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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용웅 칼럼]'중국판 소라' 클링이 가져올 파장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평범하게 생긴 동양 남자가 국수를 먹고 있다. 깨끗하게 먹지를 못해 입가에는 국수 국물이 묻어나고 있어 지저분하다는 느낌도 준다.

 

“이왕이면 잘생긴 젊은 남자나 초특급 미인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뭐 저런 사람들까지 자기 먹방을 SNS에 자랑하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바로 이 영상을 보고 열광하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내 틱톡 경쟁사인 콰이쇼우(Kuaishou)가 중국판 소라(SORA)인 영상 생성 인공지능(AI) ‘클링(Kling)’을 공개했는데, 바로 거기에 나오는 동영상이다.

 

공개한 영상은 모두 5초 짜리인데 영상 속 AI 캐릭터가 흡사 사람과 같았고, 면발이나 국물 등이 실사 장면 그대로여서 사람들이 깜짝 놀란 것이다.

 

국수를 먹기 전에 이 사람 입술이 깨끗했는데 국수를 먹으면서 입술에 소스가 묻으면서 지저분해지고 있다.

 

이런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모든 면에서 오픈AI의 소라를 훨씬 능가하는 기술이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공개된 중국판 소라는 ‘국수를 먹는 남자’ ‘해변 여인의 뒤태’ ‘황야의 무법자’ 등의 제목으로 몇 가지 실험적인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프롬프트만 넣으면 금방 영상을 완성해서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바야흐로 ‘1인 영화감독 시대’도 가능해진 것이다.

 

공개된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자체 개발한 모델 아키텍처와 스케일링 법칙에서 영감을 받은 강력한 모델링 기능을 기반으로 ‘클링’은 현실 세계의 물리적 특성을 시뮬레이션한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클링은 1080p 화질에 30fps로 2분 길이의 영상을 생성한다. 현재는 제한적으로 사용자를 받고 있는데 전세계 유저들이 앞다투어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측면에서 중국의 클링 비디오 모델은 동영상 플랫폼 ‘피카(Pika)’나 ‘런웨이ML(RunwayML)’은 물론, 등장 직후 크게 화제가 되었던 ‘소라’보다 뛰어난 제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일부 외신에서는 “지금까지 동영상 AI 모델의 주류 기술을 뛰어넘는 잠재적인 ‘게임 체인저’ 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클링’의 기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은 이미 5년 전부터 ‘AI 최강국’을 목표로 중장기 전략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17년 7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까지 중국 내 AI 산업 규모를 10조 위안(약 1700조원)까지 키워 세계 1위 AI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은 6억 대 이상의 폐쇄회로(CC)TV에 찍히는 영상들, 휴대전화 개통 시 의무 촬영해야 하는 6초 짜리 안면 인식 영상 등 국가 주도로 수집한 14억 인구의 빅데이터를 AI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정부의 과감한 진흥책으로 인공지능(AI) 분야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AI 최고 전문가들의 창업 붐이 활발해지면서 앞에 언급한 콰이쇼우나 바이트댄스 등 선도기업에서도 인력 유출이 심각해질 정도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를 유치한 문샷 AI에 이어 스타트업 미니맥스 역시 6억달러(약 8000억원)에 달하는 펀딩을 성공시켰다.

 

작년 3월 중국 칭화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양즈린은 같은 학교 출신 저우신위, 우위신과 함께 ‘문샷 AI’를 세웠고 ‘미니맥스’는 2021년 중국 빅테크 센스타임의 부사장 출신 얀 준지에를 중심으로 20명의 센스타임 출신 직원들이 모여 설립했다.

 

전세계적으로 AI 붐이 일어나는 가운데 최근 중국의 AI 투자 열풍도 절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AI 등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압박 가하는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정부가 AI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첨단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기술,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기술 등이 규제 대상이다.

