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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뉴스웨이브]시판 하산의 위대한 도전, 신인류를 완성하다

-본지, 파리올림픽 여자 마라톤 결정의 순간 포착

 

위에 사진 2개를 연속으로 보면 시판 하산이 어느 순간 티지스트 아세파를 추월하는 모습이 나온다. 3위에 오른 헬렌 오비리도 1, 2위를 근접으로 따라붙고 있다. 이들의 경주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다.[사진=이용웅 주필]

 

[파리(프랑스) =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시판 하산(31·네덜란드)이 신인류를 향한 위대한 도전을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로 마무리했다.

 

하산은 11일(이하 한국시간)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마라톤 42.195㎞를 2시간22분55초에 달렸다. 이는 올림픽 신기록이다.

 

네덜란드 선수가 올림픽 여자 마라톤에서 우승한 건 하산이 처음이다.

 

이날 하산은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와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는데 결승점 500m를 앞두고는 하산과 아세파가 '단거리 선수'처럼 속력을 높였다.

 

그러다가 골인지점 200~300m 전쯤에서 하산이 아세파를 추월하는 장면을 뉴스웨이브가 잡았다.

 

아깝게 2위로 밀려난 아세파는 하산과 일생의 경쟁자인데 2시간22분58초를 기록했다.

 

트랙 장거리 선수에서 마라톤으로 전향한 헬렌 오비리(케냐)가 2시간23분10초로 3위를 차지했다.

 

하산은 종합대회인 올림픽에서 여자 5,000m, 10,000m, 마라톤에 출전하는 놀라운 시도를 해 일각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인류’에 대한 도전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산은 5,000m 예선과 결선, 10,000m 결선, 마라톤을 연이어 치르며 금메달 1개(마라톤)와 동메달 2개(5,000m와 10,000m)를 수확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하산은 도쿄 올림픽에서는 5,000m와 10,000m에서 금메달을,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 이미 올림픽하면 하산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되는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

 

하산은 일찍이 2019년 도하 세계 육상선수권에서 여자 1,500m와 10,000m에서 모두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오르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세계 육상선수권 단일 대회에서 중거리 1,500m와 장거리 10,000m를 석권한 건 하산이 처음이라고 한다.

 

하산은 지난해 런던마라톤에 참여하면서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너무 긴장한 상태다. 아침에 눈을 뜬 뒤 '대체 왜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한 거야'라고 나를 질책하는 날도 있다”며 “솔직히 난 마라톤이 두렵다. 완주도 장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런 하산이 당당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하산과 경쟁자인 아세파는 모두 에티오피아 출신이다. 하산은 1993년 1월 에티오피아 아다마에서 태어났지만 '살기 위해서' 2008년 고향을 떠났고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정착했다.

 

세계육상연맹은 짧은 웹툰으로 하산의 인생을 소개했다.

 

하산은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에 도착했을 때 정말 끔찍했다. 내게 모든 문이 닫혀 있는 기분이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수영을 하고 싶었지만 돈이 든다는 말을 들었고, 배구를 하고 싶다고 얘기할 때도 돈이 드는 종목이라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육상은 무료였다”고 과거를 회고한다.

 

하산은 올림픽 최초로 여자 마라톤 우승자 자격으로 폐회식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도 누렸다.

 

파리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반 시민을 위해 시청 앞에서 전광판 중계를 하자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사진=이용웅 주필]

 

12일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폐회식 중 마라톤 시상식이 열렸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여자마라톤 우승자 하산이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여자마라톤이었다.

 

일본의 경우 선수층이 두터워 6, 13, 23위에 올랐고 심지어 북한도 한일룡 선수가 29위를 차지했다. 우리는 아무도 뛰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수십위권의 선수들도 필사의 경주를 펼쳐 일반 시민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는 모습을 보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한편 대한민국 선수단은 여자마라톤에는 선수를 보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기적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1개 종목 선수 144명으로 이뤄진 '소수 정예'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등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순위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5개, 종합 순위 15위 이내는 “왜 그런 목표를 세웠을까?”라고 의문을 가질 정도로 초라한 목표였다.

 

한국선수단은 이번에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2008 베이징·2012 런던)를 일구면서 32개의 메달을 수확해 역대 최다 메달 공동 2위(2008 베이징)를 작성했다.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은 1988 서울 대회 33개(금 12·은 10·동 11)다.

 

종합 1위는 미국(금 40·은 44·동 42)이 차지해 4회 대회 연속 최정상을 지켰다.

 

미국의 금메달 수는 중국과 같지만 총 메달수로 순위를 가려도 미국(126개)이 중국(91개)을 넉넉히 앞선다.

 

금 20개, 은 12개, 동 13개를 거머쥔 일본은 도쿄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최국 프랑스는 금 16게로 종합 5위에 올랐다.

 

이날 폐막식에서는 톰 크루즈가 오토바이로 파리를 질주하다 차기 주최국인 LA에 도착해 쇼를 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