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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용웅 칼럼]어차피 내려갈 금리, 부동산 공급 더 서둘러야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중은행들도 따라서 대출금리를 올립니다. 그러면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줄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게 됩니다. 반대로 이자율이 하락하면 사람들이 대출을 늘려 부동산을 구입하려 하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늘고, 부동산가격은 상승합니다.”

 

KDI 경제정보센터에 들어가면 이렇게 부동산 시장과 금리의 관계를 설명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아주 상식적인 설명이고 또 사실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 당국은 이같은 상식선에서 부동산관련 금리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너무 상식적인 대응이라 문제가 될 소지는 충분하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5조5408억원 급증했다.

 

이른바 ‘관치금융’의 진두지휘하에 시중은행들에게 금리를 올려 대출을 줄이라는 압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폭증하면서 대출수요도 덩달아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장 금리는 하락하지만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크게 오르고 있어 은행들은 그냥 앉아서 크게 벌어진 예대마진을 즐기면서 역대 최고치의 영업이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42%로, 6월(3.52%)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코픽스는 지난 6월에도 전월(3.56%)보다 하락한 데 이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 은행들은 자금조달이 갈수록 쉬어지고 있는데 대출금리는 정부가 올리라고 하니 특별히 고민할 것도 없이 올려 예대마진 장사는 계속 순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상반기 성과(10조880억원)를 이미 넘어섰고, 이같은 추세는 하반기에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은행들이 계속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6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이어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2021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0.9로, 전월보다 6.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0월의 129.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에 상승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국토연구원의 소비심리지수는 95 미만이면 하강, 95∼115 미만이면 보합,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분류된다.

 

◇9월 미국의 금리인하 확실해지면 버티던 국내 금리에도 영향 미칠 것

 

금리가 오르고 있는데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한다면 이는 경제상식에서도 벗어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문제는 주택를 사고파는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의 인위적인 금리정책이 조만간 끝을 보이고 금리의 대세 하락기가 시작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반면 그동안 위축됐던 공급이 단기간에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부동산 시장은 결국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며 “현재 금통위원들은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정도로 통화정책 운용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한은은 6명의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3.5%)을 결정했지만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금통위원은 4명에 달했다.

 

어차피 미국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상황을 보면 부동산만 바라보는 금리정책을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을 있을 것으로 전망할 수 밖에 없다.

 

금리인하에 따른 내수회복을 기대하던 용산 대통령실도 한은의 이번 금리동결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3일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며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 시사했다.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파월은 세계의 시선이 가장 집중된 연설을 통해 연준의 (고금리) 통화정책이 선회하고 있다는 가장 확고한 선언을 했다”고 긴급 보도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안정적으로 복귀할 것이란 내 확신이 커졌다”고 평가한 뒤 “인플레이션 위험은 감소한 반면, 고용이 하강할 위험은 증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을 추구하거나 반기지 않는다”면서 “물가 안정을 향한 추가 진전을 만들어 가는 동안 강한 노동시장을 지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마침 미 노동부는 22일 지난주(8월 11∼1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2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4000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3만건)도 소폭 상회한 수준이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8월 4∼10일 주간 186만3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4000건 늘었다.

이같은 수치에 대해 로이터는 “대량 해고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노동 시장의 둔화는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노동 시장 공급 과잉 현상이 한발 늦게 나타난 상황에서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짚었다.

 

그러니까 경기침체까지는 아니라는 분석인데, 시장 분석가들은 바로 이같은 상황이야말로 금리인하라는 정책 수단을 선제적으로 집행해 경기침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8·8 공급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잡을 수 있을까

 

정부는 지난 8월 8일 서울과 서울 인근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그린벨트를 활용해 신규택지 후보지에 총 8만 가구 공급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 중 서울엔 1만 가구 이상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재건축·재개발 특례법을 제정해 사업 추진을 가속하고 재건축 부담금 폐지 등을 통해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확대에도 주력하고 수도권의 11만호 이상 신축 비아파트는 무제한으로 매입해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체적으로는 향후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호 이상의 우량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특히 서울 등 국민들이 원하는 지역에 충분하게, 넘치도록 주택을 공급해 국민들에게 안정적 주택공급에 대한 확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2일 발표된 한국부동산원의 8월 셋째주(19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28% 오르며 22주 연속 상승했다. 다만 5년11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보인 지난주(0.32%)보다 오름폭은 줄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아직은 이같은 미세한 변동만 가지고 정부의 8.8대책이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때문에 정부는 23일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제5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상황 점검 TF'를 열고 주택공급 확대방안(8·8 공급대책)과 관련된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 시장에 계속 시그널을 주겠다는 안정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

 

하지만 아파트 거래 가격은 물론 매물 부족으로 인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66주 연속 올르고 있는 점에도 주목을 해야 한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주 0.19%에서 이번주 0.20%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은 “전반적으로 매물 부족이 지속되면서 중소형을 중심으로 전세 문의가 꾸준하다”며 “역세권, 학군지 위주로 임차 수요와 거래가격 상승이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셋값 상승은 금리못지 않게 아파트 매매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셋값 상승은 갭투자는 물론 실수효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는 ‘8.8 부동산 대책의 내용과 실효성’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결론적으로, 이번 8.8 부동산 대책은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 시장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어 그 실효성은 당장 시장 안정보다는 중장기적 안정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한 뒤 “비아파트 부분의 시장 정상화 방안은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가수요 접근의 제한적 문제로 생각보다 효과가 적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반적으로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 향후 신규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불안감 그리고 원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결국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등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며 정부의 8.8대책은 그 효과가 생각보다 적을 수 있고 따라서 정부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지속 상승한다면 또 다른 부동산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