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실적부진-신작효과 실종 등으로 고전...한신평, 신용등급 전망 강등
-작년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 46%까지 치솟아... 희망퇴직설도 나돌아.
-2010년대 중후반 100만원 넘던 주가는 현재 17만원선 턱걸이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국내 주요 게임업체 대부분이 최근 수년간 실적 부진과 신작 효과 실종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 중 그동안 유일하게 신용평가 ‘AA’ 등급을 유지해왔던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 마저 'AA' 등급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 22일자로 엔씨소프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신용등급 전망 조정은 당장 신용등급을 정식 강등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내에 실적 개선 등이 없으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는 일종의 사전 경고조치 같은 것이다.
한신평은 엔씨소프트 신용등급 전망 강등의 이유로, 모바일게임 수요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영업 가변성이 확대되고 있고, 최근 이 회사의 외형 및 영업수익성이 저하된 점을 우선 꼽았다.
또 재무구조는 아직 안정적이지만 최근 현금흐름구조가 악화돼 M&A(인수합병) 등 대규모 자금소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게임 IP를 핵심 수익기반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리니지’ 시리즈의 모바일 출시를 통해 2022년까지 외형을 성공적으로 확대해 왔다.
하지만 2022년을 기점으로 모바일게임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모바일게임 시장 내 MMORPG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리니지라이크 MMORPG 경쟁작들이 출시되면서 기존 게임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있으며, MMORPG 시장 내 엔씨소프트의 독보적인 경쟁 우위도 약화되고 있다.
코로나 시기가 끝난 뒤 야외 활동 증가와 경기 둔화, OTT, 숏폼 미디어 등 수동적 콘텐츠 소비의 유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최근 모바일게임 이용자 수와 유료 콘텐츠 소비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모바일게임 수요 감소는 게임 진부화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기존 작 매출 감소 상쇄를 위한 신작 출시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신평은 특히 엔씨소프트의 경우 모바일 MMORPG에 편중된 장르와 획일화된 과금 방식이 신규 유저 유입을 제한하고, 기존 유저 이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리니지’ 시리즈의 성공적인 모바일 전환 이후 유사한 게임 디자인과 Pay to Win 시스템을 차용한 MMORPG 게임들이 모바일로 출시됐으며, 게임사들의 외형 성장에는 ‘리니지라이크’ MMORPG를 즐기는 미드·하드코어 유저들의 기여도가 높았다.
그러나 과금 규모가 많을수록 유리한 Pay to Win 시스템은 라이트 유저들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었고, 미드·하드코어 유저들도 획일화된 비즈니스 모델과 게임성에 점점 피로감을 느끼고 이탈하고 있다. 이에 모바일 MMORPG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시장 규모도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MMORPG 등 능동·체험형 게임보다는 낮은 몰입도를 요구하는 캐주얼, 방치형RPG, 서브컬처게임 등 수동·감상형 게임으로, 모바일게임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도 비 MMORPG로 장르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등 해외 게임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국내 게임사들의 성과는 아직 크지 않다고 한신평은 평가했다.
2023년 엔씨소프트는 기존 주력 게임 진부화와 신작 부재로 영업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 엔씨소프트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7798억원, 1373억원으로, 2022년의 2조5718억원, 5590억원보다 대폭 감소했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주력 게임 매출이 빠르게 감소한 반면, 주요 신작 출시가 지연되거나 초기 흥행 성과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출시된 기대작 ‘쓰론 앤 리버티’도 초기 성과가 부진해, 글로벌 흥행 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또 ‘아이온2’ 등 기대작들이 올해 하반기 이후 출시 예정이어서, 단기간 내 외형 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플랫폼·장르 다각화에 필요한 개발역량을 유지하려면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 감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 년 전부터 게임업계에서도 인력 스카우트 열풍이 불면서 엔씨소프트도 게임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연봉과 보너스 등을 크게 올렸다. 엔씨소프트의 연결 기준 인건비는 2019년까지 연간 5000억원대를 넘지 않았으나 20년 7182억원, 21년 8495억원, 22년 8474억원, 23년 8229억원 등 8000억원대로 뛰어오른 상태다.
매출(영업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도 2020년 29.7%에 그쳤던 것이 작년에는 46.2%까지 치솟았다.
매출은 감소한 반면 최근 몇 년간 크게 상승한 인건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영업수익성 하락폭이 컸다. 2018년 35.9%, 20년 34.1%, 21년 16.3%, 22년 21.8% 등 최소 20%대는 유지하던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률(연결)은 작년 7.7%로 한자리수로까지 떨어졌다.
한신평은 주요 신작 출시 시기가 올해 하반기 이후로 예정되어 있고, 모바일게임 시장 내 캐주얼·감상형 콘텐츠 선호 추세, 심화된 경쟁강도 등이 MMORPG 신작 흥행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단기간 내 매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짧아진 게임 수명주기 하에서 빠른 신작개발·출시가 요구되고 있어 높아진 인건비 부담도 크게 낮추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과거에 워낙 벌어놓은 돈이 많고, 작년 말 차입금도 6423억원으로 그리 많지 않아 23년 말 순차입금은 8904억원으로 아직 무차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에는 영업현금흐름 저하와 판교 제2사옥(글로벌 RDI센터) 건설 등으로 현금 유출 흐름을 보였고, 약화된 영업현금창출력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과거 수준의 안정적인 잉여현금 창출 기조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신평은 평가했다. 또 이익창출기반 확보를 위해 대규모 M&A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이런 변수와 요인들을 종합해 엔씨소프트의 미래 수익성을 추정해본 결과 향후 3개년 영업이익 규모는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확대요건인 5000억원선 미만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지속된다면 정식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편 게임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 지속으로 국내 일부 게임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은 작년에 이미 하향 조정된 바 있다.
작년 12월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펄어비스와 컴투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또 넷마블에 대해선 전반적인 신용도 하락 압력이 높다고 경고했다.
넷마블은 이미 2022년 말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와 한기평으로부터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당한 바 있다. 이어 작년 6월에도 나신평이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해 등급이 추가 강등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현재 주요 신평사 유효 신용등급을 보유한 게임사가 엔씨소프트와 더블유게임즈까지 모두 5곳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절반 넘는 게임업체가 신용 하락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넷마블·펄어비스·컴투스 등은 기존 게임 매출이 둔화하는 가운데 대형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 회사들 역시 2021년 업계를 휩쓸었던 연봉 인상의 부담을 아직도 크게 안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23일 한신평으로부터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치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2개 신용평가사로부터 'AA(안정적)' 신용등급을 받는 유일한 게임사였다. 유효한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내 게임사 중 가장 우량한 등급이었다.
지난 2016년 'AA-'로 첫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뒤 '리니지M'과 '리니지2M' 등 모바일 게임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2020년에 'AA'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번 등급 전망 하향조정으로 ‘AA’급 이탈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2010년대 중반 한때 100만원선을 넘었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2020년 말 93만원1000원, 21년 말 66만원, 22년 말 44만8000원, 23년 말 24만5000원 등 하락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3일 종가는 17만원선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전성기 때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주가다.
현재 엔씨소프트 주변에선 희망퇴직설도 나돌고 있다. 물론 아직 회사측은 공식부인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체질 개선'을 위해 박병무 공동대표 선임, AI 금융 사업 철수, '도구리' 등 캐릭터 사업 축소, 이사 보수 한도 하향, 임원진 업무 조정 등을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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