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수합병

[뉴스웨이브][현미경]한미약품 오너일가 경영권분쟁, 신동국 회장이 키맨될듯

-아들 형제, OCI와의 통합반대 가처분신청 제출, 향후 법적 공방 예상
-누가 이기든 가족간 지분분쟁 벌어질듯. 현재로는 어머니-딸 우세해 보여
-그러나 창업주 고교후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지분 12% 넘어. 이 지분향방에 통합이나 경영권 좌우될 듯

 

한미약품 본사.[사진=한미약품 제공]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들 중 현재 경영권을 쥐고 있는 어머니와 딸이 그룹을 OCI그룹에 사실상 넘겨주려는데(물론 본인들은 통합이라고 주장) 대해 장남과 차남이 법적 투쟁에 나서면서 이 통합 건이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가족간 경영권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2일 통합 발표 직후부터 맹렬 반발하던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 겸 한미약품 사장은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연대해 지난 17일 수원지방법원에 통합을 위한 한미사이언스의 3자배정유상증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한미사어언스측도 소송 제기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법적 절차대로 대응하겠다고 지난 23일 공시했다.

 

 

차남 임종훈 사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형보다 어머니 및 누나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쪽과 더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에 형 편으로 돌아선 것은 ‘아버지가 물려준 회사가 통째로 넘어갈 판인데, 그냥 있을 수 있느냐’는 형의 설득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 발표 직후 임종윤 사장은 인수 측인 OCI홀딩스의 이우현 회장과 만났으나 합의점을 이루지 못해 23일 두 번째로 또 보기로 했다. 하지만 가처분 신청으로 이 약속은 일단 무산됐다. 이 회장은 계속 임 사장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법원은 곧 심리를 개시한다고 한다. 양측은 법정에서 특히 3자배정 유상증자의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 사장 측은 양 그룹 통합을 완성하기 위한 3자배정 유상증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 사항인데다, 지금은 경영권 분쟁 중이어서 3자배정 유상증자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대해 송영숙-임주현 측은 3자배정 유상증자는 정관 등의 절차대로 하는 것으로,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통상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에 대한 판단은 이르면 3일 길어도 3주안에 나온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법정 공방은 의외로 장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게 법원 주변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양측 입장이 너무 첨예한데다 법원 판단에 불복, 양측이 항고를 해 대법원까지 간다면 최소 1년 이상 갈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정 공방이 종료되지 않는 상황에서 송영숙-임주현 측과 OCI가 양 그룹 통합을 위한 보유주식 매각, 현물출자 및 신주교환, 3자배정 유상증자와 신주발행 등을 강행하기는 법적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남 임종윤 사장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관한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우선 법정공방에서 아들들이 이길 경우 양 그룹 통합은 일단 무산되고 한미약품그룹은 내부에서 다시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가족간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대로 어머니가 경영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이미 저항(?)을 선언한 아들들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경영권과 이사회 교체까지 가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머니 편이 이길 경우 양 그룹 통합은 계속 추진될 것이다. 형제가 이에 승복하고 지분을 팔고 나간다면 상황은 종료된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을 열어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며 우호지분들까지 끌어들여 표 대결을 강행한다면 또 복잡해진다.

 

OCI측은 이 과정에서 형제들을 설득하고, 자금력을 동원, 이들의 지분을 후하게 사주거나 다른 당근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버지가 물려준 그룹이 다른 그룹에 넘어가는 상황에 형제가 쉽게 항복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시나리오든 당분간 이것도 저것도 아닌 복잡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누가 이기든 한미사이언스 가족 대주주들간에 지분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럴 경우 세력 분포는 어떻게 될까?

 

현재 경영권 장악 여부와 공시되는 지분들로만 보면 일단 어머니와 딸 쪽이 우세해 보인다. 두 사람 지분 말고도 어머니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및 한미약품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서 경영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경영권을 갖고 있는 쪽이 그룹 재단들이 보유 중인 지분이나 자사주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난 19일 한미사이언스 공시를 보면 어머니 송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11.66%, 딸 임 사장은 10.20%, 임 사장의 자녀들인 김원세, 김지우 지분율은 각각 1.06%씩이다. 송영숙, 임주현 일가 지분율 합계는 24.52%다. 여기에 송 회장의 남동생으로 추정되는 송철호씨 지분 0.06%를 송 회장 편이라고 보면 모두 24.58%가 된다.

 

 

이에 비해 장남 임종훈 사장과 부인, 세 자녀 지분을 합하면 14.22%, 차남 임종훈과 부인, 세 자녀 지분을 합하면 13.79%다. 두 형제가족 합산지분은 28.01%다. 송영숙-임주현 일가 지분보다 3.43% 더 많다.

 

하지만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00%)이 보유한 함미사이언스 지분과 자사주(23년6월말 기준 2.82%)가 현재 경영권을 갖고 있는 송영숙 회장 편이라면 송 회장 편의 지분이 오히려 7.29% 정도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적지않은 차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분석이고 변수가 많다.

 

우선 상속세가 급해 사모펀드 등에 환매조건부로 매각한 지분들이 양측 모두에 많다. 송영숙이 0.45%, 임주현 2.64%, 임종훈 3.36% 등이다. 2026년 말에서 2028년 사이에 모두 되살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 지분들은 팔았는데도, 공시상으로는 이들의 정식 지분으로 아직 그대로 등재돼 있다. 매각조건에 매각하더라도 의결권은 그대로 보유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의결권 조건이 없다면 지분율은 다시 계산해야 한다.

 

두 재단이 무조건 송영숙 회장 편이라고 장담하는것도 조심스럽다. 지난 12일 통합 발표 때 지분매각 주체가 당초 임주현 자녀(1.06%)에서 가현문화재단으로 바뀌면서 재단의 감소지분 만큼 다시 임주현 자녀가 재단에 지분을 팔기로 다시 공시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재단 보유 지분을 팔기로 했다가 재단 내부반발이나 법적 또는 세금문제 등이 있자 생긴 소동으로 보인다. 재단들도 법적 분쟁 가능성 등 때문에 그룹 회장 지시라고 해서 무조건 따르기는 어려운게 요즘 분위기다.

 

3.07% 정도로 계산되는 나머지 친인척들 지분도 결정적 순간에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주로 삼남매의 사촌 내지 조카들로 추정되는 인물들인데, 이들이 어느 편에 서 있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최대의 키맨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고교 후배로 알려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다. 작년 9월말 기준 무려 12.15%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 중인 인물이다. 신 회장이 형제 편을 든다면 일거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 반대로 어머니 편을 든다면 어머니-딸의 완승으로 끝날 것이다.

 

신 회장의 의중은 현재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지분 매각 의사는 있다고 일부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신 회장 지분을 매입할 자금여력은 없어 보인다. 임종윤 사장이 자금 확보 또는 우호지분 마련을 위해 신 회장 및 사모펀드 등과 분주히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OCI측이 신 회장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

 

당분간 지리한 혼전과 법정공방 속에 온갖 물밑 협상과 암투, 각종 시나리오들만 무성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