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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용웅 칼럼]美 금리정책, 트럼프 피격이 변수되나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피격 이후 불사조 이미지를 굳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올해 39세의 강경 보수파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을 부통령 후보로 낙점했다.

 

바이든과 함께 고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트럼프 입장에서는 젊은 부통령 후보를 내세워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살 위험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이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 보수 성향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연설할 내용은 “역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연설이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이며,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스스로 이미 대통령이 된 것으로 확신하는 듯 바이든 정책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그런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스스로 죽음에서 부활한 것처럼 믿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점이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트럼프 피격 이후 확산되는 음모론 속 대세론 굳어져

 

“미국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트럼프의 다짐과는 달리 피격 사태 이후 좌우 모두에게서 각종 음모론이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피격은 그를 지지하는 집단이 일으킨 “거짓 깃발(false flag) 작전”이라며 자작극설을 제기하고 있다.

 

연단에서 불과 150m도 떨어지지 않은 건물 지붕에 총기를 든 남성이 기어오르고 주변에서 경고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총격이 가능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부분과 뺨에 피가 흐르는 가운데 나부끼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이 담긴 AP통신 에번 부치 기자의 사진도 음모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과 대비되는 좌파 진영 내부의 음모론 세력을 칭하는 ‘블루어넌(BlueAnon) 음모론’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들은 트럼프의 귀에 묻은 피가 연극용 젤이고, 총격은 (일종의 자작극인) '가짜깃발'(false flag)이며, 비밀경호국(SS)이 트럼프 선거본부와 공모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우파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라이벌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을 명령했다는 허무맹랑한 의혹을 제기했는데 어찌 보면 이같은 주장은 당연한 수순이다.

 

단순한 뒷담화가 아니라 마이크 콜린스(공화·조지아) 하원의원의 경우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조 바이든이 명령했다”고 올린 글은 4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암살 선동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과거부터 힐러리 전 대통령 후보 등을 비난할 때 즐겨 사용한 ‘피자게이트’와 ‘딥 스테이트’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일 기부자들에게 “트럼프를 과녁 중앙(bull's-eye)에 둬야 할 때”라고 언급한 것도 이번 총격 사건과 맞물려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은 전했다.

 

바이든의 정제되지 않은 단어 사용이 트럼프 진영에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다.

 

음모론은 음모론대로 확산되고 있지만 대체적인 분석은 피격을 당한 트럼프가 이미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휘트 에어스는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이 총격 사건 전까지 희박했다면 어제 이후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민주당이 대선 승리보다는 의회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중의 관심이 이번 총격 사건으로 옮아가면서 후보 교체 논란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번 총격으로 트럼프가 대세를 장악했다는 분석이 홍수를 이루면서 굳이 바이든 대신 대선에 나가 패배의 낙인자가 되는 것을 원할 민주당 후보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 이어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게시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트럼프와 관계가 썩 좋지 않았던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X에 올린 게시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말 그대로 총격전 속에서도 엄청난 우아함과 용기를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밴티지포인트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인 닉 페레스는 “레이건은 암살 시도 이후 여론조사에서 22%포인트나 지지율이 올랐다”며 “이번 선거는 압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는)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이번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주가 결정적인 키를 쥐었던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취득한 국방 기밀 문서를 퇴임 후 자택에 불법으로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법원이 기각, 사법 리스크도 완화되고 있다.

 

15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남부법원의 에일린 캐넌 연방판사는 소송을 기각해달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측 요청을 승인했다.

 

◇트럼프 대세론에 금융시장 사상최고치로 반응, 인플레 악화 우려는 확대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 이후 첫 거래일인 15일(현지시간) 일제히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는 이날 전일 대비 210.82포인트(0.53%) 오른 40211.72로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와 S&P500은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상승폭을 반납하며 강보합세에서 장거래를 마감한 점은 앞으로 미국 증시가 상당히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있음을 보여주기는 했다.

 

반면 국채시장은 보편 관세 부과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에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금융 시장에서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Trump trade)'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달러화 강세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베팅하는 흐름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트럼프 자산으로 평가되는 비트코인은 피습 직후부터 오르기 시작해 개당 6만4000달러까지 급등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채권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세금을 낮추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많이 썼는데, 이는 국채  발행 증가와 금리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9일 기업, 월가, 학계 경제 전문가 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56%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항상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주장해왔는데 그게 현실화되면 당연히 수입물가를 자극할 것이다.

 

트럼프는 또 자신이 집권했던 2017년 시행한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을 영구화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재정 적자도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의 정책은 당연히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때문에 금리 인하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서인지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종가)은 전거래일보다 3원20전 오른 1382원80전에 거래됐다. 환율이 다시 우상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에 대해 9월에 금리를 인하하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경고해온 점을 다시 환기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파월 의장은 15일(현지시간) 연준이 금리 인하를 위해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금방이라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연준이 언제 금리 인하를 시작할지에 대해 어떤 신호도 보낼 생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연준은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오는 9월 금리인하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 위원들과 치열하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트럼프가 대선 승리로 재집권할 경우 임기가 2026년까지인 파월 의장을 조기 경질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폭스뉴스채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민주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예상된다며 금리 인하를 예로 들었다. 당시 트럼프는 자신이 연준 의장에 임명한 파월이 ‘정치적’인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파월이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을 돕기 위해 대선 직전 극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정치에 개입하려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9월이면 트럼프 대세론이 거의 굳혀질 가능성이 커 굳이 파월의 금리 인하에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재직중인 2019년에는 파월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해고를 시사하기도 했었다.

 

이같은 복잡한 정치적 셈법 때문에 파월로서는 9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데 고려해야 할 대상이 거시적으로 보다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고관세정책과 퍼주기 정책으로 향후 인플레 압력이 가중될 것이 분명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파월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누구도 짐작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금융시장은 이미 트럼프 재선을 염두에 두고 인플레 심화에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통화당국은 이같은 미국 대선의 불투명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지고 있다.

 

때문에 우리 당국 역시 미국의 금리추이만 바라보는 천수답 정책에서 벗어나 보다 입체적인 정책 조합을 갖춰가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