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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용웅 칼럼]금투세 논란, 정치지형도 바꾸는 복병 되나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문재인 정권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예측해 ‘엄문어’로 불리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승리를 고집스럽게 예단하면서 결국 ‘엄쭈꾸미’가 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연초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자 "이준석 신당 등 2030세대의 동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꺼내 든 카드로 보인다”면서 일정부분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면서 한 때 화제를 몰고 다니던 박순혁 작가는 지난 총선 국면에서는 주가 전망이 아니라 총선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목을 끌었는데 금투세가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해 국민의힘이 과반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을 총선 직전까지 바꾸지 않았다.

 

금투세가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은 우리나라 주식투자자 규모가 1400만명에 달하는 현실 때문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국민의힘의 사상 유례없는 총선 참패였다.

 

그렇다면 과연 금투세는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표심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일까?

 

표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금투세 폐지에 국민의힘은 왜 그렇게 목을 매고 민주당은 조금은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는 것인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주식 등 금융상품 투자 소득을 올린 경우 초과분에 대해 20% 세금을 매기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국민의힘은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을 해소해야 한다며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연간 5000만원 이상 주식 투자 소득을 올리는 금투세 대상자는 국내 1400만 주식 투자자의 1%도 안 된다며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는 특히 이재명 대표 주변에서 과세기준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대안이 나오고 있는 것도 표심의 향방이 어찌될지 의심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선진화한 다음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며 “현재 국내 증시 상황과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금투세를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주식시장에 참가한 1400만명 국민 다수의 투자 손실 우려 등 심리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양도세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가 바로 대만이다.

 

대만은 1989년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최대 50%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하다 TWSE 지수가 8000선에서 5000선으로 급락하는 바람에 당시 셜리 쿠어 재무장관은 사과하고, 사임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법안이 통과됐지만 2018년까지 시행이 유예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개인 투자자들의 극심한 반대로 결국 2016년 철회된 바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기어이 금투세 폐지라는 국민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금투세의 또 다른 이름은 '이재명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민주당은 금투세 대상자가 전체 주식 투자자 1400만명의 1%인 15만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이 움직이는 최소 150조원 규모의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개미투자자의 피해는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ISA로 해외주식 직접 투자를 가능케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추진되는 금투세 도입에 '국내 주식시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재 이재명 대표 블로그의 가장 최근 게시물 '제22대 국회 개원식..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엔 내용과 관계없는 금투세 반대 댓글이 1만여개가 붙었다.

 

댓글엔 '금투세 시행을 주장하는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빨리 짤라라', '이재명세(금투세)로 국민들 정신건강이 암 환자 수준이다', '엊그제 민주당을 탈당했다' '선거때 보자' 등의 내용들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총선에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금투세 문제가 왜 연말을 앞두고 여야의 첨예한 대결의 무대가 되었을까?

 

◇천수답 한국 증시에 금투세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

 

주변 지인들을 만나면 주식에 손을 대지 않은 이를 찾기는 참으로 어렵다. 대부분 주식에 어느 정도 손을 대고 있고 ,그들의 일치된 답변은 모두 손실을 보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특히 엔비디아가 급락하면서 AI 거품론이 일더니 그동안 우리 증시를 이끌어왔던 반도체 주식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그렇지 않아도 수익률이 저조한 국내 주식에 투자한 개미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금투세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국내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고, 코스닥의 경우 5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으니 누가 마음 놓고 투자를 할 것인가.

 

국내 주식시장이 이렇게 망가진 데는 비상식적인 기업들이 버젓이 시장에 들어와 한차례 휘젖고 난 뒤 한참 뒤에야 퇴출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가령 코스닥 시장을 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거래중단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거래정지된 상장사가 총 100개사로 집계됐다. 시가총액만 1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거래정지 기업 100곳 중 코스닥 기업이 74개사로 가장 많았고 코스피 21개사, 코넥스 5개사 순이다.

 

그렇다면 코스닥 상장기업 숫자는 줄어들었는가? 외려 크게 늘어나고 있어 투자자들의 눈먼 돈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나스닥의 경우 지난해부터 계산을 하면 상장기업수가 330개 줄었는데 우리나라 코스닥의 경우 외려 130개가 늘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사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통칭되는 한국 주식시장의 문제점은 북한 문제, 기업지배구조 문제 등 거창한 이슈를 따질 것 없이 시장 진입이 너무 쉽게 이뤄지고 퇴출은 지나치게 더디다는데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해 본 사람들은 경험을 했겠지만 30영업일 연속으로 주가가 1달러 미만이면 경고를 받고, 이후 일정 기간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상장폐지 통보를 받는다.

 

회사가 주가를 살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영업이익을 정상화시키는 길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부실징후가 농후해도 여러 이의신청 제도와 소송까지 곁들이면 3~4년은 별 이상없이 버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이런 기업들이 막판에 주가조작을 일삼아 결국 대주주와 사모펀드 등만 배를 불리다 끝나는 시나리오는 언제나 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보선과 지방선거, 총선과 달리 금투세 영향받을 가능성 커

 

오는 10월 16일에는 서울특별시교육감,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 곡성군수 등을 뽑는 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2026년 6월 3일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보궐선거에는 굵직한 지역이 빠지지만 호남 두 곳의 선거가 관심거리이고 2년 뒤에 치러질 지방선거는 금투세가 그대로 실행될 경우 1년반 뒤에 그 성적표를 가리는 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심 이반을 우려해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호남 진출을 꿈꾸는 조국혁신당에서는 금투세부터 민주당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세개혁티에프(TF) 단장 차규근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금투세 도입으로 우려하고 있는 '큰손들의 증시 이탈에 따른 주가 폭락'에 대해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작다”면서 금투세 강행 의지를 밝혔다.

 

차규근 의원은 조국 대표가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거의 모든 정책을 일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전남 영광과 곡성 등에서 금투세가 큰 이슈로 발전하기는 어려워 보이기는 하지만 만약 민주당이 금투세 유예 쪽으로 기울면 조국당은 바로 차별화 전략을 취할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되겠지만 금투세가 강행된다면 주식시장 붕괴가 오히려 정권에 유리한 상황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증시 살리기 정책은 실종되고 우리 주식시장은 쪼개기 투자와 단기차익 매매 거래 등이 성행하는 도떼기 시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방선거나 대선에서 금투세 문제는 이미 흘러간 총선과는 달리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런저런 자리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고 해외주식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공매도가 재개되기 전에 국장을 떠나겠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거기에 더해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투세 문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금투세는 증권 시장을 경제에서 분리해서 정치 논쟁의 한복판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그 점이 가장 위험해보인다.

 

물론 제3의 길도 있다. 보완입법이 그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법안대로 금투세를 시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대책없이 유예를 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라며 “민주당 내에서 금투세 시행과 유예로만 갈등할 것이 아니라 정부, 여당, 더 나아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보완 입법을 고안하는 것이 더 건설적인 논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차규근 조국당 팀장도 금투세 유예는 반대하지만 보완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여야 모두 금투세와 관련해 제3의 길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지혜를 발휘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