 PN풍년이라는 주식은 15일에는 상한가에 올랐다가 25일 이재명 대표가 살아나자 곧바로 하한가에 직행했다.
시장에서는 김동연 경기지사를 이재명 대표가 문제가 되면 그 대체재로 인식해온지 오래되었음을 입증하고 있는 시장 분위기였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비명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는다”며 ‘극언’에 가까운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지만 주식투기꾼들은 늘 호시탐탐 정치인들의 부침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정가에 이름을 올린 유명 정치인들은 여야를 가릴 것없이 테마주들이 같이 움직인다.
하지만 최근 느닷없이 총리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관련된 테마주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만약 이창용 총재가 총리 후보에 정식으로 지명이 된다면 관련 테마주들이 득세를 할 것은 불문가지이고 벌써부터 주식 투기꾼들은 어느 종목을 이창용 총재에 가져다 붙일 것인지 고심중일 것이다.
◇10월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한은 15년만에 두 번 연속 금리인하...한국경제에 경고음 울리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28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3.00%로 25bp(1bp= 0.01%포인트) 깜작 인하했다.
한은이 두달 연속 금리를 인하한 것은 15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이었던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한은은 연이은 금리인하를 결정한 바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가 세계경제를 엄습한 2001년 7~8월에도 연속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창용 총재가 그동안 금리인하에 주저했던 것은 부동산 시장때문이었는데 정부의 인위적인 대출규제로 부동산 시장에는 이미 찬바람이 불고 있어 부담이 줄었다.
1400원대를 오르내리는 환율 역시 넉넉한 외환 보유고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번에 처음으로 경기부진을 확인해주었다.
이 총재는 이날 “여러 논의 끝에 오늘 금통위는 경기 하방압력에 대응해 금리를 추가 인하하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시에는 정부와 함께 다양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리인하를 결정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하향했다. 내후년에는 더욱 악화가 돼 성장률이 1.8%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국 정책 변화의 부정적 영향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결국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를 한은이 그동안 애써 무시해오다 트럼프 당선이라는 어쩔 수 없는 대외변수가 등장했으니 이제 경기진작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뒤늦은 결정인 셈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절반이 3개월 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해 내년 1분기중 추가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동안 한은은 올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하지 못했고, 3분기 성장률(0.1%)도 한은 전망(0.5%)을 크게 밑돌아 이미 시장예측 기능을 일부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은이 적어도 8월에는 선제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 경기하방 압력을 완화시켰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누적되어 왔었다.
때마침 10월 산업생산과 소비·투자 지표가 5개월 만에 똑같이 감소해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두 달째 줄었고 설비투자도 반등한지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0으로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4.0% 줄었다. 6개월째 감소세다. 건설수주는 1년 전보다 11.9% 감소했다. 산업생산,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모두 감소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창용 총재가 그토록 강조했던 부동산 시장은 이제는 ‘침체과열(?) 국면’에 들어갔다.
전국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지난주보다 커지고 있으며 그동안 상승세를 보여줬던 서울도 부동산 시세는 시들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28일 발표한 ‘11월 넷째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2%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은 “대출 규제와 더불어 최근의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국토교통부가 29일 발표한 '24년 10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정부의 대출 규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전월 대비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15개월째 오름세를 보이며 1만 8000호를 넘어섰다.
◇'총리설' 이창용 총재는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대체재로 등극할까
얼마 전부터 이창용 총재가 총리에 기용될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때마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게시판 논란으로 여권에서 ‘김옥균 프로젝트’가 운위될 정도로 친윤 그룹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대통령실은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이창용 총재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여러 매체의 질문을 받고 “뜬 소문이고, 웃긴 이야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창용 총재 역시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총리 기용설과 관련해 “한은 총재로서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겠다”고 원론적인 대답을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28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최근 제기되는 '이창용 국무총리 등판설'과 관련해 “국무총리로 등판할 가능성이 99%로 상당히 높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이창용 총재가 트럼프 정부와 상당한 인맥이 있다고 밝히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이라 민주당에서도 큰 거부감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방송에 출연해서 국민의힘이 차기 유력 주자를 '업둥이', 즉 외부에서 수혈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대표를 대신할 업둥이로 이창용 총재가 유력 총리 후보군이지만 여당 대표로도 깜짝 등용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지원 의원은 장 소장과는 달리 “이창용 총재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이지만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만약 여권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김옥균 프로젝트가 성공해 한동훈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 당대표로 등장할 수도 있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사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이창용 총재의 예사롭지 않은 발언들에 주목하면서 경제보다는 정치에 더 무게추를 스스로 옮겨가는 것은 아닌지 지적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사과값이 급등하자 사과 수입을 촉구하기도 하고 외국인 돌봄인력에 대해서는 차등임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총재는 대학서열문제와 강남 부동산 값 급등을 연결해 획기적으로 대학입시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발언을 반복해왔다.
이 총재는 이와함께 “초저출생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약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여러 자리에서 주장을 이어왔다.
이 총재는 “저출생·고령화 등에 따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여러 계층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지 않다”면서도 “이제는 더 이상 구조개혁을 지체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구조개혁 시급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의 이같은 소신은 최근 양극화 해소를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나선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와도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실기론에 대한 반박으로 “1년 뒤 평가해달라”는 발언을 반복했다. 금리정책을 두고 1년 뒤 평가 운운하는 것은 경제적인 시각보다는 어딘가 정치적 시각에 치우쳤음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사실 그동안 여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또 검사출신인 한동훈이냐는 말이 많이 흘러나왔다.
두 번 연속 검사출신 대권후보는 어렵다는 시각은 일반 국민들의 여론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
때문에 경제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우면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창용 총재 기용설로 이어졌을 것이다.
만약 이창용 총재가 정치권에 등장하면 야권에서 경제관료 출신인 김동연 경기지사가 하는 역할과 맞물려 관심을 모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오세훈 서울 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범보수권의 유력 후보들이 명태균 스캔들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명태균 스캔들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의하면 명태균과 연결점이 없는 여권 인사로는 한동훈 당대표가 유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판국이라 친윤 그룹에서는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하는 절제절명의 과제가 있는데 바로 그런 지점에서 이창용 총재가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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