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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뉴스웨이브][게이트]CJ올리브영, 체급 키우며 ‘CJ 핵심 자산’으로 우뚝…이선호 지분 가치 쑥↑

- 재무구조도 탄탄…‘무차입 경영’ 수준
- 상장보다 더 큰 카드…합병 가능성까지
- 지분율, 이재현 회장의 자녀 선호 11.04%·경후 4.21%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정민휘 기자

CJ올리브영이 2년 전 미뤘던 기업공개(IPO)가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됐다. 당시에는 시장 상황과 실적 부담으로 IPO가 중단됐지만, 오히려 그 시기를 내실 강화에 집중하면서 회사의 체급과 수익성이 동시에 도약했다. CJ그룹 안에서도 존재감이 달라졌고, 승계를 둘러싼 향후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CJ올리브영은 2022년 IPO를 준비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당시엔 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데다, CJ올리브영 자체 실적도 본격적인 성장세에 진입하기 직전이었다. 2022년 회사 매출은 2조7775억원, 영업이익은 2729억원으로 ‘몸집’은 꽤 컸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족했다. 당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608억원을 나타냈다. 투자자 입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렇게 IPO가 연기됐고, CJ올리브영은 상장보다 중요한 ‘기초 체력 다지기’에 집중했다.

그 결과는 단 2년 만에 수치로 증명됐다. 2024년 CJ올리브영의 매출은 4조7900억원으로 2022년(2조7775억원) 대비 2조원 넘게 늘었고, 영업이익은 6432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2.5%, 순이익률은 9.9%에 달한다.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CJ올리브영 강남타운점. 사진=CJ올리브영

현금 창출력의 핵심 지표인 EBITDA도 같은 기간 4768억원에서 8449억원으로 뛰었다. 80% 가까운 상승이다. 이런 수치는 단순히 매장을 많이 낸다고 따라올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 구매력, 재고관리, 고객 충성도 등 전반적인 운영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재무구조의 변화가 눈에 띈다. 2020년까지만 해도 CJ올리브영의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1.4배였다. 빚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2023년에는 이 수치가 마이너스(–)0.02배로 내려갔다. 오히려 보유 현금이 많다는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는 0.2배 수준으로, 사실상 무차입에 가까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탄탄한 재무구조는 최근 있었던 대형 투자에서 빛을 발했다. CJ올리브영은 서울역 인근 KDB생명타워를 6700억원에 인수했다. CJ그룹 내 비상장사 중에서 단독 사옥을 갖게 된 첫 사례다. 인수 자금은 그룹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이 초단기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일부 조달했고, 잔금은 추가 차입 없이 해결됐다. 돈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변화는 CJ그룹 내부에서도 CJ올리브영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CJ올리브영은 비상장사였지만, 수익성과 체급 면에서 웬만한 상장사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너 일가의 지분 구조도 주목할 만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실장이 11.04%, 딸 이경후 CJ ENM 실장이 4.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CJ 지주사도 과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IPO가 이들 승계 과정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 나왔다.

지금은 IPO 말고도 선택지가 더 생긴 셈이다. 예를 들어 CJ 지주사와 합병을 택하면 중복 상장 이슈도 피할 수 있고,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더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시장에선 이런 가능성을 점치는 시선이 점점 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한국형 드럭스토어 모델의 사실상 유일한 성공 사례다. 초기엔 다수 유사 브랜드가 시장에 등장했지만 대부분 철수했고, CJ올리브영만이 시장을 지키며 독보적인 지위를 확립했다. 이제는 드럭스토어 그 이상으로, CJ그룹 내 전략 자산이자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잡고 있다.