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유율, 신세계·현대백은 ‘상승 또는 유지’, 롯데백은 ‘하락’
- 롯데쇼핑 전 사업부문에서 하락과 적자
-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 난항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지난 4년 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시장점유율은 모두 증가 내지 최소 정체 상태인 반면 롯데백화점 시장점유율만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은 백화점 부문 뿐 아니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하이마트, 우리홈쇼핑 등 산하 사업부문 또는 종속 자회사들까지 대거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해외 자회사들도 올 상반기 상당수가 적자 내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3일 롯데쇼핑과 신세계의 투자설명서 및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23%에서, 20년 25%, 21년 26%, 22년 28%, 23년 27%로 각각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점유율은 각 39%, 37%, 34%, 31%로 집계했다. 롯데쇼핑 측도 신세계백화점 및 롯데백화점 시장점유율 수치에는 견해를 같이 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시장점유율에선 양사 집계가 달랐다. 신세계는 19년 27%, 20년 28%, 21년 29%, 22년 28%, 23년 28%라고 본 반면 롯데쇼핑은 같은 기간 각 27%, 28%, 26%, 28%, 27%라고 집계했다. 작년과 2021년 수치가 서로 달랐다.
어찌됐든 신세계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4년 간 23%에서 27%로 4%p나 올라갔다. 반면 롯데백화점 점유율은 같은 기간 39%에서 31%로 무려 8%p나 크게 떨어졌다는 점에서는 양사의 집계가 일치했다.
신세계와 롯데쇼핑의 점유율 집계 방식, 대상과 집계 기준은 같았다. 신세계백화점 점유율은 총판매액(임대매장 판매액 포함) 기준이고, 신세계가 운영하는 백화점 외에 계열사들이 운영하는 신세계광주점, 신세계대구점, 대전신세계 Art & Science점, 위탁운영 중인 신세계천안아산점 등을 포함해 시장점유율을 산정했다고 같이 밝혔다.
또 롯데백화점 점유율은 총판매액(임대매장 판매액 포함) 기준이고, 현대백화점 점유율은 백화점 점포 매출(임대매출ㆍ특약매출 포함)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백화점 시장 전체 규모는 코로나사태가 터졌던 2020년에만 9.8% 역성장했을 뿐 2021년 13.6%, 22년 12.11%, 23년 8.4% 등 21년 이후 성장만 거듭해왔다. 그런데도 롯데백화점만 이처럼 유달리 크게 점유율이 떨어지고 반대로 신세계는 많이 높아진 이유는 뭘까?
신세계나 롯데쇼핑 모두 이에 대해 아무 설명이 없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지난 2020년 이후 3년여간 강도 높게 진행해왔다는 구조조정 또는 '다운사이징(Downsizing)' 전략과 관련성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2020년 2월 롯데쇼핑이 발표한 '2020년 운영 전략' 및 '미래 사업 청사진'은 강도 높은 다운사이징을 통해 자산을 효율적으로 경량화해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하고, 재무건전성과 기업가치를 높인다는게 골자였다.
그 전 몇 년간 이어오던 고질적인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오프라인 전체 700여개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개를 구조조정 및 수익성 개선 대상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부진한 점포는 철수하고, 나머지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특히 할인점 사업부문 중 롭스는 2022년 말 모든 점포를 철수했으며 사업성이 열악한 해외 점포 감축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백화점 부문 점포들도 상당수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다. 점포 매각, 철수 또는 구조조정으로 사업 규모가 작아지자 백화점 전체 매출 규모나 시장점유율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전부터도 롯데쇼핑은 다른 사업들은 물론 주력인 백화점 사업까지 방만하게 운용했다는 뜻이고, 신세계 등은 상대적으로 견실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이렇게 시장점유율이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반기보고서를 보면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651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1조6349억원보다 약간 늘었지만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 1968억원에서 올 상반기 1491억원으로, 24%나 줄었다. 신세계 백화점 부문도 영업이익이 작년 상반기 2023억원에서 올 상반기 1954억원으로 줄었으나 감소율은 3.4%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 연결 매출은 롯데백화점이 1조6516억원, 신세계백화점 1조3057억원으로, 아직 롯데가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롯데백화점 매출 중에는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백화점 매출 6847억원이 포함돼 있다. 해외를 뺀 국내 부문 매출만 따진다면 이미 신세계가 롯데백화점을 추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최근 보고서에서 롯데백화점 마산점을 최근 폐점하는 등 롯데쇼핑이 (지금도) 구조조정에 (계속)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국내 3대 백화점 중 롯데쇼핑이 총매출액 기준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점포당 매출액 규모는 3사 중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롯데쇼핑은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대비 점포수는 많으나 상대적으로 소형, 지방점포 비중이 높고, 상권 내 경쟁환경 등으로 일부 주력 점포의 수익창출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이 계속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고, 그 결과로 점유율도 낮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뿐 아니라 상당수 다른 사업부문들도 시장점유율 하락이나 적자 또는 흑자폭 축소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쇼핑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한 사업부문인 롯데마트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020년 18.4%였던 것이 21년 16.7%, 22년 17.1%, 23년 15.5% 등으로 22년 잠시 반등했을뿐 계속 하락 상태다. 롯데슈퍼의 국내 시장점유율도 21년 36.7%, 22년 33.3%, 23년 31.4% 등으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종속 자회사들인 롯데하이마트, 우리홈쇼핑 등도 비슷하다. 롯데하이마트의 시장점유율은 21년 33.7%, 22년 32.7%, 23년 29.1%였다. 이 점유율은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삼성전자판매, 하이프라자 등 4사 합산기준 시장에서의 점유율이다.
