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브][VIP라운지]배지 단 직장인 부쩍…‘오너의 배지 사랑’

- 달라진 출근 복장 변화도 배지 착용 늘어
- 경제 위기감 고조에 ‘소속감·자부심’ 키우자
- 취춘생 '민지'에게 사원증은 성공의 표시

[편집자주] 기업인,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일상에도 문화와 트렌드가 있다. 이들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 투자 상품 등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투자를 진행하며 이에 걸맞게 끊임없이 새롭고 다양한 문화생활에도 차별화를 추구한다. 비즈니스에 적극적인 플레이어들은 상대방의 취향을 분석해 딜(거래)에 활용하고 있다. 때론 취향이 같다는 것만으로도 큰 인상을 남긴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관심사, 그리고 문화생활에 대해 뉴스웨이브가 들여다본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회사 로고가 그려진 회사 배지를 패용한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엔 최근 붉은색 회사 로고가 새겨진 ‘LG 배지’를 단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개인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바뀌고, 출근 패션이 변하면서 배지 착용 관행도 사라지는 듯했으나 재 점화되는 모양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 장기화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소속감을 키우는 등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자는 회사들이 늘어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기업들도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기본적인 에티켓과 품위를 지키며 회사 생활을 하라는 의미에서 임직원들에게 회사 배지를 달고 다닐 것을 당부 하는 분위기다.

37년 삼성맨으로 퇴임한 박근희 전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은 재직 당시 직원들이 배지를 제대로 달았지 유심히 살폈다 일화는 유명하다.

포스코는 사내 블로그를 통해 배지 패용을 제안하는 기획시리즈물과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기업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배지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LG트윈타워. 사진=뉴스웨이브 배건율 기자

대기업 오너들 역시 배지는 주인의식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그룹, 코오롱그룹 역대 총수들은 가슴에 달린 기업이미지(CI)가 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고 통일된 목표의식을 제공해 업무 성과 개선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구 선대회장이 강조한 ‘기본’엔 단정한 복장과 회사에 대한 인식 제고가 내포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CEO 재임기간 당시 배지 경영을 펼쳤다. 이 회장은 코오롱은 전 직원에게 양복 재킷 혹은 넥타이 등에 이 배지를 달고 다닐 것을 지시했다. 재킷을 입지 않는 여성 직원들을 위해 배지를 목걸이나 팔찌 모양으로 만들기도 했다.

배지 말고도 회사 밖에선 출입카드(사원증)를 패용한 직장인들도 많아졌다. 이는 각 기업들의 출입 시스템이 한몫했다. 기업 보안시스템이 강화됨에 따라 회사 출입에 필요한 사원증을 겸한 출입카드를 목걸이 형태로 걸고 다니는 임직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정작 일과 회사에 치인 샐러리맨들은 ‘개목걸이’라고 부르는 애증의 물건이기도 하지만, 취업을 희망하는 민지(MZ세대)에게 번듯한 회사의 출입카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펄스 배지. 사진=뉴스웨이브 배건율 기자

배지 제작 업체인 금호글로벌 홍진옥 대표는 “최근 회사 배지를 단 직장인들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취업을 희망하는 민지(MZ세대)의 경우, 배지가 일종의 '취업 성공 심볼'처럼 여겨지면서 취업자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배지를 착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배지나 출입카드를 부착하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커질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회사가 배지에 거는 기대가 커지자 배지에 ID(IDentity)를 넣은 ‘디지털 신원 배지’도 등장했다. ‘디지털 신원 배지’에는 주로 분산신원인증(DID)이 이용된다. DID는 중앙 서버에 개인정보를 모아두지 않고, 블록 단위로 쪼갠 뒤 서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DID는 블록체인에 암호화해 여러 서버에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해킹, 데이터 위조나 변조 등으로부터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