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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용웅 칼럼]일본 따라간다는 중국경제, 과연 ‘허언’일까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정부는 가을폭풍을 연상시키는 급등세의 배춧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중국에서 이미 16톤의 배추를 수입했고, 향후 중국 상황과 국내 배추 작황을 감안해 수입 물량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 지난 26일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배추를 수입한 것은 지난 2010년 162톤을 수입한 이래 이번이 다섯 번째인데, 농식품부는 민간의 배추 수입을 촉진하기 위해 27%인 관세를 0%로 낮춘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 배춧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중국에서 수입을 늘린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과거에는 익숙한 풍경일지 몰라도 어딘가 어색한 측면도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2%대이고 중국은 여전히 5%대인데 성장률이 낮은 국가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성장률이 높은 나라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풍경이 그다지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6%에서 0.2%포인트 낮은 2.4%로 제시했다.

 

반면에 중국 소비자물가(CPI)는 지난 7월 마이너스 0.7%를 기록해 중국이 디플레의 함정에 빠져들었다는 암울한 전망이 많았다. 그러다가 8월에는 플러스 0.5%, 9월에는 0.4%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탈출 가능성에 환호성을 올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니 인플레 우려가 높은 한국에서 디플레 위협에 시달리는 중국에서 배추를 수입해 물가를 진정시키는 풍경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4~5%대의 경제성장률을 과시하면서도 왜 물가가 오르지 못하는 기현상에 시달리게 되었을까?

 

◇“지금의 중국은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과 비슷하다”는 경고의 의미

 

중국의 경제 책사인 허리펑 중국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가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를 만나 조언을 구한 것이 지난 8월이다.

 

허 부총리가 헤지펀드 큰 손을 만나 당 제20기 3차 전체회의(3중전회), 중국 경제 상황, 자본시장 개혁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달리오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이름을 알렸다. 그가 설립·운영하는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데 중국에 대해 장기 투자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브리지워터가 지난 6월 내놓은 의견서에서는 중국은 장기간 완화적인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경기 부양책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달리오 회장과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이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맥쿼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의 분석가들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은 고착화할수록 해소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문제가 시급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분석가들은 중국이 디플레이션을 피하고 경기 부양을 하기 위해서는 2년간 최대 10조 위안(1조 4000억 달러, 한화 1887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은 이같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분석에 발맞추고 있기는 하다.

 

판궁성 중국인민은행장은 지난 24일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최로 열린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 위안(약 189조4000억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 행장은 아울러 “올해 안에 시장 유동성 상황을 보고 시기를 택해 지준율을 0.25∼0.5%포인트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우칭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유가증권, 펀드 및 보험사가 자산 담보를 통해 중앙은행으로부터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에 대해 자사주 매입과 증자 등을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으로 중국을 비롯해 각국 증시가 급등하는 등 화답하는 모양을 보였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하다.

 

△부동산 시장 위기 △소비 부진 △청년 실업률 상승 △미중 갈등 심화 등 그동안 중국경제를 괴롭혀온 이슈들이 이번 부양책으로 해소될지는 여전히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주장해 온 부양책 규모에 비하면 이번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들 투자은행은 중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동원한 4조위안 부양책보다 훨씬 큰 돈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리펑 국무원 부총리에게 훈수를 두는 관계인 레이 달리오 회장은 “중국이 1990년 일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해 “중국 경제는 일본을 닮아 가는가?”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내용을 보면 중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중국 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과 무역 갈등을 겪었다는 점과 금융 불균형의 수준, 인구 고령화 속도 등에서 중국과 일본은 유사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이같은 경고가 1년이 지났다고 해서 무효가 되지 않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임금 하락 등을 근거로 “중국은 분명 디플레이션 상태에 있으며 디플레이션의 두번째 단계를 거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전례에서 알 수 있듯 디플레이션이 길어질수록

이를 타개하기 위해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중국 차이신인사이트그룹 등의 자료를 보면 전기차 제조업체나 신재생 에너지 업체들의 지난달 기준 직원 초봉은 2022년 고점 대비 10% 가량 줄어들었다.

 

임금이 줄어들면서 소비여력이 줄어들고 내수가 위축되어 물가는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경고이다.

 

이런 문제들이 바로 ‘중국의 일본화’를 증명하는 지표들이라는 것이다.

 

◇중국정부의 통계수치에 의문부호는 여전...중국 진짜 5% 성장 유지하고 있나

 

구조개혁없이 돈만 퍼붇는 ‘아베의 세가지 화살’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더 이상 언급을 안해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시장에선 중국에서 일본식 '대차대조표 불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대차대조표 불황은 부채가 증가하고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와 기업이 지출과 투자보다 부채 상환에 집중하다가 발생하는 경기 침체 현상을 말한다.

 

무엇보다 중국의 소매판매 지표가 수개월째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지난 8월 산업생산이 4.5% 증가를 보였는데 기이하게도 소매판매는 2.1% 증가에 머물렀다.

 

간단히 분석하면 생산된 물건들 가운데 중국 안에서 판매되는 수치는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모두 외국에 수출을 했거나 아니면 재고로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실재 중국의 수출은 지난 4월에는 마이너스 7.5%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는데 5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서 지난 8월에는 7% 가량 급등하고 9월에도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관세폭등을 우려한 미국과 유럽의 수입업자들이 중국산 제품의 선구매에 나선 탓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러니까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중국은 GDP를 계산할 때 생산된 재화를 모두 성장률에 삽입하는 꼼수를 써온지 오래됐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중국의 통계수치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와관련. 회계 조작이나 금융 사기 등과 관련한 중국의 처벌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분식회계 등으로 불법적으로 20만 위안(약 3790만원) 이상의 이익을 얻을 경우 그 1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철퇴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은 회계 장부 조작, 허위 재무회계 보고, 증빙서류와 장부 등의 은닉 또는 고의 파기 등이 확인될 경우 불법 이익을 모두 회수할 뿐 아니라 이익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린다.

 

하지만 민간 영역에서만 회계조작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서 문제이다. 무엇보다 지방 정부의 회계조작이 단기간에 고쳐질지 의문이다.

 

31개 성·시·자치구 관리들이 출세를 위해 또는 중앙정부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 지방 부채를 숨기는가 하면 경제 실적을 부풀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2023년 경제성장률이 5.2%였다고 발표하자 서방 일각에선 '조작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의 민간연구소 로듐그룹은 “실제 성장률은 1.5%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듐그룹은 올초에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3.5%로 제시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들이 중국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봤다.

 

중국 당국이 지난 20일 발표한 8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8.8%에 달했다. 이같은 수치는 6월(13.2%)은 물론 기존 최고 기록인 7월의 17.1%보다도 높아진 것으로 지난해 12월 중국 당국이 청년 실업률 통계 방식을 바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앞서 중국은 청년 실업률이 작년 6월 21.3%까지 치솟자 통계 발표를 돌연 중단하기도 했다.

 

이러니 중국 관련 통계가 계속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다.

 

5% 성장을 자신하는 중국에서 청년 실업률이 급증하고 물가는 오르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일본을 닮아가는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