우리홈쇼핑도 NS홈쇼핑, 홈앤쇼핑, 공영쇼핑 등을 제외한 국내 4개 대형 홈쇼핑 합산 기준 시장점유율이 21년 23.6%, 22년 23%, 23년 21% 등으로 계속 하락세다.
요즘도 급성장세인 온라인쇼핑 시장에서의 롯데쇼핑 처지도 다를게 없다. 롯데그룹은 2020년 4월 그룹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ON"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세계의 쓱닷컴보다 1년 늦었지만 롯데의 오프라인 유통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출범 후 계속 누적 적자다. 거기에다 올 상반기 롯데쇼핑 매출 중 이커머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0.8%에 그칠 정도로 존재감 자체가 아직 미미하다. 쿠팡 등의 기세에 밀려 신세계의 쓱닷컴-지마켓 연합군도 현재 4~5위권으로 추락한 상황인데, 롯데온은 그보다도 훨씬 더 처져 있다. 시장에서 그 존재마저 찾기 힘들 정도다.
롯데쇼핑이 그동안 자랑해오던 해외 사업들도 아직 제자리를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 한때 9개까지 늘었던 해외 롯데백화점들은 현재 4개, 해외 할인점과 슈퍼는 현재 64개 정도 씩이다. 중국 진출 백화점들과 할인점 들은 사드사태 등으로 모두 문을 닫았다.
해외 사업들이 총망라된 롯데쇼핑의 올 상반기 주요 해외 종속기업 매출액은 모두 8556억원으로, 전년동기 7961억원 대비 7.5% 증가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은 338억원으로, 전년 동기 122억원 대비 손실 폭이 216억원이나 더 늘었다.
여전히 많은 해외 주요 종속기업들이 순손실일 뿐아니라 적자 누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인 경우들이 많다. 중국 잔존 재산들을 관리하는 홍콩법인인 LOTTE PROPERTIES (CHENGDU) HK LIMITED은 지난 6월말 기준 순자산이 -214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은 전혀 없고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만 191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마트 인도네시아법인(PT. LOTTE MART INDONESIA)도 완전자본잠식(-744억원)에 올 상반기 매출은 1057억원을 기록했지만 반기손손익이 -34억원이었다. LOTTE CINEMA VIETNAM CO 역시 완전자본잠식(-1869억원)에 올 상반기 매출 349억원, 반기순손익 -3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롯데쇼핑 인도네시아법인(PT. LOTTE Shopping Avenue Indonesia)도 완전자본잠식(-530억원)에 올 상반기 매출 105억원, 반기순손익 -21억원이다. 베트남 하노이 법인은 자본잠식은 아니지만 올 상반기 매출 300억원에 순손익이 -289억원에 달했다. 매출과 순손실이 거의 비슷한 상태다.
문제 사업부문이나 자회사들이 많다보니 롯데쇼핑 전체의 올 상반기 연결 매출은 6조9411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7조1838원보다 2427억원이나 감소했다. 그나마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 1640억원보다 69억원 증가한 170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순손익은 68억원 적자로, 작년 상반기 1743억원 흑자에서 다시 적자 전환했다.
2022년 적자에서 작년 반짝 흑자 전환했다가 다시 적자 전환한 것이다. 롯데쇼핑 측은 중국 사업 정리 과정에서 심양글로리프로퍼티즈(GPT) 손상차손 593억원, 청두백화점 처분손실 112억원 발생 등의 영향이라고 밝혔다. 중국 탈출이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계속 손실을 입고 있다.
영업실적이 계속 시원치 않자 차입금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에도 별 진전이 없다. 롯데쇼핑은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2021년 롯데백화점 중동점, 안산점,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 롯데마트 계양점, 롯데마트 춘천점, 롯데마트몰 김포 물류센터를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7342억원에 매각했다.
또 같은 해 롯데월드타워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소유 지분을 롯데물산에 8313억원에 매각했다. 그런데도 지속적인 손실과 투자 등으로 지난 6월 말 기준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154%, 차입금의존도는 43.4%에 각각 달했다.
롯데쇼핑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2018년에만 해도 각각 88.9%, 24.4%에 그쳤다. 양 수치 모두 6년 동안 두배 가까이 높아졌다. 양 수치는 아직까지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롯데쇼핑 스스로 투자설명서에서 실토하고 있을 정도다.
롯데쇼핑과 함께 롯데그룹의 양대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도 지난 6월 신용등급이 강등당할 정도로 2년 째 고전 중이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 전체가 지금도 총체적 난국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석유화학시장 흐름 때문에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다른 경쟁 유통 대기업들이 대부분 선방 혹은 호조세로 돌아선데 비해 자신만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다는 점에서 더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롯데쇼핑 스스로도 아직 문제들의 원인이나 근본 해결책들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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