 

GAA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면을 게이트(Gate)가 둘러싸는 형태로 기존 핀펫(FinFET) 공정보다 전력 효율성이 높고 반도체 크기를 더 소형화 할 수 있는 기술이다. 2022년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에서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이 기술을 도입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 TSMC는 3나노 공정에서는 기존 핀펫을 유지했고, 내년 양산 예정인 2나노 공정에서 GAA를 처음 적용하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중국의 자체 GAA 반도체 개발 능력을 제한할 것인지, 더 나아가 해외 기업들이 중국 업체에 반도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차단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이와 함께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생산하는 HBM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13∼15일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AI 반도체 기술 접근을 제한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조율하기 위한 ‘반도체 연락그룹’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물론 중국은 정부와 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같은 압박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최신 스마트폰에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 미터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탑재했는데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SMIC가 공급을 담당한다.

 

또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화웨이가 주도하는 반도체 컨소시엄이 중국 정부 자금 지원을 받아 2년 내 HBM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SMIC의 7나노 생산 비용은 TSMC보다 40~50% 높은 반면 수율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중국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이같은 협업 과정은 수익성에서 중대 기로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HBM 역시 중국이 한국 기업들의 기술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우선 레거시(구형) 반도체 시장은 이미 장악을 해가고 있고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어 미국은 물론 한국, 대만, 일본 등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자동차, 전자제품 등에 들어가는 레거시 반도체 위주로 수출 물량을 늘려가고 있는데 올해 5월까지 중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626억1300만 달러에 이른다. 전년대비 21.2% 늘어난 수치이다.

 

◇시진핑 체제하에서 돈, 사람 ‘차이나 엑소더스’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듯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부자들은 정치적 독재 체제와 경기 둔화 등에 실망해 엑소더스(탈출)하고 있다. 이 여파가 일본의 호화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수퍼엔저로 중국 부자들 입장에서 일본 부동산 가격이 저렴해보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으로 건너가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어 지난해 말 약 82만2000명의 중국인들이 일본에서 거주하는데 그 규모가 전년보다 6만명 늘어난 수준이라고 한다.

 

꼭 일본이 아니라도 중국인 부자들의 해외 이주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 앤 파트너스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고액 자산가 1만3500명이 당해 해외로 이주할 것으로 추산됐다.

 

유명 이민자문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이주를 위해 해외 부동산 등에 대한 중국인들의 문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보통신(IT) 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해 이민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 일하는 AI 전문가 중 중국 출신은 3년 전 27%에서 최근 약 38%로 크게 늘었다.

 

중국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기대하는 것은 미국에서 성장한 인력이 중국에 되돌아오는 것이다. 미국에서 성장한 중국 출신 AI 전문가들이 중국을 위해 일하거나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미국의 ‘기술’ 우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사회 분위기는 오히려 ‘탈중국’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중국 시장이 부진한 것도 자산가들의 해외 탈출을 부추키고 중국 거주의 매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증시는 여전히 지난 2019년 수준에 멈추고 있지만 새로운 신흥국가인 인도 증시 대표지수인 센섹스(SENSEX) 경우 2020년 3월 27일 25,981에서 지난 6월 14일에는 76,992로 3배 가량 올랐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중국 인민은행이 3000억위안(약 57조원) 규모의 재대출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며 지방 국유기업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지원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중국 전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무려 6000만채에 달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표적인 자산시장인 부동산, 증시 모두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반(反)간첩법 시행에 이어 미국과 EU의 관세 인상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자 서방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탈중국)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중국에 근무하는 자사 인공지능(AI)·클라우드 컴퓨팅 담당 직원 700여 명에게 중국 밖으로 근무지를 옮기라고 권고했다.

 

중국은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122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출을 경험했다.

 

‘AI, 반도체 굴기’를 위해 중국 정부가 총력전으로 나오고 있지만 이처럼 중국 경제 자체가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돈과 인력이 중국 밖으로 빠져나가는 추세가 여전해 전망을 예단하기 어려워지는 것도 분명한 것 같다.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